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


나는 1990년 11월초에 군에 입대하여 1994년에 군제대후 1995년 당시로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참고로 공군학사장교출신이다). 그 무렵에는 리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취업이 선망의 대상이었고,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지 않은 공기업은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러다 1997년 12월 IMF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금융기관을 비롯한 사회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인들이 퇴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의사, 공무원,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이 취업시장에서 선호되었다. 아무튼 당시에는 소위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금융자본이 IMF와 헤지펀드 등을 동원하여 신자유주의 파고속에서 신식민지화를 도모한다는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었다.

신자유주의의 고전이라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The Raod to Serfdom)이 시장경제, 경쟁, 자유, 법치주의, 개인주의 등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하고 있으나, 오히려 신자유주의 비판서인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의 간략한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David Harvey, 2017, 한울)을 읽고 신자유주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세번에 나누어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1979년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1980년 레이건(Ronald Reagan), 이 세사람에게는 체제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정권을 잡으면서 그동안 소수파에 머물렀던 신자유주의를 다수의 주장이 되게 했다.

1978년 덩샤오핑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국가에서 공산주의 통치 경제의 자유화를 위해 기념비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가 설정한 진로는 20년만에 중국을 폐쇄된 오지로부터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적 역동성의 개방된 중심이 되도록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대처(Margaret Thatcher)는 1979년 5월 영국수상으로 선출되어 노동조합 세력을 억제하고, 그에 앞선 10년동안 국가를 억눌렀던 쓰라린 인플레이션에 의한 침체를 종식시키는 통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다음 해인 1980년 레이건(Ronald Reagan)은 미국대통령으로 선출되어, 노동 세력의 억제정책에 그 자신의 독특한 명성을 합해 미국을 경제 재활성화를 위한 과정에 올려놓았다. 공업, 농업 및 자원 채취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으며 국내적으로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금융세력을 자유화 했다. /14-15

우리는 흔히 신자유주의라 하면 강력한 개인적 사유재산권, 법에 의한 통치, 그리고 자유롭게 기능하는 시장과 자유무역 제도,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제도적 편제들이라고 한다. /87

국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자유를 보전하기 위해 폭력수단을 독점하고 사용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이론은 '올라가는 밀물은 모든 배를 들어 올린다'라는 가정, 또는 '낙수효과'의 가정 아래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통해 빈곤을 가장 잘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88

구획화(enclosure)와 사유재산권의 지정은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간주된다. 경쟁과 결합한 민영화나 탈규제는 관료적 형식주의를 제거하고 능률성과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생산물의 품질을 개선한다. /88

시장에서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개인들은 각자의 행동과 복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자본의 부문간, 지역간,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성은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이동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들(관세, 형벌적 조세 편제, 계획과 환경관리, 또는 다른 입지적 방해물)은 제거되어야 한다. /89

그러나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몹시 회의적이다. 다수결 원칙에 의한 통치는 개인적 권리와 헌정적 자유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민주주의는 사치스러우며, 단지 정치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중간계급의 등장과 결합된 상대적 풍요의 조건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자들은 전문가와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적이고 의회에 의한 의사결정보다도 행정적 지시 체계나 사법적 결정에 의한 정부를 강력히 선호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중앙은행과 같은 주요 기구들을 민주적 압력으로부터 격리시키려 한다. /90

신자유주의적 국가에 관한 일반 이론에는 갈등의 소지가 있거나 불확실한 부분들이 있다. 첫째, 독점 권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좀 더 강한 기업이 약한 기업을 축출함에 따라, 경쟁은 흔히 독점이나 과점을 초래한다. 대부분의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은 경쟁자들의 진입에 근본적인 장애가 없다면 독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90

논쟁의 두 번째 주요 영역은 시장 실패에 관한 것이다. 시장 실패는 개인과 기업들이 자신의 책무를 시장 밖으로 돌림으로써 이들에게 귀속되어야 할 전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한다. 고전적 사례는 공해 문제로, 개인과 기업들은 유독성 폐기물을 아무런 부담없이 배출함으로써 비용을 회피한다.

완전한 정보와 경쟁을 가능케 하는 평등한 행위의 장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가정은 순수하게 유토피아적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부의 집중과 이에 따른 계급 권력의 회복을 유도하는 과정을 감추려는 신중한 연막으로 보인다. /92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에 내재한 근본적인 정치적 문제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개인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되지만, 이들이 자선조직과 같은 약한 자발적 협회와는 반대되는 노동조합처럼 강력한 집단적 기구들의 구축을 선택할 것이라고 가정되지는 않는다. 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파시즘, 공산주의, 사회주의, 권위적 대중주의, 그리고 심지어 다수결 원칙-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신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적 통치에 강력한 제한을 둬야 하며, 대신 주요 결정을 내릴 때에는 연방준비은행이나 IMF같은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기구들에 의존한다. /94

그러나 신자유주의 국가는 개별 국가들내에서 신자유주의적 의제에 반대하는 운동을 규율하기 위해 비밀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진압하기 위해 설득 및 선전, 또는 필요하다면 적나라한 폭력과 경찰력을 사용한다. 이것이 폴라니가 두려워했던 점이다. 즉, 자유주의적(확장하면 신자유주의적) 유토피아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권위주의에 의존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다. 대중의 자유는 소수의 자유를 위해 제한될 것이다. /93~94

이종선,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대행

* 참고 : 하이에크는 파시즘,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노예(serfdom)의 길'이라고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