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에 참여하는 중국 국무원 부총리 허리펑

이번 주말 세계의 눈은 스위스에서 열리는 미·중 간의 무역협상 장면에 쏠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주 주식시장은 또 한번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재무장관인 베센트와 중국의 국무원 부총리인 허리펑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벌이는데,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내놓은 관세폭탄 이후 양 국간 이뤄지는 첫 무역협상 자리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양국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 하는 인물들로서 실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마주앉는 것과 똑 같은 무게감을 가진 자리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예일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베센트의 아버지는 부동산개발업자로서 트럼프와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고, 베센트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선 당시 25만달러의 기부금을 낸 트럼프와 각별한 인물이다. 과거 소로스의 오른팔 역할을 한 환율 및 투자전문가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에 대해 90일의 유예를 제안해 협상의 시간을 갖게 한 장본인일 정도로 트럼프가 귀담아 듣고 궤도를 수정하는 몇 명 중 한사람이다.

1992년에는 조지 소로스가 만든 소로스펀드 투자팀에서 일하면서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공매도로 10억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이 공매도 사태로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해 영국이 금융위기를 겪기도 했다. 베센트는 이 후 투자의 귀신이란 별명이 붙었다.

중국의 허리펑은 현재 중국 공산당 서열 10위 권에 있는 시진핑의 경제 책사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서, 리펑 총리가 표면적으로는 경제 수장이지만, 경제 실세는 허리펑으로 알려져 있다.

샤먼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허리펑은 푸젠성(복건성) 출신으로 시진핑이 정치 초년 시절 푸젠성 성장으로 발령을 받은 1997년부터 시진핑을 보좌한 인물이다. 시진핑은 과거 문화혁명 당시 숙청된 아버지의 핸디캡으로 변방인 푸젠성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바로 대만을 마주보는 이 푸젠성을 대만에 밀리지 않는 도시로 만들라는 미션을 달성한 것을 인정받아 시진핑은 저장성, 상하이를 거쳐 2007년 중앙 정치무대에 올라서게 됐다. 시진핑 정치여정의 발판이 된 푸젠성 개발의 주역이 바로 허리펑이었고 현재도 시진핑의 경제 책사 노릇을 하고 있다.

파운드화 공매도로 영국을 금융위기에 빠트린 투자의 귀신 베센트, 시진핑의 첫 시험대인 푸젠성 개발을 성공해 30여년 시진핑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허리펑 두 실력자들 간의 대결이 이번 주말 세계의 관심 속에 열리고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 수치들이 크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트럼프가 관세폭탄을 선언한 4월 2일 이후 느닷없이 90일 간의 유예와 함께 상호관세 협상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결론이 난 협상이 없는 와중에 미중 스위스 협상을 앞두고 갑자기 영국과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분히 미중 협상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제스처로서 미국이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영국에 대해 상품무역에 있어서는 오히려 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미국의 영국에 대한 수출은 799억달러이고 수입은 681억달러로 미국은 오히려 연간 118억달러의 상품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굳이 관세전쟁으로 이득을 볼 대상국이 아닌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영국과의 관세협상은 알맹이가 없고, 다만 영국이 보잉사 항공기 100억달러어치 수입과 소고기와 농산물 등 수입확대 정도의 부담을 질 뿐이다. 영국에 대한 관세 축소와 삭감을 하기로 한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은 영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이번 협상은 별 의미가 없는 쇼잉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무역전쟁 대상국인 중국을 상대하는 협상을 앞두고 일부 우군도 필요하고 중국에 대해서도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기존 145% 관세에 대해서도 입장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밤인 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대중 관세를 50~54%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베센트는 “145%라는 관세율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미중 협상 전에 관세율 후퇴를 예고한 바 있고, 트럼프도 145% 관세는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라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생활용품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가 이미 미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민심도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장난감 유통제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인 상황에서 장난감 덤프트럭 가격이 기존 30달러에서 145% 관세 부과시 80달러까지 치솟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에는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 CEO들이 트럼프를 방문해 대중관세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졋다.

문제는 미국이 분위기 잡는 용으로 슬쩍 꺼낸 50%대의 관세를 중국이 받아들일 것 인가다. 미국은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다급해진 미국의 모습을 본 중국이 과연 첫술을 뜰 것인가가 관건이다. 시간은 중국의 편에 있다는 것이 여러 정황 흐름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관전포인트는 관세율 조정 폭과 위안화 절상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 논의가 시작된다면, 원화 절상은 당연하고 글로벌 환율은 그야말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월요일 주식시장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