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21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6월 3일 치러지게 됐는데, 앞으로 딱 50일 남긴 상황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독주로 정해지는 데 반해, 여당은 후보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제공이 여당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정권교체론이 약 60%로 압도적이어서, 여당에서는 누구를 내보내야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와중에 후보 선정을 시장에 맡겨도 될가말까인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선수를 고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위험수위를 넘어가는 우를 범할까 우려가 된다.

그 중 대표적으로 헛발질을 하는 것은 한덕수 추대론이다. 모양이야 적당한 과정을 거치겠지만, 결국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대선을 치를 생각이 여당 지도부를 포함해 다수의 국회의원들의 생각인 것 같다.

한덕수의 자질은 논외로 하고, 한덕수가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가면서, 어쨌든 정부는 대선 관리자 역할을 해야하고, 심판자 역할을 하게 됐다. 한덕수는 결국 관리 총 책임자이면서 심판장인 것이다. 심판이 갑자기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유니폼에 등번호 박고 운동장으로 뛰어나오면 그 다음 심판은 누가 맡는단 말인가?

그런 정부와 여당을 조용히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어느정도나 인정해줄까.

두번째, 세계는 트럼프 시즌2를 맞이해 엄청난 불확실성과 관세폭탄을 앞세운 트럼프의 폭력적 정책으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 낀 그리고 인접한 일본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경제정책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불확실성에 노출돼있다.

그나마 한덕수 총리가 본인에 대한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 없는 자리를 대행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4월과 5월을 본인이 버텨줘야 할 자리를 버려두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판단일까?

그 사이에 무슨 경제적인 또는 글로벌 군사적인 사태라도 벌어지면 어쩌려고

세번째,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셈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문수가 되든 한동훈이 되든 홍준표가 되든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각 국회의원들의 득실 계산이 모두 다른데, 비교적 정치색깔 없고 계파 걱정 덜한 한덕수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동안 각자의 허물이 상당수 감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많은 국회의원들이 한덕수 추천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결국 허수아비 대통령 세워놓고 자기들 마음대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것인데, 국민들이 그런 허수아비 대통령을 만들어 주는 데 동참할 리 만무다.

네번째,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기대감만으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시험 성적표 한 번도 없고 정치 역량에 대한 검증이 안된 윤석열이 결국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망신스러운 짓을 하는 바람에 현재 나라가 휘청거리게 됐다. 정치역량 검증안된 한덕수에 대한 믿음은 윤석열 학습효과로 인해 결국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당한 배신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헌재에서 무산이 된다해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인 한덕수가 대선후보로 나선다고?

다섯번째, 한덕수를 후보로 결정하는 것은 민주정당을 표방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주장해온 국민의힘이 결국 게임의 룰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꼴이 된다.

15일까지 등록한 국민의힘 후보들 중 1, 2, 3차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데, 한덕수가 차후에 무소속으로 나와 단일화 경선을 치른다면, 게임의 룰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당대 당 합당을 통한 단일화가 아닌, 같은 여당 간의 단일화라는 것 자체가 웃기는 룰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중시한다면서 민주당의 이재명 독주체제를 비난해왔던 국민의힘이 선거전에서 명분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한덕수의 대통령 출마에는 걸림돌이 많다. 최근 한 대행이 상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벌들을 옹호하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기업 이사회의 역할을 대주주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 일반 주주의 이익도 살피는 ‘밸류업’ 기능으로의 확장을 막아버린 것이다.

여기에 어쨌든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당시 총리의 자리에 있었고, 윤 전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얼마든지 연결지어서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론이라는 대세 속에서 그나마 망신이라도 덜 당하려면, 꼼수를 벗어나 투명하게 시장의 원리를 존중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준비 기간도 짧고 준비해 놓은 선수도 별로 없는 가운데, 이번 대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 그리고 당원들 모두 백의종군 해도 모자랄 것이다. 이 와중에 색깔 따지고 계산기 두드려봐야 무덤 숫자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당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을 살려줄 인물을 뽑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치 참 못하는 당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