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너머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가 펼쳐져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27일 저녁 8시에 21대 대통령 후보들 간의 3차 토론이 벌어진다. 주제는 ‘정치양극화 해소방안’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정치개혁과 개헌, 외교·안보 정책 분야를 다룬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시급하게 해소해야 할 양극화는 정치양극화보다 ‘아파트값 양극화’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양극화라는 것은 정치적인 구도에 따라 상황이나 판도가 수시로 바뀌기도 하고, 국민들이 심판자로서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면 어느 순간에 균형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개인 자산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의 양극화는 단순한 처방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자질의 최우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원을 훌쩍 넘겼고, 서울 중에서도 강남의 평균 아파트값은 30억원을 넘었다.

현재 아파트값의 양극화는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데, 서울과 지방간에 그 차이가 심해졌고, 서울에서도 한강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의 차이가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3억2천965만원에서 이달 13억4천543만원으로 한 달 새 1천577만원이 올랐다. 1월 12억7천503만원과 비교해서는 7천만원이나 올랐다.

전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5억2천543만원이었으며, 수도권은 7억7천18만원이다.

서울 상위 20% 아파트(5분위)와 하위 20% 아파트(1분위)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5월 11.6배를 기록했다. 2008년 12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0억942만원으로, 처음 30억원을 돌파했다.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9천44만원이었다.

강남이 대부분인 서울 상위 20% 아파트값은 특히 올해 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이은 재지정으로 불을 질렀다.

올해 2월 급작스럽게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으로 대표되는 강남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신고가가 속출했고, 화들짝 놀란 오 시장이 45일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지만, 언제든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는 기대감으로 수요가 몰려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비 강남과의 격차를 시간이 갈수록 벌리고 있는 것이다.

강남 발 집값 상승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지만, 상승폭에 있어서 강남이 비강남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오 시장이 쏘아 올린 ‘똘똘한 한채’로 인해 서울 부동산시장은 양극화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됐다.

부동산R114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 한강 남쪽과 북쪽간의 아파트값 격차가 극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서울 한강 이남지역 11개 구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5334만원인데 반해 한강 이북 지역 14개 구의 평균은 3326만원으로 단순 비교로 2008만원 차이가 나고 있다.

이제는 서울도 같은 서울이 아닌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야 한다. 한강 북쪽이냐 남쪽이냐로 갈리고, 강남 중에서도 강남3구냐 아니냐로 갈리고, 강북에서도 마용성이나 아니냐로 갈리게 됐다.

5분위배율이 11.6배라고 하면 하위 20% 아파트 11.6채를 팔아야 상위 20% 아파트를 살수 있다는 얘기인데, 과도한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심각한 사회양극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아마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나, 경기둔화 해결책을 내놓는 것보다 아파트값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으로 크게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 올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젊은 세대를 영끌하게 만들 것이고,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정상적인 생활의 의욕도 상실하게 만들 것이 뻔하다. 결국 한국사회의 미래를 망가트리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에서 별도 주제로 부동산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부동산이 만사다. 우리나라 집값은 항상 강남이 오르고 이어서 주변부로부터 점차 확산되면서 지방으로까지 상승추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경기는 둔화하는데 집값은 상승한다면 그것은 바로 거품이고,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거기다 역대급 양극화까지 겹친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시절처럼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인기 걸그룹 로제의 ‘아파트’곡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번 대선 홍보용 노래에도 인용되고 있다. 아파트가 정치의 전부가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참으로 우려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