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만들어진 영화 <Bugsy>. 1940년대 마피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키파우버 청문회(The Kefauver Hearings)란 것이 있었다. 이스테스 키파우버(Estes Kefauver 1903~1963) 상원의원이 1950~51년간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열었던 조직범죄에 관한 청문회였다. 여기에 소환되어 나온 프랭크 코스텔로 등 마피아 거물들은 헌법 수정 5조를 들어서 진술을 거부했다. 이 청문위원회는 1947년 여름에 LA에서 카빈총을 맞고 살해당한 벅시 시걸(Bugsy Siegal 1906~47)의 연인으로 유명한 버지니아 힐(Virginia Hill 1916~66)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증언대에서 나온 버지니아 힐은 자기는 조직범죄를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한 상원의원이 버지니아에게 “당신이 왜 그렇게 유명한가?"고 물었다. 그러자 버지니아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답했다. "Senator, I'm the best c***sucker in town, Sir."
키파우버 청문회는 TV로 중계가 되고 있었는데, 이 장면은 미국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우연하게 이 장면을 TV로 본 아이들은 엄마한테 'c***sucker'가 무어냐고 물어보고, 엄마들은 당황해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부터 키파우버 청문회가 열리면 시청율이 뜨거웠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이 청문회 TV 중계를 보지 못하게 하느라고 고생을 했다. 여하튼 간에 버지니아 힐의 발언은 마피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 로버트 케네디도 키파우버 청문회를 보고 조직범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벅시 시걸과 버지니아 힐이 라스베이거스에 플라맹고 카지노 호텔을 세우다가 마피아 최고회의 결정으로 살해되는 과정은 영화 <Bugsy>(1991년)에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벅시 시걸과 버지니아 힐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시켰다. 미남이고 옷을 멋지게 입는 벅시 시걸은 여러 사람을 직접 살해한 잔인한 킬러였고, 버지니아 힐은 자신의 말대로 그런 재주가 뛰어난 여인이었다. 어제 토론 방송 중 발생한 사건은 1951년 청문회에서의 버지니아 힐 발언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