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6일 압구정 아파트 단지 앞에 개관한 '압구정 S.Lounge'. 압구정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정식 도전장을 내면서 현대건설과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올해 들어 5월 6일 현재까지 5조원 이상의 정비사업 수주를 해 업계 단연 1위 수주고를 자랑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이 국내 아파트 1번지로 불리는 압구정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수주전을 본격 가동해 건설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1월 공사비 1조6000억원 규모의 한남4구역 재개발 공사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지역 정비사업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5월 현재 5조213억원의 정비사업 수주실적을 낸 삼성건설 6일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인 ‘압구정 S.Lounge'를 개관하면서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건설에 따르면, 이 전시관을 통해 삼성건설이 그리는 향후 주택 단지의 모형도와 설계 개요 등 차별화된 기술과 사업 경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미래 비전을 영상과 프리젠테이션으로 소개한다.

특히, 세계 최고 높이 1위 UAE 부르즈 할리파(828m), 2위 말레이시아 메르데카 118 빌딩(679m) 등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을 성공적으로 시공한 경험을 비롯해 넥스트홈,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력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정비 사업에도 이 같은 혁신 기술을 접목시킬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건설, 현재까지 서울 중심으로 정비사업 수주 5조 초과

지난해까지는 주택공사 수주에 소극적이어서 한때는 래미안 브랜드를 포기한다는 말까지 나왔던 삼성건설이 올해 들어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주택수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왔다.

실제 현재까지의 삼성건설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5조213억원으로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총액인 3조6398억원을 훌쩍 튀어넘었고, 올해 수주 2위인 롯데건설 2조5313억원과 3위 GS건설2조1949억원 등의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롯데건설과 GS건설이 서울 이외의 지역 수주까지 합한 것에 비해 삼성건설은 주로 서울에서 수주한 것이어서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이번에 삼성건설이 홍보관을 개관하고 도전장을 낸 서울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은 올해 정비사업시장의 최대어로서 현대건설이 그룹의 사활을 걸고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젝트다. 단지명이 현대아파트인 만큼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시발점이 된 단지이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분사해 오늘날 대형 주택전문 건설사로서의 명가를 이어가게 된 계기가 된 단지로서의 의미가 크다.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압구정 2구역은 6월 입찰공고를 낼 예정으로 9월 시공사 선정이 예상된다. 최고 65층, 2571가구에 공사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곳으로 삼성건설에 앞서 이미 현대건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공을 들이고 있다.

압구정 4구역은 기존 1341가구 규모의 현대•한양아파트 19개 동을 1800여 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2000가구 미만으로 단일 시공 부담이 적고 한양 3•4•6차와 현대 8차가 섞여 있어 상대적으로 ‘현대’ 이미지가 약해 복수의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DL이앤씨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삼성건설의 추가 도전도 예상된다.

한때 래미안을 포기할 정도로 주택사업에서 손을 뗄 듯 했던 삼성건설이 올해들어 주택사업 특히 서울 정비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삼성건설의 내부 사정이 상당히 악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건설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내부발주 공사만으로도 조직을꾸려갈 수가 있었고, 그에따라 민원이 많고 경기 부침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주택사업을 자제했지만, 근래들어 삼성전자가 위축되면서 투자가 줄어들게 돼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운영중인 건설현장 1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내부사정

실제 운영되는 현장이 회사 전체적으로 10여개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나올 정도다.

주택사업 수주잔고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해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로부터의 수주물량 역시 지난해 8조2000억원에서 올해 6조7000억원으로 20%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어서 일감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룹사 내부 수주물량은 2023년 12조2000억원에서 계속 줄어들어 불과 2년 만에 수주물량이 반토막 난 상황이어서 자칫 매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삼성건설의 주택사업이 쪼그라들면서 관련 가전제품 수요가 대폭 줄어 삼성전자의 가전부문 실적도 악화됐다는 그룹사 민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가전부문은 매출에서는 LG전자에 앞섰지만 영업이익에서는 LG전자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LG전자 가전분야는 매출 48조4324억원에 영업이익은 2조3605억원을 거둔데 반해, 삼성전자 가전분야는 매출 56조5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가전분야가 LG전자에 비해 덤핑장사를 했다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줄이면서 삼성 가전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줄어 덤핑영업을 하다보니 영업이익이 크게 저하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삼성 가전 살리기 위해 래미안 매출을 늘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건설이 그간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이었다가 지난해 말부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래미안’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은 우선 건설사업장이 급격하게 축소돼 직원들이 갈 현장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삼성건설은 서울의 입지 좋은 곳에 올인하고 있는데, 향후 공사관련 원가상승 요인을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원자재가가 상승했을 경우 공사비 증액을 할 만한 곳 중심으로 수주전에 나서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