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오리무중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30 09:52 | 최종 수정 2024.06.30 20:06 의견 0
한국은행 사진=수도시민경제

미국 금리인하 예상시점을 두고 올 초만 해도 전문가들의 70%가 올해 6월로 점쳤었고,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6월 인하시점을 예상하는 전문가들 비중은 50%대였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예상했던 6월이 다 지나간 현재, 이제는 9월 인하시점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러다가는 올해 금리인하는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내년 상반기 전망론이 힘을 얻게 생겼다. 미국 금리인하는 우리나라 금리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나 민간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이 금리인하 시점을 자꾸 늦추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칫 인플레이션 재반등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이유를 들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FED(미국연방준비위위원회)가 최소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유일하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다는 의미로서 FED가 금리 인하에 돌입하기 전 물가안정목표 2% 달성을 위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가장 큰 우려 사항인데 올 4분기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금리를 내리거나 내리지 않거나 오히려 올리거나 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필요한데 근거는 다양한 지표다”고 말했다

결국 뜨거운 미국 경기로 인해 미국 금리인하 시점이 점차 늦춰지는 분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고용시장은 다소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주 2주 이상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83만9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8000건 늘었다. 반면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3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6000건 감소했다. 미국 노동시장이 과열에서 벗어났다고 났다는 시각과 아직 식지 않았다는 시각이 엇갈리는 이유다.

FED는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해왔기 때문에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금리인하의 기초요건에 해당된다.

결국 미국 경기흐름의 견조함 정도와 물가수준 그리고 고용시장 동향에 따라 금리인하 시점과 횟수가 정해질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경기 호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 우세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인하 시점을 잡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현재 시중에 풀린 돈이 4000조원을 넘어서 넘치는 유동성으로 물가는 물론 집값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광의통화(M2)는 4013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000조원을 넘어섰다.

설사 미국이 올해 9월이나 연말에 금리인하를 단행한다 해도 우리나라는 금리인하를 하기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자칫 인플레이션과 함께 상승세로 돌아선 집값에 불을 댕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버블이 심해질 경우 시장과 경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금리를 내릴 수도 없고 PF등 리스크로 인해 안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국내 경제상황이 깊고 어두운 터널로 계속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 모두 몇 점이나 줄 수 있을 지…

어쨌든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금리인하 논의는 점점 더 어려운 형국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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