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기중인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들. 사진=현대차

미국 트럼프 발 관세폭탄이 세계 무역 질서를 급속도로 보호무역주의로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환율과 관세폭탄에 크게 노출된 현대자동차가 안으로는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장벽에 부딪혀 험난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걱정이 앞선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될 현대차 노조의 임금교섭 협상안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안고 있는 글로벌 리스크를 외면한 노조 잇속 챙기기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상생의 모습은 고사하고 자칫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현대차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현대차 측에 제시할 임단협 요구안을 채택했는데, 지난해 과도한 수준의 성과급과 각종 수당의 인상까지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등을 사측에 제안했었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 원, 품질 향상 격려금 100%와 주식 20주 지급 등과 격차가 컸었다.

특히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의 주요 쟁점은 정년을 64세까지 연장하는 것이었는데, 사회적 합의 추이를 보면서 정하기로 일단 유예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올해 역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64세 연장은 2023년부터 주장하는 사안으로 올해 3년 째 주장하는 것이다.

정년 64세 연장은 국민연금 지급시기 조정과 연계된 것으로, 아직 국민연금 관련 개편안이 나온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노조는 선제적으로 정년연장을 3년 째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 생산직에 한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가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임금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지난해 7월 양 측은 기본급을 4.65%(11만2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하고, 성과급 500%에 1800만원, 주식 25주를 지급해 총 4500만원 상당의 보상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노조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조가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합원들은 60.5%가 올해 성과급에 대해 '3500만~4000만원'이 적절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회사에선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품질충당금을 1조1811억원이나 추가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이익을 냈다"며 "성과급을 지급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75조2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으로 5.9% 감소한 상태에서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항이다.

실제 현대차는 2023년 직원 7만2689명에게 7조6487억원을 지급했지만, 지난해에는 직원 수가 7만5137명으로 늘고 평균 연봉도 1억2400만원으로 오르면서 총 인건비가 9조3343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인건비가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 외에도 ▲정년 연장 ▲연구·일반직 임금체계 변경 폐기 ▲상여금 통상임금 재합의 ▲직원 차량 할인 소득세 보전(퇴직자 포함) ▲해직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인 현대차의 허점을 노조가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트럼프 관세가 지난 4월부터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8억9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6% 감소했다. 미국이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차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면서 미국 수출이 감소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대미 관세 25% 적용에 따른 올해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액 감소 예상치는 9조294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의 대부분은 현대차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달러당 1477원 하던 환율은 29일 현재 1380원으로 약 6.6% 하락했고, 외환 전문기관에서는 연말 1300원대 초반까지 원화 절상을 예상하고 있다.

연말 환율이 1300원까지 내려갈 경우 환차손으로만 12% 손실을 입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율 변동이 결국 현대차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자료도 나왔다. 현대차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대비 원화 환율이 5% 떨어지면 현대차의 순이익은 1595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밖으로는 트럼프 발 관세폭탄과 환율 압박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안으로는 노조가 철밥통을 열어놓고 채워달라고 보채고 있다. 캐즘까지 겹친 상황에서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리는 분위기다.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 생산직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매년 노조의 요구조건을 보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이익의 상당부분을 기술이나 시설 등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현재 남은 것을 나눠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현재 현대차 상황을 볼 때 지나친 요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