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사

정-비-공, 세상에는 '정답도 없고, 비밀도 없고, 공짜도 없다'는 말의 머릿글자를 딴 단어다. 정비공이 세상의 진실임을 늘 알아야 한다. 다음은 서울시가 내놓은 '기후동행카드'의 현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말은 늘 "정치인과 관료가 세금을 제 마음으로 쓰겠다"는 말로 번역해 읽어야 한다. 그걸 읽지 못하면 '포퓰리즘의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서울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의 올해 1분기(1∼3월) 운송손실금은 523억4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각한 재정문제가 노출됐다. 손실금은 시와 운송기관이 분담하는데 시 부담금만 따져도 305억 원에 달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을 내면 서울시 버스, 지하철,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이다. 구입 비용을 초과하는 사용액이 운송손실금이다.

반면 경기도의 ‘The 경기패스’는 같은 기간 55억6000만 원, 인천시의 ‘인천 i-패스’는 10억6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는 경기패스가 134만 명으로 기후동행카드(77만 명)보다 약 1.7배 많았다.

서울시의 손실금이 유독 큰 이유는 서로 다른 운영 방식 때문이다. 경기와 인천 패스는 정부의 대중교통 지원 사업인 ‘K패스’에 지역 패스를 통합 연계한 후불 환급형 방식이다. K패스는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패스로, 이용자가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60회까지 지출액의 일정 비율을 환급한다. 경기와 인천의 패스는 이 K패스의 틀을 가져와 월 60회까지는 일부 국비 지원을 받고 61회부터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K패스와 연계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제한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어 손실 부담이 전적으로 시와 운송기관에 돌아간다. 지난해에도 기후동행카드는 총 1035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교통패스를 운영 중인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 중 중앙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대중교통 적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버스의 경우 버스 회사가 취약 지역 노선을 유지하는 등 공공성을 지키는 대신에 시가 버스 적자를 메워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버스가 방만 경영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교통공사(지하철)의 누적 적자도 18조9222억 원에 달한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음 달부터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150원 인상되는데, 그러면 기후동행카드 손실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이날 기후동행카드에 211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선심성 공짜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고질적인 교통체계가 심각한 적자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어 자칫 교통체계 왜곡으로 인한 일반 시민들의 발이 묶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과연 자기 돈이면 그렇게 사용했겠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금을 가지고 공짜 생색을 내다가 적자의 늪에 빠지는 악순환에 들어간 경우다. 한번 받은 혜택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정상화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데, 참으로 걱정이다.

코라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