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이후 딱 1년여 만에 신동아건설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면서 건설업계의 장기 침체가 결국 건설사 존폐문제로까지 번졌다.
2023년 11월 28일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이어, 2025년 1월 6일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니, 딱 1년 여 만에 100대 건설사 중 두 곳이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주택사업에서의 비분양 및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금악화로 인해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태영건설은 당시 부채비율 478.8%인 상황에서 서울 성수동 오피스텔 개발사업과 관련한 480억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고, 신동아건설은 부채비율 428.8%인 상황에서 지난해 말 돌아온 어음 60억원을 갚지 못해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이었다.
이들 두 회사 외에도 상당수 건설사들이 늘어나는 부채와 자금난으로 사업을 내려놔야 할 위기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건설업계의 찬바람은 한겨울 바람보다 더 싸늘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의 미분양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올해 내내 아파트 미분양발 건설사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13일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 1월까지 분양한 전국의 아파트 단지들 대부분이 심각한 미분양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지난주 말 청약을 받은 대방건설의 부산 ‘에코델타시티 대방 엘리움 리버뷰’는 469가구 모집에 140명만이 신청해 0.29대 1의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1월 3일부터 청약을 받은 천안 ‘두정역 양우내안애 퍼스트로’ 406가구 모집에 63명 신청, ‘세종 번암리 리치빌 1, 2, 3차’는 131가구 모집에 32명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청약을 받은 충남 ‘청양 금성백조 예미지 퍼스트클래스’ 178가구 모집에 31명, 대우건설이 전남 순천에서 분양한 ‘순천 푸르지오 더퍼스트’ 558가구 모집에 156명, 순천 ‘지에이그린웰 하이드원’ 464가구 모집에 125명, 순천 ‘한양립스 파크포레’ 205가구 모집에 98명 신청해 심각한 미분양 행진을 이어갔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현상이 크게 늘었다. 한양이 분양한 ‘평택 브레인시티 수자인’ 864가구 모집에 94명,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이 분양한 ‘경기 브레인시티 푸르지오’ 1933가구 모집에 312명, 디엘이앤씨가 분양한 ‘e편한세상 동인천 베이프런트’ 429가구 모집에 240명, 인천 ‘인하대역 푸르지오 에듀포레 548가구 모집에 401명, 한신공영이 분양한 ‘평택 브레인시티 한신더휴’ 887가구 모집에 440명, 경기 ‘덕계역 한신더휴 포레스트 709가구 모집에 97명 신청 등 수도권에서도 심각한 미분양 현상이 줄을 이었다.
이상은 청약경쟁률 1대 1 이하의 절대적인 미분양 단지들을 예로 든 것인데, 서울 분양 단지 외에 대부분 단지들이 미분양이었고, 초기 청약경쟁률이 1대 1 미만인 이 단지들은 준공후 미분양인 악성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자체조달하게 되면서 자금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견건설사들 상당수는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어 이들 중견건설사들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금호건설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40.49%인데, 1년 전인 2023년 12월 기준 260.22%에서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해 부채리스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3분기 기준 559.56%인데, 이 회사 역시 1년 전 364.27%에서 급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부채비율 300%을 넘긴 건설사들은 HJ중공업 498%, 두산건설 338%, SCG이앤씨 308.99% 등이 위험군에 들어가있고, 250% 이상 건설사들로는 효성중공업 284.7%, HL디앤아이한라 269% 등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들은 재무적 리스크가 절대적으로 높은 위험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미분양과 함께 몰아닥치는 건설공사비 인상 여파도 훨씬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25년 건설산업 7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2024년 4분기 이후 실적 하락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보면서 지난해 11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가 130.2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공사비 급증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1월의 100.97보다 29.0% 상승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공사를 하고도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된 상황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이러한 공사비 급증 현상으로 부도나 폐업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해 부도 건설사는 29곳으로 2019년 49곳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특히 그 중 25곳인 86.2%가 지방소재 건설사였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 미분양 증가, 공사비 증가 등으로 건설사들의 재무적인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커진 2025년이 시작돼 향후 건설사 리스크발 국내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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