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의 자존심을 건 싸움의 결과가 5일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8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관련 시공사 선정을 위한 4차 조합총회가 열린다.
조합원들의 여론이 거의 비슷하게 양분된 가운데, 막판까지 조합원 민심을 얻기 위한 두 회사의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자칫 과열에 따른 건설사 손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공사비, 공사기간, 금융조건 등 기본적인 사업계획은 제안서를 통해 제시된 상황에서, 막판 디자인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12일 두 회사 모두 최종 디자인 경쟁의 핵심으로 현대건설은 아파트 꼭대기에 ‘한강뷰 수영장’을, 삼성물산은 ‘지하공간 혁신설계’를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꼭대기’, 삼성물산은 ‘지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인피티티풀은 30블록에 스카이브릿지를 만들어 건물 사이를 잇고, 여기에 인피니티풀을 만드는 등 모든 블록마다 ‘스카이 커뮤니티’를 배치하는 것이다.
34블록 스카이브릿지에는 필라테스, 스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31블록에는 스카이 바, 32블록에는 스카이 레스토랑, 34블록에는 스카이 테라스를 구성하는 등 각 블록 최고층마다 개성 있는 콘셉트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한편 지하에는 유아 풀과 물놀이 시설을 갖춘 630평 규모의 워터파크를 따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이 밝힌 지하공간 혁신설계는 지하공간을 단순 주차장이 아닌 입주민이 소통하고 생활하는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지하 주차장에 자연채광이 가능한 드라이빙 라운지, 어바웃 회차 공간, 드롭-오프 존을 통해 손님 접객과 아이들의 통학 등에 특화된 공간으로 만들고, 홈닉·비즈니스·패밀리 라운지 등 입주민 전용 서비스 공간도 계획했다.
그리고 전기차 등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 공간도 마련하고 주차 관련 AI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두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1, 2위이지만, 과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기 전에는 현대건설이 부동의 1위였기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아직도 순수 건설시공능력으로는 현대건설을 맏형으로 부르고 있어, 현대건설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도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유리한 여론이 형성됐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대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막판까지 새로운 유인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두 건설사가 제시한 조건들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자금 측면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삼성물산은 독립된 개념의 단지내 상가를 통한 특화설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진행된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의 3차 합동설명회를 통해 그동안 두 건설사가 제시한 내용에 대한 조합원들의 질의응답이 있었는데, 두 건설사의 주요 제안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단지명에 있어서 삼성물산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을,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한강’을 브랜드로 내세웠다. 래미안의 경우는 프리미엄브랜드를 별도로 두지 않는 반면, 현대건설은 프리미엄브랜드에 ‘디에이치’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비는 삼성물산은 1조5695억원, 현대건설은 1조4855억원을 제시했다. 3.3㎡당 각각 938만원, 881만원 수준이다. 세대수는 삼성물산이 조합 제시보다 29세대 늘어난 20층 2360세대, 현대건설은 조합 제시안보다 83세대 줄어든 19층 2248세대를 제안했다. 공사 기간은 삼성물산이 57개월, 현대건설이 49개월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모두 모든 조합원 세대가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모두 내진설계 및 층간소음 등을 설계에 포함시켰다.
커뮤니티 시설에 있어서 현대건설은 한강변에 최대 300m의 더블 스카이 브릿지와 인피니티풀 등 블록별 커뮤니티를 구성했고, 삼성물산은 서울시청 잔디광장 6배 면적의 커뮤니티를 조성해 명품학권 조식카페, 테니스장 등 시설을 넣기로 했다.
결국 두 회사간의 경쟁은 현대건설이 강조하는 조합원들에 대한 이익 보장과 삼성물산이 내세운 설계특화 간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내세운 조합원 가구당 1억9000만원 상당의 이익 확보와 공사기간 단축이라는 실질적으로 조합원 생활과 관련 있는 조건과, 삼성물산의 특화상가를 비롯한 설계를 강조한 것 간의 경쟁으로 보인다”면서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란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별도로 브랜드 관리를 해온만큼 브랜드를 따지는 현재 우리나라 분위기 상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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