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월 만의 금리인하, 부동산시장 영향은?

-서울 아파트 평균거래 금액, 10월 8억7040만원으로 올해 처음 10억 밑으로 내려가
-거래량 급감, 12일 현재 10월 거래량 252건, 9월은 5000건 미만 전망, 매물도 쌓여
-“서울 아파트값 한계에 와, 오히려 지방 부동산 불경기가 서울로 전이될 가능성 높아”

이주연 기자 승인 2024.10.12 12:15 | 최종 수정 2024.10.12 13:13 의견 0
서울 서초구의 고가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3.25%로 0.25%p 인하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다소 완화된 반면,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지난 9월 미국이 0.50%p 빅컷을 단행한 것에 비해서는 인하 폭이 적지만 아직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1.75%p 벌어져있어서, 여전히 외환시장과 함게 국내 증권시장의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11월 예정된 미국 FOMC의 예상 금리 조정에 대한 시장 전망이 빅컷에서 베이비컷 쪽으로 옮겨가면서, 이번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고민했을 수 있겠지만, 국내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금리인하 쪽으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회환시장 리스크도 줄어든 반면,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풀 꺾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놓고 보면 올해 추가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3개월 내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선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3개월 후 3.2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동안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장 우려했던 점은 집값 상승이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주 까지 26주 연속 상승 중이고, 특히 서울 강남 4구를 비롯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인기 지역에서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 갱신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은행 총재가 강남 집값을 잡기위해서는 강남지역 학생의 서울대학교 합격 쿼터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을까. 강남에서 서울대학교 합격률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돈있는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보면, 금리인하로 인한 시장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금리보다는 경기와 심리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서울 거래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10월 들어서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점에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12일 기준 8억7040만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 10억원 아래로 내려갔다. 9월 평균 거래 가격은 11억4888만원, 8월 12억514만원, 7월 12억3044만원으로 지난 6월 12억4833만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후 매월 낮아지다가, 10월 들어 10억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경기가 가장 나빴을 때의 10억3553만원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12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52건에 불과하다. 10월 최종 통계치는 11월 말까지 신고분을 합산해야 하고, 10월 초 징검다리 연휴가 있었지만 거래량 하락세가 눈에 띄게 주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7월 8914건을 기록한 후 내리막을 타고 있는데,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7월 올해 최고 거래량을 기록한 후 8월 6177건으로 떨어진 후 9월은 12일 현재 2392건을 기록중이다. 10월 말까지 집계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5000건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5000건 이하는 올해 4월 4613건 수준으로의 회귀를 말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번 금리인하 배경으로 아파트 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상승률 둔화를 거론했다. 그는 11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9월이 7월 대비 2분의 1 수준이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 1 수준이라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이후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은 7~8월까지 주택 거래량 때문에 증가했다가 10~11월 내려갈 것”이라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거래량 감소에 따라 매물 해소가 안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테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5019건으로 매물이 가장 많이 쌓였던 지난 5월 15일 8만5595건에 근접했다. 8월 한때 7만7000건대까지 줄었던 매물은 거래량 감소에 다시 늘어나고 있다.

거래량은 급격하게 줄고, 매물은 쌓이는 가운데,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크게 떨어지면서 오히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얼어붙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수세가 약해졌고, 비싼 아파트는 안사고, 그렇다 보니 거래량이 급감하는 전형적인 부동산 불경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금리인하가 집값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 아파트값은 전고점에 다다른 만큼 더 이상 상승 동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고, 그런 조짐이 이미 거래량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오히려 서울 이외의 지방 부동산 불경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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