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기업들은 초비상…신년사에 나타난 비장함

-역대 최대 수출실적에 2년연속 무역적자 탈출 등 실적에도 글로벌 경제 불안 예고
-재벌 총수들, 신발끈 고쳐매고, 어려움 극복할 용기를 내고, 혁신과 도전 강조

이주연 기자 승인 2025.01.02 17:19 | 최종 수정 2025.01.03 09:58 의견 0
삼성전자 본사 사옥. 2025년 을사년은 어느 해보다 글로벌 경제 변동성이 강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출량의 20%가 넘는 반도체 수출의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겨울'에 빠져들면서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부분 기업들이 비상체제에 들어가고 있다. 2025년 주요 국내 그룹사 신년사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결연한 의지가 만영돼있다. 삼성의 이재용 회장은 올해도 신년사 없이 주요 계열사별 부회장단 신년사로 대신한다. 사진=수도시민경제

고환율이 우리나라 경제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2024년 수출 증가와 수입감소 현상으로 수출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고, 2년 연속 무역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등 환율 상승효과를 봤지만, 향후 글로벌 경제흐름이 심상치 않아 을사년을 맞이하는 기업 총수들이나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에 비장함이 묻어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6838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실적을 올린 반면, 수입은 다소 줄어들어 무역수지는 2022년 2023년 연속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순위는 세계에서 두단계 상승해 6위, 수출증가율은 상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9.6%를 기록했고, 무역흑자 규모는 전년 적자에서 621억달러 개선된 51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수출이 늘어난 효자 품목은 컴퓨터 76.7%, 반도체 43.9%, 선박 17.6%, 바이오헬스 13.1%, 무선통신기기 11.1% 등인데, 특히 반도체는 1819억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해 최고의 효자품목의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다소 줄었고, 석유 및 석유제품들이 3~4%, 기계 및 철강이 4~5% 줄었는데, 캐즘에 빠진 이차전지가 16.5% 빠져 수출 타격을 가장 많이 입었다.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 취임을 20일 앞둔 을사년 첫날 기업 총수들과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 주요 키워드는 한마디로 ‘결연함’이었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4년 반도체 수출의 공신인 SK하이닉스의괄목할 만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주문을 했다. “뱀의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해가 되야할 것”이라면서 가죽을 벗는 고통을 이겨내는 혁신을 강조했는데, 그룹 신년사에서는 지난해 거문고의 줄을 단단히 바꾸어 매듯 긴장시켜 혁신하자는 뜻의 ‘해현현장(解弦更張)’을 강조한 데 이어 올해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내라는 의미의 ‘지난이행(知難而行)’을 강조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세우고, 도전과 변화의 DNA를 확보하자고 강조했는데, 전통적으로 급격한 변화와 관계가 먼 기업 치고는 의외로 ‘도전과 변화’를 들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내세웠다. 지난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와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는 시도가 불발돼 그룹 경영 구도에 비상이 걸려있고, 윤석열 정부가 무장해제 되면서 윤 정부의 중점 추진산업인 원자력발전소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세로 도전과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겨울의 주인공이 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수년 째 신년사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주요계열사 별 부회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위기돌파를 위한 의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일 열리는 신년하례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할 정의선 현대기아차 회장은 미국 트럼프 시대를 맞아 관세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은 상황에서 트럼피즘을 헤치고 나가기 위한 체제전환관 함께 지난해 강조했던 기업의 가치제고를 위한 노력을 재차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단체장들 역시 신년사를 통해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윤진식 무역협회장은 “무역환경을 점검해 수출현장 밀착형 사업 집중”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민생경제 회복 최우선”을,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신발끈을 다시 묶자”를,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장은 “통합과 협력”을 강조했다.

2025년의 국제정세는 트럼프 효과에 따라 많은 변수를 안고 시작하는 만큼, 정치적인 지형 움직임에 따른 글로벌 경제적 득실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해관계 역시 큰 변동성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관세를 최소 60%에서 최대 200%까지 물리겠다고 선언한 트럼프에 대항해 시진핑은 새해 들어서자 마자 자국업체의 전기차에 미국산 반도체칩을 싣지 않을 것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시작이다.

시진핑의 2025년 신년사의 키워드는 지난해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최선’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전기차,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의 지배력 강화를 내걸었다. 중점사업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일 만큼 미국에 대한 대항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러·우전쟁 역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금까지와 똑같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종식과 협상테이블을 위한 유리한 고지 점령을 내세웠다.

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자금부담 요구에 대해서도 유럽의 반응은 싸늘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안보 강화를 앞세우면서 상호주의 무역을 내세워 미국과의 대등한 조건에서의 교역을 강조했다.

푸른뱀의 해인 을사년, 을씨년스럽다란 말의 어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을사늑약이 떠오르는 해로서, 국제 무역 질서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각오 역시 비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결연한 의지와 지혜와 실력으로 국가위기와 글로벌 위기를 뛰어넘어 올해와 같은 무역실적을 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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