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24 노벨상은 ‘한강의 기적’ 그리고 ‘AI’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0.11 09:59 | 최종 수정 2024.11.30 11:09 의견 0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올해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하는 노벨상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한편 변곡점이란 생각이 든다. 우선 우리나라 문학인인 한강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점이다.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평화상은 정치적인 고려가 상당히 개입된 측면을 감안하면 실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우리나라 최초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상 수상자로 한강을 지명하면서 한강의 문학을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림원의 평가처럼 한강의 글은 운문과 산문의 조화가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의미가 크다.

한강 이전에도 우리나라 문학인이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드디어 노벨상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강은 2016년에 ‘채식주의자’란 소설로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해, 노벨상 수준의 문학성을 이미 인정받았다. 2016년 당시 노벨 문학상은 미국의 대중음악인인 밥 딜런이 영화 삽입곡 ‘Knockin’ on heaven’s Door(천국의 문을 두드려)란 노래 가사로 수상하면서 정통 문학인 이외인 의외의 인물이 수상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 역시 반전주의자로서 인간의 본성을 구원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사회적 제약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한계까지 넘어 식물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과 사회의 충돌을 그린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결이 비슷하다

올해 노벨상에 관심이 가는 대목은 우리나라 작가가 처음 노벨상을 받은 것만큼이나 순수에서 응용으로의 변화 흐름이다.

그동안 노벨상이 순수과학이나 정통성을 지닌 분야를 크게 인정해왔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응용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물리학상이나 화학상 분야는 그야말로 순수과학 분야의 성과를 중심으로 따져왔다. 그래서 순수과학에 앞선 일본이 이 분야에서 상당히 많은 수상자를 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은 순수과학이 아닌 완전히 응용과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모두 AI(인공지능) 분야이고, 세계 검색시장의 독점기업이면서 AI의 선두주자인 구글 관련 인물들이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구글의 AI 자회사인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와 딥마인드 연구원인 존 점퍼 박사,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등 3명이다.

허사비스 CEO는 2016년 밥딜런이 노벨문학상을 타고, 한강이 부커상을 탄 그 해에 한국을 방문해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대결을 벌여 AI의 가능성을 증명한 바로 그 인물이다.

이들 구글 멤버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알파고에 들어간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예측모델을 만들었는데, 인공지능을 가지고 인체 과학부문에 응용해 성과를 낸 것을 인정받았다.

물리학상은 역시 AI 관련 인물로, AI 머신러닝 시스템을 구축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논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제프리 힌턴 교수는 전 구글 연구팀장으로, 현재의 AI 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AI의 아버지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워싱턴에서 잠시 시간을 내서 캐나다까지 찾아가 만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실제 알파고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로서 인공지능을 교육시켜 진화시키는 시스템인 머신러닝을 개발한 인물이다.

그가 구글에서 AI를 개발해놓고 구글을 떠난 이유는 바로 AI가 만들어 낼 미래에 대한 공포와 환멸 때문이었다. 그는 구글을 떠나면서 “그동안 내가 한 AI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면서 “AI가 킬러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마치 노벨이 1866년 다이너마이트라는 폭탄을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이 폭탄으로 인해 전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전 재산으로 기금을 만들어 인류를 위해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노벨상을 만든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160여년 전 노벨의 우려는 2024년에 와서 재현되는 듯 하다. 힌턴 교수의 우려대로 킬러로봇으로 발전할 가능성 있는 AI 기술에 노벨상이 돌아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순수과학보다는 응용과학 쪽에 강점이 있는 나라다. 그래서 60~70년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 개발도상국 중에서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나라다.

앞으로 응용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스웨덴 한림원이 한국의 응용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노벨 과학상과 의학상에도 한국인 이름이 오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미 K-POP을 근간으로 하는 K-컬쳐가 글로벌 시장에 멍석을 깔아놓은 만큼 뭐든 그 멍석 위에서 춤출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래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이기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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