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데 이어 45일 만에 확대 재지정 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의 단초를 제공했다.

"서울 강남에 84㎡ 아파트를 가진 60대 중반 가장인 A씨의 고민은 요즘 자고 일어나면 올라가는 아파트값 때문이라고 한다. 3년 전 20억원 대 중반 하던 아파트값이 요즘 30억원을 넘어서 30억원 대 중반에 매물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은퇴한 입장에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팔고 좀 외곽지역으로 옮기면서 남는 돈으로 재테크를 할 까도 생각해봤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선뜻 팔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지금 강남3구를 비롯해서 용산, 마포, 성동구 등 집값이 뛰는 동네에는 A씨 같은 사람들이 다수차지하면서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매도자는 쏙 들어가고 매수자들 문의만 있는 상황이 되다보니 꼭 사야겠다는 매수자는 결국 매도자의 호가를 받아들이면서 신고가가 이어지는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은퇴자들은 강남 같은 비싼 아파트를 처분하고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관례다. 높은 보유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고, 돈이 있더라도 비싼 보유세를 내고 복잡한 도심지역에서 살기보다는 외곽에서 여유 있게 살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파트값이 터무니 없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에 대한 기대가 적고, 만일 그럴 경우에도 그에 따르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굳이 비싼 동네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금 팔고 나면 바로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빚을 내서 생활 했으면 했지 절대 손해를 보면서 팔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소득 없이도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깔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손해라는 것은 절대적 손해가 아닌 남이 더 벌 수 있는데 내가 좀 덜 버는 것을 말하는 상대적 손해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A씨 같은 사람들을 무수히 배출한 배경은 바로 낮은 보유세율과 높은 거래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로 버티면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팔 경우 물어야 하는 과도한 양도소득세는 결국 아파트에 갇힌 A씨 같은 70~80대를 부지기수로 만들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민간부동산자산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0.21%로 OECD 평균 0.24%에 미치는 못해 낮은 편에 속한다. 부동산 자산이 국민 자산의 75%에 이르는 나라 치고는 낮은 부과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거래세는 OECD 평균의 몇 배에 달한다. 총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은 한국이 6.12%로 OECD 평균 2.08%의 3배에 근접하고, 민간부동산 대비 거래세 비중은 한국이 0.22%인데 반해 OECD 평균은 0.11%로 한국이 딱 2배 수준이다.

아파트가 조정대상지역에 있거나 3주택자 이상일 경우에는 취득세가 최고 12%까지 올라간다. 양도세율도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추가 10%에서 30%까지 중과세율이 부과된다.

사고 팔면서 엄청난 세금을 뜯기느니 적은 보유세를 물고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팽배해아파트값이 떨어질 리가 없다.

그러다가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요인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이때다” 하고 바로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10여일 지났는데, 뉴스의 한 축은 “들썩이는 부동산”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오늘 아침 신문의 부동산 관련 주요 뉴스 제목들이다.

"집값 상승, 전세가 못따라가" 강남3구 전세가율 40%로 '뚝'...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서초, 강남, 송파구의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1.94%, 1.76%, 0.81% 상승...전세가격은 서초와 강남이 각각 0.34%, 0.25% 오르는 데 그쳐

마포도 2022년 가격 넘었다…서울 7개구 아파트 전고점 돌파...강남•서초•송파•마포•용산•성동•양천 매주 신고가

불붙은 집값에 '강력한' 부동산 대책 나오나...투과지구 등 규제지역 지정 유력...LTV DTI 등 대출한도 규제...수도권 공급 확대방안도 나올듯

분양가 치솟자 ‘LH 공공주택 원가 공개법’ 또 등장...황운하 의원 대표 발의...LH 공공주택 분양 원가 공개 의무화...LH 측 “분양가 인하 압력...사회적 갈등 우려” 등등.

진보정부만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국민들의 믿음에 더해 윤석열 정부에서의 집값 조정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이은 재지정이라는 해프닝 등으로 부동산시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급으로 집값을 올린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집값이 안정된 상황이었지만, 이례적으로 이재명 정부 들어서 첫 달부터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에서 여러 고민과 대책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시장의 흐름을 막지 말고 물길을 내주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비싼 집이지만 적은 보유세를 물면서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된다는 기대감을 없애야 하고, 팔고 사는 데 장애가 없어야 한다. 즉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는 정책이 펼요하다.

강남에 3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도 공시지가 기준에 실효세율 적용시키고 기초공제를 제하면 실제 과표는 거의 없어지고 무는 세금 역시 미미한 수준이 된다. 그러니 집값 올라가는 재미로 빚을 내서라도 생활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가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실효세율을 1% 이상 2%까지도 부과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10억짜리 아파트의 경우는 보유세는 0.3%를 적용해 300만원을 내고, 20억짜리 아파트는 1%를 적용해 2000만원, 30억짜리는 2%를 부과해 6000만원을 내는 식의 차등적용 방식이 도입된다면 굳이 A씨 같은 소득 끊긴 은퇴자가 30억 넘는 아파트를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었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 해당 세금만 물면 될 것이고,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공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도심 주택 공급 여건을 마련하고, 3기 신도시 등은 도심 재건축 관련 이주대책 대상지로서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는데, 매듭을 푸는 것은 더욱 그렇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서둘러 푼다고 실허리를 잡아당기면 더 엉킨다. 실마리를 찾는 것이 해법이다. 부동산시장의 실마리는 거래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거의 대폭 낮춰야 한다.

시장의 원리를 유지하는 것은 장기 보유로 물을 썩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거래를 활성화시켜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