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미국시간) 구글은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미국 법원이 지난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검색 엔진 업체 구글의 검색 시장 장악을 "불법적인 독점"이라고 판결하면서 구글의 운명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같은 날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반독점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시장 지위에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광고 수익은 구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2분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매출(841억9천만달러) 중 광고 수익(646억2천만달러)은 약 77%를 차지했다.
구글을 "독점 기업"이라고 적시한 워싱턴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이날 판결을 근거로 조만간 구글의 불법적인 검색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방안을 결정해 이를 이행하도록 명령할 계획이다.
운영 방식과 관련해 구글은 자사의 검색 엔진을 아이폰이나 삼성폰 등에 기본 설정으로 만들기 위해 애플과 삼성전자에 줘 온 260억 달러를 사실상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
구글은 소비자가 최고의 검색 엔진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글이 지불한 260억 달러는 다른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시장 독점을 위한 불법적 지원금으로 봤다.
그동안 구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아온 애플이나 삼성전자는 자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구글 검색엔진 이외의 검색엔진을 탑재할 수 있다.
만일 구글 광고 부문의 사업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경우 구글로서는 주된 수익원을 상당 부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1이인 네이버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웹 시장조사업체인 비즈스프링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58.1%였다. 구글 점유율은 32.53%였고 카카오는 4.6%였다.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90.9%로, AI의 등장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2%포인트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에 AI 챗봇을 일찌감치 탑재하며 구글 시장 잠식을 노려 왔다.
여기에 챗GPT를 앞세운 오픈AI가 최근 자체 검색 엔진 서치GPT의 테스트에 들어가면서 구글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글의 경쟁업체로 평가받는 덕덕고 역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 업체들의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이날 판결이 확정된다면 검색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미 법무부가 반독점 혐의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 역시 비상이 걸렸다.웰스파고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서용 GPU 시장점유율은 94.0%로 시장 절대를 지배하고 있다. AMD가 4.2%, 인텔이 1.8%다.
엔비디아의 독점구조에 대해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은 “엔비디아는 세계 경제에 위험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프랑스 경쟁당국은 “AI칩 공급에 대한 반독점 조사가 성과가 나오면 기소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조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조사 결과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정될 경우 엔비디아의 사업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게 되고 그로인해 엔비디아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반독점 규제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소송을 당한 빅테크 기업들은 다수 있는 상황이어서향후 빅테크 기업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애플의 경우 지난 3월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해왔다며 법무부 등으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자사의 기기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하는 '폐쇄적 생태계'를 통해 불법적인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9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FTC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불법적인 독점적 지위로 제품 품질을 떨어뜨리고 판매자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인스타그램·왓츠앱을 불법 인수하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며 2020년 12월 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은 한 차례 기각됐지만 법원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FTC는 추가 증거를 제출하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패소 이후 구글이 항소의사를 밝히고 있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까지는 수년 이상이 걸릴 예정이지만, 향후 독점적 지위는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98년 모든 데스크톱 컴퓨터에 윤영체제의 90%를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한 바 있고, 결국 10년이 넘는 소송 기간 후 별다른 제제를 받지 않은 것으로 끝났지만, 이 후 MS의 독점적 지위는 상당부분 약화됐다는 점에서 빅테크 기업들 대부분은 현재 비상사태를 맞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독점적 지위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박탈하면서 자본주의 시장질서를 해친다는 측면에서 사회악으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과거 삼성전자의 애니콜 같은 경우도 시장점유율 60%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시장 관리를 해왔던 것처럼 기업들이 독점을 통한 이익의 독식은 오히려 시장에나 기업 자체에도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