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율 OECD 1위 대한민국이 노인문제 해결과 청년과의 갈등 두가지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지난해 말인 12월 23일부터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상황을 말한다. 우리나라 고령화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고령자 인구가 7.2%에 달하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24년 만인 지난해 말에 65세 인구 1000만을 넘기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사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노인대책이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잡았고, 기업에서는 정년연장 등 다양한 고민에 빠졌다. 급기야 현대자동차 노조는 단체협상 조항에 정년연장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앞으로 초고령화에 따른 커다란 사회 변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초고령사회 1위는 일본이다. 일본은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30%를 넘길 정도로 너무 많아서 65~74세까지를 전기고령자, 75세 이상은 후기고령자로 구분하고 있다. 후기 고령자만도 15.5%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모든 분야가 정체돼있다.
초고령사회라는 말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만이 쓰는 용어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기본적으로 유교의 영향을 받으면서 장유유서니 뭐니 하는 나이를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으면서 주민등록상 숫자인 나이를 중심으로 사회 질서가 잡혀왔다. 그렇다 보니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은퇴나 정년 기준도 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스스로 물러나기 전에 나이를 이유로 직장에서 내보내는 사례는 별로 없다.
초고령사회의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선진국 중심으로 잘 살게 되면서 영양이 충분하고, 이에 더해 의학이 발달하면서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도 전쟁 이후의 높은 출산율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전쟁 해당국들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늘었고,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 출생아가 급증하면서 소위 부머(Boomer)세대가 형성됐고, 그들이 한꺼번에 노인 대열에 들어서면서 초고령사회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차세계대전을 치른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등 유럽 상당수 국가들도 현재 초고령사회에 들어가있다.
그래서 일본, 독일을 비롯한 2차세계대전 국가들은 1945년 이후 높은 출산율 베이비들이 65세 이상이 된 2010년부터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 태어난 사람들이 65세 대열에 들어서는 2020년부터 초고령사회 진입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머세대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태어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전후의 출생아 수를 보면, 1949년 68만 7천 명, 한국전쟁이 발생한 1950년은 통계를 찾기 어렵고, 1951년 72만 8천명, 1953년 83만명, 1954년 89만명, 1955년 96만 명, 1956년 99만 9천명, 1957년 101만명으로 역사상 첫 100만명 출생아 시대를 열었고, 1960년에 108만 명으로 정점(頂点)을 찍었다. 그 후 100만 명 수준은 1964년까지 하향 유지하다가 1980년에 86만 명, 1990년에 65만 명, 2000년에 64만 명, 2010년에 47만 명, 그리고 2020년에 27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출생아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1960년 생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2차베이비부머 세대 시작 시점으로서 100만명 대 출생아 마지막 해인 1964년 생이다. 같은 해 태어난 인구가 한반도 역사에 최고점을 이어온 세대로서 치열하게 산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다음해인 1946년생으로 그 역시 미국 부머세대 1기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2024년은 출생아 수가 정점을 찍은 1960년생들이 노인 기준인 65세에 접어드는 시기와 맞물렸다. 앞으로 노인인구 급증 추세는 2차베이비부머 막차인 1973년생까지 합류하는 2037년까지 지속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문제가 국가 주요 정책이 됐지만, 사회적 합의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아 자칫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당장 노인빈곤이 시급한 해결과제다. OECD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0.4%로 1위다. 그렇다 보니 65세 넘어서 일하는 소위 노인 고용률도 1위다. 주요국 노인 고용률은 한국이 37.3%로 1위, 일본 25.3%, 미국 18.7%, 영국 11.3%, 독일 8.8%, 스페인 3.4% 등이다. OECD국 평균은 15.9%다.
노인이 돼서도 빈곤으로 인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다는 노인들 비중이 2024년 기준 69.4%이고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평균 국민연금이 82만원으로, 부부(2인) 적정생활비 324만원에 턱없이 모자라고 최소생활비인 231만원에도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대상이 아닌 23% 노인들의 삶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은 정부와 기업들이 정년연장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개념 정리도 한국과 일본만 돼있는 것처럼, 정년 개념을 규정한 나라도 한국과 일본 뿐이다. 현재 한국은 60세, 일본은 65세로 정년이 정해져있다. 일본은 지금 정년을 70세까지로 권장하고 있고, 한국은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미국을 비롯해서 선진 여러나라들은 정년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 공감대로 독일은 현행 65세를 67세로, 프랑스는 62세를 64세로 늘려가는 추세고, 미국과 영국은 정년제한 자체가 없다.
정년연장, 노인일자리, 노인창업 등 노인문제를 둘러싼 여러 사안들이 사회적 갈등요소로 다가왔다. 그 중 가장 큰 갈등 요소는 청년세대와의 자리싸움, 연금차별 인식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 사회시민수석실을 경청통합수석실로 기능을 확대하고 산하에 청년담당관을 신설해 사회적 갈등구조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에서 노인에 대한 복지를 대폭 늘리겠다고 한 것과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국가의 주인인 청년을 위하고, 인구 20%넘긴 OECD 빈곤율 1위 노인도 살리는 ‘신의 한 수’를 기대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