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KDI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이 우리 직업 구조도 변화시키면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끊임없이 생겨나면서 직업 지도에 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일자리 중 12%가 AI(인공지능)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국책연구기관들로부터 제기됐다.
KLI(한국노동연구원)·KDI(한국개발연구원)는 15일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시장의 현재와 미래'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은행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우리나라 일자리 중 AI에 크게 노출(상위 20%)돼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가 약 341만개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314만개는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중심으로 미래 직업 변화 추세를 소개했다.
그는 특히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됐다고 봤다. AI 대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기술(산업용 로봇·소프트웨어)과는 다른 특징으로, AI가 비반복적·인지적(분석)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장년 노동시장이 생애 주직장으로부터의 이른 퇴직, 높은 임시직 비중의 특징을 지닌다고 짚었다.
남성의 경우 50대 이후 조기퇴직, 여성은 30대 후반 이후 경력단절 현상이 여전히 심각하며,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노동 공급에 비해 수요, 특히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한 연구위원은 정년(60세) 연장은 일부에게만 혜택이 집중되거나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한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에 앞서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규직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보호의 차별성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동일·유사 산업별 노사정 논의를 거쳐 직무 분석·평가·설계·보상의 인프라 구축하고 민간 부문으로 확산하자고도 덧붙였다.
한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생산성과 지나치게 괴리되지 않은 임금, 예측할 수 있고 합리적인 수준의 고용 보호로 점진적으로 이행해 정규직 노동수요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의 기본 자료가 되는 2023년 11월 한국은행의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는 마이클 웹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논문에 나온 AI 노출 지수 개념을 한국표준직업분류로 변환해 우리나라 직업 중에 AI로 크게 노출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를 식별했다.
이를 위해 특정 업무가 AI 기술에 의해 얼마나 대체 가능한지 측정하기 위해 관련 직업에 AI 특허의 양도 조사를 하여 지수를 작성한 것이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에는 생각외로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재활용 처리 조작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 일자리는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고 한다.
직업별로 분류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 및 자산운용사(상위 19%), 변호사(상위21%) 등이 AI로 대체되고 쉬운 직업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반대로 지수가 낮은 일자리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종교 관련 종사자 등 대면 접촉과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한 일자리가 포함됐다. 이외에도 기자, 가수 및 성악가 등이 있었는데 특히 가수 등 음악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직군은 대체 가능성이 아주 낮은 것으로(상위 99%) 나타났다.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과 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었는데, 이는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저학력과 중간소득 근로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과 반대된다. 한국은행은 AI가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일자리가 AI로 더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근래 AI의 발전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직업 구조 변화도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특히 통·번역이나, 교육, 문서 검색, 자료관리 등은 이미 AI의 손을 빌리고 있고, 머지않아 로보트화가 진전되면서 육체노동 시장도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직업 변화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무슨 대비를 하고 있는 지 궁금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