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한 이후 미국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특별한 펀더멘탈 측면의 이유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일 미국 주식 시장은 좋은 흐름을 보여줬습니다. S&P500과 나스닥 양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상승하면서 다시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항상 시장에서는 '이유'를 찾습니다. 주가가 상승해도 '상승 이유'를 늘 찾고, 주가가 하락해도 '하락 이유'를 꼭 찾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를 찾는 뉴스들을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때로는 이유 없이도 많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계속 순간 순간에 대한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자칫하면 매몰될 수 있습니다. 늘 투자는 '방향성'을 보고 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전일 미국 증시가 좋았던 이유로, '바이든의 사퇴'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소식은 미국 증시에 훈풍을 불러오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태로 바이든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승기는 트럼프가 더욱 강력하게 가져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대한 우려가 어느정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소식에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사퇴로 미국 정치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까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결국 미국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을 차기 대선 주자로 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선을 4개월 정도 남기고, 후보를 교체하는 상황이 그리 긍정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보여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이자 유색인종입니다.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정치에 대한 부분은 보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트럼피즘을 만들었고, 트럼프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지금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강한 대통령'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의 사퇴로 다소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트럼프 트레이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장에서는 대선 관련 정치 상황을 제외하면, 온 관심이 기준 금리 인하에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연준을 압박하여 금리를 인하하도록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선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금리는 내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내려간다고 하면, 금리 변화에 민감한 소형주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서 기업들의 레버리지 부담이 경감되고, 시장에 소비가 살아나면서 소형주들에게 좋다는 것입니다.
펀드스트랫의 리 설립자는 소형주 랠리가 앞으로 지속할 것이며, IWM(iShares Russell 2000 ETF) 기준으로 향후 10주 동안 상승률이 40%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늘 이런 기술적인 분석보다도 경제 상황에 기반을 둔 분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 소형주의 실적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이 것이 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최근, 미국의 소매판매 데이터를 보면 어느정도 그림이 보입니다. 미국의 소매 판매는 간단히 말씀드리면, 미국 소매 업체들의 매출을 집계한 것입니다. 매출은 물건이 많이 팔려도 오르지만, 물건 가격이 올라도 매출은 증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실질 소매판매 데이터를 같이 봐야 합니다. 실질 데이터는 가격이 상승한 효과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물건이 얼마나 팔렸는가를 표시해주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실질 소매판매 데이터는 이미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동안 실질 소매판매 데이터는 하락하지만, 명목 소매판매 데이터는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주다가, 최근에는 명목 소매판매 데이터마저 상승세가 꺾이고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미국에서 물건이 실질적으로 팔리는 개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워낙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보니까 명목 데이터는 오히려 증가하는 흐름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어느정도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니까, 물건이 팔리는 개수가 감소하는 효과가 이제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보다 더 크기 때문에 명목 소매판매 데이터가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횡보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미국의 소비자들은 현재 물가 수준이 더 이상 소비가 어려운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대비 상승률이 내려온다는 것은, 물가가 상승하는 폭이 둔화가 되었다는 것이지 물가 자체가 감소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실질 소매판매가 확실히 감소하는 국면으로 들어갔고, 이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잡혀간다고 합니다. 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발가벗고 수영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히려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고, 반대로 물가가 다시 치솟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준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이미 확연히 하락하는 흐름으로 들어선 미국의 소비 시장이 크게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현재의 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이미 소비 여력이 상실된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뉴스에서 언급되는 '미국 기준 금리 인하 이후, 실적 개선 등의 영향으로 소형주 위주의 시장이 펼쳐질 것이다'라는 내용을 우리가 전적으로 믿고 이제 투자 포트폴리오를 소형주 위주로 짜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이번주에는 또 3분기의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줄 이벤트가 있습니다. 알파벳과 테슬라 등 빅테크의 2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집니다. 이번 실적발표에서 빅테크의 실적이 월가 추정치를 훌쩍 뛰어넘고, 가이던스마저 상향 조정된다면 시장은 다시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있던 해에는, 경제 위기나 침체가 오지 않은 경우에는 주식의 수익률이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이를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감과 대선 버프 효과가 가리고 있습니다.
이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경제와 주식 시장은 키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의 단기적 이슈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방향성을 신경쓰면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피셔 케이,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