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AI 거품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엔비디아 본사

전일 미국 증시는 나스닥을 중심으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나스닥 -1.28%, S&P 500 -0.5% 등 하락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한자 法(법)은 '물수변에 갈거'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법은 '물 흐르는 대로 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물 흐르듯이 흘러야하는데, 흐르지 못하니까 이를 법을 통해서 통제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물의 속성은 무엇일까요?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입니다. 그것이 물의 기본적인 순리이겠죠.

투자도 어쩌면 이런 물의 속성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한마디로 고평가된 자산에서 저평가된 자산으로 자금이 흐른다는 측면에서 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우리들에게 주식시장에 조정은 없다고, AI 붐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들을 투자 시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격변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맞지만 오늘은 틀릴 수 있습니다. 저는 늘 이런 단기적인 분석이나 시장의 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방향성을 보고 투자해야된다고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저는 시장이 '물 흐르듯이 흐르는 것 뿐이다'라고 대답해드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첫 번째로, 미국의 경기 둔화, 침체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 위기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경제 지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는, AI에 대해서도 지금 지속적으로 민간 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부분이 경기 침체 시그널을 가리고 있지만, AI가 실제로 기업의 수익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AI가 실제로 수익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게 될 경우, AI에 대한 기대감이 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부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제 미국 주식 시장의 주인공은 마이크로소프트였습니다. 미국 증시 장 마감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구글에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AI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과장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내용을 살펴보시면, EPS(주당순이익)는 2.95달러로 월가 예상치인 2.93달러를 상회했습니다. 매출은 647억 3천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월가 예상치인 645억 2천만 달러를 상회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EPS와 매출 모두 생각보다는 실적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문제는 AI 관련 부문의 매출이 월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368억 달러로 예상치인 368억 4천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를 포함한 지능형 클라우드의 매출 역시 285억 2천만 달러로 예상치인 287억 2천만 달러를 하회하였습니다.

거기다가 어제는 AI 섹터의 최고 대장주인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과도하게 비싼 엔비디아 칩을 대체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것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빠르면 올해 8월 초에 iOS 18.1 개발자 베타 테스트에서 공개될 '애플 인텔리전스'에 사용될 칩을 엔비디아 대신에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서 구글의 TPU(텐서처리장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마디로 애플 등 기업들의 제품에 AI 기능을 엔비디아 칩이 아니라, 구글을 통해서 돌리겠다는 것입니다. 아마존도 가세했습니다. 아마존은 아마존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에 쓰이는 자체 프로세서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플과 아마존 외에도 값비싼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결국 7% 정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장을 마감하였습니다. 이렇듯 시장에서는 이제 AI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한 것이 아니었냐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테슬라가 또 미국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건 이상의 테슬라 충돌사고를 분석해서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테슬라의 알고리즘 업데이트가 지연되는 부분과 카메라 기능 보정을 포함해서 테슬라 자동차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어서 많은 사고가 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테슬라 충돌사고 222건을 분석한 결과, 테슬라 자동차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실제로 테슬라가 '로보 택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도로 상황을 처리하도록 자율주행 시스템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한 방식으로 도로 상황을 전부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거시적으로 상황을 한편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I 관련 기업들의 자체적인 이슈도 있었지만, 거시 경제 상황 역시 시장을 도와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제는 미국에서 졸츠(JOLTS) 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내 구인 및 이직에 관한 보고서로 많은 정보를 보여줍니다. 우선 채용 공고 수는 월가의 예상치 800만 개보다는 증가한 818만 개를 기록하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적당히 냉각되고 있다고 합리화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채용 공고는 민간 분야에서는 10만 2천 개가 줄었습니다. 특히 경기 변화에 민감한 제조업에서만 10만 개의 채용 공고가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문에서 5만 6천 개 정도의 채용 공고가 늘어난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4만 6천개 정도의 감소에 그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채용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달보다 무려 5.6% 감소한 530만 건을 기록하면서 세부적인 고용 데이터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이 또 찬 물 한 바가지를 들고왔습니다. 일본 은행이 정책 금리를 현재 수준 0.0~0.1%에서 0.25%로 15bp 정도를 인상하였습니다.. 참고로 일본 은행은 지난 3월에 오랜 기간 이어져온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냈습니다. 이번에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한 것입니다.

거기다가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의 매입 속도를 줄이는 양적 긴축(QT)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매월 6조엔 정도 국채를 매입해오던 것을 내년 말까지 매월 3조엔 정도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본 은행의 행보가 투자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올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미국 기술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를 간단히 말씀을 드리면, 일본의 정책 금리가 낮은 편이니 일본 엔화를 빌려서 다른 좋은 투자처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본이 정책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린다면 당연히 채무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비용이 적은 엔화를 빌려서 미국 시장에 투자를 해놓았는데,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니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 경우 미국 주식을 팔아서 엔화를 다시 갚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일본 투자자들은 2023년 말 기준으로 4조 달러에 해당하는 외국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작은 변수들을 좆지말고 물 흐르는 방향을 보고 지금 어느 분야가 높은 곳이고 어느 분야가 낮은 곳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피셔 케이,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