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유찰되면서 촉박한 공기에 내몰리게 된 가덕도신공항 공사 발주를 두고 잡음이 이어지면서 향후 입찰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공사는 윤석열 정부 최대 규모의 정부발주 공사다.
예상가 10조5300억원인 가덕도신공항은 이미 지난달 입찰에서 2회 유찰이 되면서, 공은 발주처인 국토교통부로 넘어가있는 상태다.
2회 이상 유찰이 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진행된 1차 입찰에서는 어느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고, 이어 24일 마감한 2차 입찰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1곳 만이 입찰에 참여해 또다시 유찰됐다.
현재 국토부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이미 공기에 쫓기는 입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는 어려워, 3차 입찰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3차 입찰이 진행될 경우 2차 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 1곳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오래 전부터 공사 수주를 경쟁적으로 준비해온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한 데 합쳤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이 지분 33%로 대표 주관사를 맡고 대우건설이 24%의 지분으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 △HL D&I한라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KCC건설 △쌍용건설 △한양 △효성중공업이 각 4% 지분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이 외 부산지역 건설사 10곳과 경남지역 4곳 등 총 14곳의 지역 건설사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잇단 유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오후 서울에 있는 건설회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사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국토부 주요 간부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롯데건설 등 8개 사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지난 24일 마감된 ‘입찰 참가 자격 사전 적격 심사’(PQ) 때 연합체(컨소시엄)를 이뤄 단독으로 사업 참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는 주간사로 사업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불참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포스코E&C와 롯데건설인데, 건설업계에서는 10조가 넘는 대형 턴키공사의 경우 설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을 단기간에 마무리 지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2곳이 3차 입찰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여기에 더해 공항공사 관련 설계는 희림건축이 최강자이기 때문에, 현대건설 콘소시엄에 희림이 들어가있어, 결국 설계부터 대항마를 찾기 어렵게 됐다.
결국 국토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3차 입찰을 최소 1년 정도 늦춰 나머지 건설사가 입찰에 나서게 하거나, 현재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로 계약하는 방법 등 2가지밖에 없는데, 첫번째 입찰 시기를 늦추는 것은 지역의 반대와 함께, 2029년 12월 개장이 정해져있어 착공시기가 늦어질수록 돌관공사 등 자재·장비·인원 등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안그래도 공사원가가 늘어나고 있는 국내 건설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발주 연기는 쉽지않은 선택지다.
건설업계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공사가 유찰된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현대건설컨소시엄과 대우건설컨소시엄 간의 2파전으로 수주경쟁이 되는 구도였는데, 중간에 대우건설이 현대건설과 한 팀으로 합류하는 바람에 경쟁구도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턴키공사의 경우 설계 및 기술점수가 중심이지만, 가격 싸움도 중요한 평가요소이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막기위해 현대와 대우가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는 별개로 대우건설이 여러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상황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 다른 컨소시엄 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대건설팀에 대우건설 외에도 중견급 건설사 중 공공공사 영업력이 강한 건설사들이 대거 포함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공공공사의 강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외에도 동부건설, 계룡건설, 금호건설, 쌍용건설, HJ중공업 등을 꼽는데, 이들 중 계룡건설과 HJ중공업 외의 모든 건설사가 현대건설팀에 합류한 상태다. HJ중공업은 당초 대우건설과 한 팀으로 구성돼있었다.
처음부터 어차피 현대건설이 수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력 건설사들이 현대건설 쪽에 모여들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권 들어서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 미국 방문 길에 건설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이 합류해 그런 배경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건설업계에서는 어차피 현대건설이 수주할 것이라는 ‘어수현’이란 말도 나왔다. 건설사들입장에서는 수주 가능성이 낮은 입찰 경쟁에 뛰어들어봐야 수주준비 비용만 날리는 결과를 얻느니, 지분을 조금 줄여서라도 현대건설 쪽에 참여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쌓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국토부 가덕도 신공항 건립추진단 관계자는 "동일 조건의 재입찰과 조건 변경, 수의계약 등 사업자 선정방식을 열어두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언제쯤 결정할 수 있다고도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요한 국책사업인 만큼 최선의 방안을 찾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토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아,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수의로 수주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10조원이 넘는 국책사업을 수의방식으로 발주했을 경우 그 후유증은 오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고위 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발주한 4대강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담합으로 몰려 건설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그런 상황을 거울삼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과 업체 선정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와서 10대건설사 중 3개사 이상 연합을 해주냐 마냐 같은 기초적인 사안을 놓고 논의하는 것은 책임회피를 위한 모양갖추기 모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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