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출주도 공격 정책, "침체된 내수 민심달래기 아니냐" 지적도

-3일에 이어 4일에도 관계장관회의 통해 하반기 수출 로드맵 발표
-수출입은행 향후 5년 간 해외 전략수주에 85조원 지원 계획

김한식 기자 승인 2024.07.04 15:27 | 최종 수정 2024.07.05 10:36 의견 0
4일 신임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 "하반기는 지표 개선이 넓게 체감되도록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정책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근래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해 공격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경제정책의 중심이 수출주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조만간 발표할 2분기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좋지않을 것을 대비하고, 내수 위축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안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를 한 데 이어, 다음날인 4일에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 중심의 모멘텀 확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4일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민생 전반으로 수출 회복세가 확산할 때까지 수출 중심의 회복 모멘텀(동력·동인)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하반기 대외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경제 블록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외발 불안 요인과 공급망 위험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지금이 대외 불확실성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는 적기"라며 "하반기에 발생할지 모를 태풍급 대외환경 변화가 경제성장 사다리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전에 한 발짝 먼저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출발 경제 훈풍이 내수로 파급돼 균형 잡힌 성장을 견인하도록 빈틈 없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통한 인프라와 원전, 방산 등 전략 수주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수출입은행은 인프라 등 해외 전략 수주에 향후 5년 간 8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입은행 정책금융의 전략적 운용 방안'을 4일 발표했다.

기재부는 경제 블록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래산업 패권 경쟁 등 대외환경 변화로 인해 수은에도 경제외교와 공급망 안보 지원이라는 새로운 역할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가하는 금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초대형 수주·미래성장산업 지원에 수은의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정책 금융 수단의 전략적 운용을 통해 수은이 국제협력 금융기관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69개 품목 첨단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 목표도 45조원에서 50조원까지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수주 지원 특별프로그램'을 신설해 건설 플랜트와 인프라 등 분야별 수주 사업에 대한 금리 우대를 확대하기로 했다.

개발 금융 고도화를 위해 경제외교 지원용' K-파이낸스 패키지(Finance Package)'를 개발하고, 경제외교 관련 새로운 금융 상품 도입도 추진한다.

아울러 하반기부터 원활한 공급망 기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심사조직 신설 등 제도를 정비하고, 향후 연간 최대 10조원까지 기금 규모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와 같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올 상반기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정부가 밝힌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2.6%로 0.4% 상향 조정했다. 예상을 크게 웃돌았던 1분기 성장률를 반영하고, 9개월 연속 전년대비 늘어난 수출 회복세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6월 반도체 수출이 134억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갱신해 반도체 불황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개선 지속으로 올해 경상수지를 630억달러 흑자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6%로 목표치인 2% 가까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취업자 수 역시 23만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총생산 증가율을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4일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병환 전 기재부 제1차관은 "상반기 우리 경제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개선세를 보인다"며 "최근 수출 호조세를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통관기준) 전망치는 당초 8.5% 증가에서 9.0% 증가로 0.5%p 상향 조정됐다.

수입 전망치는 4.0% 상승에서 2.0% 상승으로 하향됐다.

김 전 차관은 "여러 경제 지표가 연초 전망했던 수준 또는 그 이상 흐름으로 전망되나 부문 간 회복 속도 차이가 있다"며 "하반기는 지표 개선이 넓게 체감되도록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정책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의 한 인사는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환률이나 유가, 미국 등 상대국의 경제 관련 정책 등 변수가 많아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곧 있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지않게 나올 것에 대비하고 위축된 내수를 무마시키는 일종의 물타기 민심용 정책 발표로 인식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김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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