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개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06.09 08:40 | 최종 수정 2024.06.10 07:51 의견 0
체코 프라하시 카를교 근처에서는 개를 돌보는 노숙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체코 수도 프라하, 체코 인구 약 1000만명 중 120만명이 사는 유럽연합에서 1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이 도시 중심에는 개들과 함께 지내는 노숙인들이 많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프라하가 동유럽 나라의 도시라고 말하는데, 실제 지도상 보면 유럽의 가장 중심이어서 동유럽이란 말보다 유럽의 중심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실제 지도상 체코 프라하는 유럽의 중심이다.

우리나라에는 20여년전 배우 전도연과 김주혁(지금은 사망한)이 주연으로 나온 ‘프라하의 연인’이 방영되면서 한국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도시다.

역사적으로 체코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프라하의 봄'으로도 알려져있다.

프라하는 14세기경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지낸 카를4세를 기념하는 카를교가 명소다. 이 다리는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 위에 있는 다리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보헤미아 왕국의 국왕인 카를 4세의 통치 아래 1357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402년에 완성됐다.

이 다리는 세계 관광객들이 몰리는 관광명소로서 길이 621m, 너비 약 10m로 16개의 아치로 다리 상판이 지탱되고 있는 600년 역사에도 건장한 모습으로 세계 관광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다리 중 하나다. 프라하 카를교 건너 신도시 쪽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야경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밤풍경 명소다.

이 다리는 구도심과 신도시를 잇는데, 신도시 쪽 끝에 쯤에 가면 많은 노숙인들을 볼 수가 있다. 어느 나라나 관광지에는 노숙인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 프라하의 노숙인들은 특이하게 개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들은 보통 1미터 이상 큰 개들이다. 개들도 함께 구걸에 나서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것은 프라하 시가 노숙인들의 재활을 위한 특별한 정책 중 하나다.

프라하 시가 노숙인들 대상으로 개들을 반려견 차원에서 입양을 시켜준 것이다. 자기 한 몸 추스르기 어려워 거리의 걸인으로 나선 사람들에게 반려견 입양이라는 것이 좀 생뚱맞다. 그러나 프라하시는 이들 노숙인들이 개들을 돌보면서 삶의 의지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삶의 의지와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본인들은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서, 본인들이 돌봐줘야 하는 대상인 반려견을 위해 조금이라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시는 노숙인들에게 분양한 반려견에 대한 먹이 등을 보조하는 등 반려견 키우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반려견들과의 교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에 반려견을 분양받은 노숙인이 반려견 돌봄에 소홀할 경우 반려견을 다시 회수한다. 본인 잘못으로 반려견을 빼앗긴 노숙인들은 다시 돌려달라고 애걸복걸 한다고 한다. 함께 지내면서 의지하고 정든 반려견을 빼앗기는 것은 진정으로 삶의 의미를 잃는 것일 수도 있겠다.

반려견을 책임지면서 노숙인들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새 희망을 만들게 하기 위한 시 정부의 깊은 배려가 돋보인다.

겨울이 추운 프라하인 만큼 반려견은 노숙인들과 체온을 나누면서 추위를 견디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노숙인 문제는 전 세계적인 해결과제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때부터 노숙인이 생겨났으니 벌써 25년이 넘었다.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몇몇 정부 통계에 따르면 5000명 안팎이라고 한다. 조금씩 줄어들다가 2~3년 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부나 특히 노숙인이 많은 서울시가 각종 지원책과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종교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도 노숙인 지원 프로그램이나 시설들이 있지만 노숙인들이 스스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갈 의지를 갖는 사례는 많지 않다.

프라하의 개는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누구로부터의 돌봄에만 의지하기보다 누군가를 돌보면서 삶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갖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존재의 이유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