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 장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39포인트(0.15%) 내린 4,214.17로 한해를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우리나라 경제의 3가지 이벤트는 주가지수 역대 최고, 연평균 원달러 환율 역대 최고, 집값 양극화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정치적으로는 한국, 미국, 일본 모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정책에서도 변화를 맞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1월 47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MAGA를 앞세워 관세폭탄으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어 놓았고, 한국에서는 12.3비상계엄 이후 6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서 확장재정과 주식시장 밸류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본에서는 10월 다카이치 사나에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총리에 올라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면서 재정확대와 엔저를 통해 일본 증시 부양에 앞장섰다.

올 한해 우리나라 경제 이슈를 돌아보면 지난 1년간 수출 7000억달러 돌파, APEC 개최, 한미 무역협정, 반도체 폭발, 통화량 폭증, AI 투자 열풍, 쿠팡·SK·KT 등의 정보유출 등 뉴스와 사건이 무수히 많지만 가장 핵심적인 뉴스 3개를 꼽으라면 주가지수 4000시대, 연평균 환율 역대 최고, 집값 양극화 역대 최고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주가지수는 코스피 기준으로 12월 30일 4214.17로 한해를 마감해, 지난해 2399.49보다 75.6% 올라 역대 3번째 상승률을 기록하고, 2025년 글로벌 증권시장에서는 가장 많이 오른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 증시 역사상 가장 많이 오른 해는 1987년으로 3저호황을 업고 92.6% 올랐고, 다음으로는 1999년 닷컴버블 덕분에 82.8% 상승했었다. 2025년 75.6% 상승의 특징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면서 증시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시장에 통화량이 넘치면서 갈 곳을 잃은 돈이 증시로 몰린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코스피는 글로벌 증권시장과 비교할 때 월등한 상승폭을 기록해 글로벌 관심이 쏠렸다.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코스피가 75% 상승으로 글로벌 증시 상승률 1위이고, 2위는 스페인 48%, 3위 독일 32%, 중국 29%, 미국 S&P 17%로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S&P500 이외 다우는 13.91% 상승으로 오히려 낮았고, 나스닥은 21.56%로 기술주 중심으로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일반투자자들이 미국으로 몰려간 것 치고는 한국과 미국의 상승률 측면에서 반대로 나타나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 주식을 종목별로 살펴보면 국내 증권시장의 양극화가 확대돼 일부 투자자들의 잔치가 됐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 1위 종목은 로봇·HBM 장비 기업인 원익홀딩스로 1234.3% 상승했다. 다음으로 동양고속과 천일고속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호재로 912.2%, 901.4% 각각 상승했다.

그 외 K-뷰티 바람을 타고 에이피알이 369.2%, AI 관련 이수페타시스 351.2%, 반도체 관련 코리아서키트 339.7%, SK스퀘어 321.8%, 원전 관련 두산에너빌리티 319.4%, 방위산업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64.1%, 현대로템 215.3% 등 상승했다.

가장 관심이 많은 SK하이닉스는 215.3% 상승해 상승률 상위 15위, 삼성전자는 125.1% 상승해 16위에 올랐다. 이 두 종목은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코스피 4000선 시대를 여는데 가장 큰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올해 증시를 이끈 종목 군은 AI 및 반도체, 원전, 방산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외 주식들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상승률 30위인 신한지주가 85.9% 상승했는데, 코스피 평균 상승률 75.6%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전체 코스피 상장 종목 2759개 중 대부분은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은 12월 30일 최종 1421.9원으로 마감해 마감 환율 기준으로는 역대 3번째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가장 높았던 해는 IMF사태가 벌어진 1997년으로 1697.0원이었고, 다음은 12.3비상계엄이 일어난 2024년으로 1472.5원이었다. 올해 마감 환율과 불과 3원 차이다. 마감 환율 방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환헤지를 한 결과로 보이지만, 내년 환율 리스크가 잠복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1421.9원으로 역대 최고 높은 환율을 기록했다. IMF 때인 1997년에는 951.11원이었고 그 다음해인 1998년은 1394.97원이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평균환율은 1103원이었고, 지난해인 2024년은 1366.59원이었다.

문제는 과거의 환율 급등은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다시 1000원 안팎의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이번 환율 급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적 상승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시적인 이벤트로 인한 상승이 아닌 구조적인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마감 환율은 특히 부채와 수출입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기준환율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내렸지만, GDP에는 평균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2025년 GDP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한강의 기적이 다시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KB부동산 자료(1월~11월)를 기준으로 연간 서울은 10.2% 상승했고 전국적으로는 1.05% 상승했다. 수도권 3.41% 상승한 데 반해 5대광역시는 –1.76%, 기타 지방은 –0.76%로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역대급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 서울에서도 강남 중심의 한강벨트와 비강남, 수도권에서도 우량지와 비우량지 간의 양극화가 어느 해보다 크게 나타났다.

특히 강남3구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는 한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갔다. 올 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지역은 성동구 21.39%, 송파구 20.65%, 광진구 19.20%, 강남구 18.99%, 강동구 16.88%, 양천구 16.65%, 마포구 15.97%, 서초구 15.04%, 동작구 14.51%, 용산구 13.56%였다.

한강벨트 아파트값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덜 오르거나 떨어진 지역과 격차가 벌어지면서 5분위배율이 확대됐다. 5분위배율은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인데, 현재 5분위배율이 서울은 5.6배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가가 27억3666만원인데 반해 하위 20%는 4억9047만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으로 5분위배율은 11.1로 더 벌어진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3대 키워드인 주가지수, 환율, 집값 모두 역대급 시장의 모습을 보였다. 공통점은 과다한 유동성으로 인한 거품우려라고도 할 수 있다. GDP의 약 2배에 이르는 역대 최대 통화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실물자산의 가치가 올라갔고,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와 테마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로 몰렸다. 여기에 유동성 과잉으로 원화값이 떨어지면서 환율이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한 경제전문가는 “내년에는 정부의 확장재정까지 더해져 유동성은 더 많이 풀리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시장은 기초체력이 상당히 약해져서 자칫 버블현상이 확대돼 버불이 꺼지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