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시민을 상대로 조사한 은둔 및 고립형 외톨이 실태 결과를 보면 참으로 심각한 사회의 단면을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사 결과가 이미 수년 전부터 발표된 바 있지만,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팬데믹 이후 젊은층 은둔자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장기 은둔자 확산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까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치유책과 함께 예방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인천시가 발표한 인천시 거주 은둔형 외톨이의 당사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결과 1년 이상 3년 미만의 은둔 비율이 31.7%라는 심각한 수치가 나왔다.
물론 이 수치는 은둔자와 함께 그 가족들까지 조사한 것이어서 실제 은둔자 숫자보다는 훨씬 높게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은둔자로 인해 고통을 겪고있는 가족 역시 은둔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조사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은둔이 시작된 연령을 보면 20대가 46.3%, 30대가 33.5%로 전체 은둔자의 80%가 청년층으로 사회 초년 시절부터의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사회 초년생답게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은 직업 관련 어려움으로 전체의 37.4%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심리적·정신적인 어려움 17.6%, 대인관계 문제 13.9%다.
은둔 생활 중의 시간은 인터넷 및 스마트폰 사용 24.3%, 유튜브 등 영상시청 19.2%, 수면 16.2%인터넷게임 11.7%, 텔레비전 시청 9.2%로 나타나 모두 혼자서 하는 외톨이 생활임을 알 수 있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시기에 도 내의 19세~39세 청년을 대상으로 고립 및 은둔 청년 실태를 조사했는데, 도내 청년인구 367만명 중 33만67000명인 9.2%가 고립 및 은둔 청년이라고 밝혔다.
청년인구 기준으로 전국 최대규모로서 청년인구 중의 고립 및 은둔 비중도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립 청년은 30대 후반의 남성이 많았고, 은둔 청년은 30대 초반의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역시 직장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이러한 청년 고립 및 은둔자의 높은 비중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인천시는 이번 조사에서 치유를 원하는 235명을 우선적으로 청년미래센터에 연계해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고, 경기도는 대책마련을 위한 종합토론을 열어 고민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국무총리가 주관이 돼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고립 및 은둔청년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고, 이에 대해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활동이 없어 보인다.
당시에도 원론적인 대책만 만들어 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당시 발표한 지원방안은 주로 고립 및 은둔 청년을 조기 발굴하는 것, 관련 전담기관 설치, 초기의 예방,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으로 실제 심각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시스템적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청년의 10%대가 고립 및 은둔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성장 동력에 심각한 고장을 야기시킬 수 있는 부분이어서, 국가와 사회 전체적인 관심과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AI시대 확산에 따라 비대면 소통방식이 점차 늘고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그 비중은 훨씬 빨리 늘어날 우려도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들의 고립·은둔의 이유를 보면 취업 실패와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가장 높게 꼽았다. 또한 그들은 본인의 경제 수준을 하층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삶의 만족도에 있어서도 매우 낮아 자신을 포기하는 절망감이 팽배해 있다고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사 대상자의 75.4%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중 26.7%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어쩌면 저출산 대책에 앞서 청년 고립·은둔 해결방안이 더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의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정상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립·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은둔 청년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은 연간 6조7000억원이란 보고도 있고, 25세부터 은둔을 시작할 경우 경제비용으로 1인당 16억원이 소요된다는 보고 결과도 있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은 이제 이러한 비용을 선제적인 투자로 돌려 사전 대책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초등학교부터 모든 교육기관 그리고 직장,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고정적인 상담센터를 배치하고 전문 상담사를 통한 상시적인 애로사항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중앙 및 지방정부는 각 학교나 직장과 항시 연계해 위험수위의 대상을 발굴하고 찾아가는 상담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예산을 투입해봐야 고립과 은둔 청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보다는 훨씬 적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숨막히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 뒤쳐져 고립되고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지금 AI시대 속의 정부와 기업과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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