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김범석 쿠팡 의장. 김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주가가 6.45% 상승해 자신의 지분가치가 하룻만에 4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사진=쿠팡

역시 쿠팡은 괴물이란 말인가? 괴물의 사전적인 정의는 괴상한 물건 또는 괴상한 사람으로서 초월적인 능력을 가져 웬만한 공격에는 잘 죽지 않는 인간이나 생명체를 의미한다.

2006년 1000만 관객을 부른 영화 ‘괴물’은 지금도 유명한 영화로 기록돼있는데, 미군기지의 화학실험실에서 버린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으로 흘려보내 이로 인해 물고기가 돌연변이가 돼 나타난 것이 괴물이었다.

지금 쿠팡을 보면 마치 영화 속의 괴물처럼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힘이 세다는 것을 믿고 고객도, 정부도, 국회도 완전히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런 괴물을 누가 만들었을까?

쿠팡은 3370여만명의 고객 정보를 유출하고서도 오리발과 변명 그리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자기들이 아니면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고객을 볼모로 삼고 있는 모습니다.

급기야는 셀프조사 결과를 내놓고는 본격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고객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만나 자백을 받았고, 범죄에 사용된 모든 장치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은 “전직 직원은 3300만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에게 전송한 데이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또 자체 조사 결과는 “정부와 공조한 결과”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면서 서로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쿠팡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쳤기에 이런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정부는 왜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정부도 이미 쿠팡의 마수에 볼모가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정치권에서까지 쿠팡 역성을 들고 나섰다.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면서 쿠팡을 구박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퍼트 오브라이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인 ‘X’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무역 관계 재조정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그의 노력을 훼손하는 일은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다”고 밝혔다.

그 외 여러 정치인들도 미국인 김범석을 감싸고 나섰다. 역시 기업인이라기 보다는 로비스트가 어울리는 김범석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보유출 관련 조사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갑자기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고는 유출 정도가 약하다고 강조하자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쿠팡 주식은 하룻밤 사이에 6% 이상 상승했다. 대단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 이후 약 5년 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1075만달러(한화 154억 8000만원)의 로비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는 100만달러(14억 4400만원)을 기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통 대외협력업무를 통해 로비로 위기를 극복하고 독점체제를 구축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이면서 술친구인 강한승 전 판사를 대표로 선임했었고, 이재명 정권 들어서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식사자리를 가진 것이 밝혀졌고, 여당인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보좌관들이 쿠팡에 들어갔었고, 정부의 주요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부지기수로 쿠팡에 들어가 있다.

급기야 최근 대통령실은 전 직원에게 쿠팡 관계자와의 개별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쿠팡 관계자와의 접촉을 일체 금지하고 기존 접촉 사례가 있을경우 자진신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쿠팡의 손길이 얼마나 많은 곳에 뻗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국회 보좌관 출신들 외에도 쿠팡으로 건너간 공직자는 부지기수다. 지난 3년간의 인사혁신처 공직자 이직 심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정부부처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공직자가 17명에 달한다. 특히 이재명 정권이 출범하면서 크게 늘었다.

올해 이직한 명단을 보면, 5월에 공정거래위윈회 5급이 쿠팡(주) 상무로 이직한 데 이어 이재명 정권 출범한 6월에만 6명이 옮겼다. 검찰청 7급이 쿠팡(주) 부장, 경찰청 경위가 쿠팡풀필먼트 관리자, 고용노동부 6급이 쿠팡로지스틱스 부장, 공정거래위원회 4급이 쿠팡페이 전무, 대통령비서실 3급이 쿠팡(주) 상무, 산업통상자원부 3급이 쿠팡(주) 부장으로 들어갔다.

7월에는 기획재정부 4급이 쿠팡(주) 부장으로, 8월에는 검찰청 검사가 쿠팡(주) 상무로, 11월에는 경찰청 경감이 쿠팡(주) 부장으로 옮겼다.

국내에서는 정부 각 부처의 주요 인물들을 뽑아서 정부 로비를 벌이고, 국회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국회 내의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미국 현지에서는 정치 후원금을 내고 쿠팡 편들기 여론을 조성하면서 위기를 넘기고 있다.

이러한 반칙왕 괴물 쿠팡은 이러한 먹이사슬 속에 제 기능을 잃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당장의 편리함에 취해 갑질을 하고 있는 독점기업 쿠팡을 만들어 준 고객 각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도리인데 마냥 버티기를 하는 것은 역시 호갱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 주권을 포기했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미국 주요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국 국민들이 쿠팡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예견했다. JP모건은 “정보 유출에도 고객 이탈이 제한적일 것이며, 쿠팡은 한국에서 대체불가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한국의 소비자들은 데이터 유출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에 쿠팡의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쿠팡 사태 초기에 입장을 밝혔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지만 상당히 찝찝하고 자존심 상하는 말이다. 우리 스스로 호갱이 됐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