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AI인프라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총 5000억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으로서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의 합작회사다. 사진에서 트럼프 대통령 뒤에 배석한 인물은 트럼프 오른쪽부터 손정희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샘 올트만 오픈AI 의장.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바로 다음날인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할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첫번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바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서 트럼프의 AI(인공지능) 야심이라고 할 수 있다.
총 5000억 달러로 한화로 하면 70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는 초대형 규모다. 스타게이트는 향후 만들어지는 기업 이름으로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3개 회사의 합작사를 말한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스타게이트의 중심 인물이 될 오픈AI의 샘 올트만 의장, 소프트뱅크의 손정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등이 배석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스타게이트는 차세대 AI 발전의 원동력이 될 물리적·가상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AI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스타게이트란 말은 지금부터 딱 30년 전인 1994년 헐리웃이 제작한 공상과학영화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한 청년 과학자와 공군특수연구소가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된 원형의 조형물이 4차원의 세계로 연결되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통해 과거 이집트로 가 지구인을 노예로 부리는 외계인의 우주선을 폭파시키고 지구를 구하는 내용의 4차원적 우주공상과학영화다.
트럼프는 현재의 다양한 모습의 AI 발전 역량을 한 데 모아 AI 고속도로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스타게이트를 출범시킨 것으로 보인다.
AI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도 내놨다. 텍사스에 9만3000㎡ 규모로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1000억달러를 투입하고 향후 4년 간 미국 각지의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최대 4000억달러를 추가로 들인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AI 역량 강화를 위한 걸림돌 제거에도 나섰다. 즉 AI윤리라는 장벽을 없앤 것이다. 그는 취임식 당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발표한 AI 안전에 관한 대통령령을 백지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면서 AI 개발에 제한속도를 없애기도 했다..
합작사 외에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UAE의 국부펀드인 MGX, UAE의 건설회사인 Damac,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도 협력사로 참여한다.
전체적인 구도로 보면, AI 운영은 오픈AI, 자금조달의 핵심은 소프트뱅크, 데이터센타 설계 및 관리는 오라클, 반도체 설계는 엔비디아와 Arm,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함께 시스템 관리, MAX는 데이터센터 관련 자금 지원, Damac는 데이타센타 건설 등을 맡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큰 틀에서는 미·일 공동사업이 됐다고 할 수 있고 그 배경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희 회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손정희의 큰 그림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스타게이트 초대 회장으로 손정희 회장이 내정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즉 스타게이트의 CEO 겸 CFO(재무최고책임자)는 손정희, COO(운영최고책임자)는 오픈AI, 연구소장은 엔비디아와 Arm, 데이터센타 설계 및 운영본부장은 오라클, 데이터센타 건설본부장은 Damac가 맡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보조, MAX는 소프트뱅크 보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번 스타게이트 출범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은 일본 반도체기업들과 소프트뱅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과거 반도체 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10여 년 전 도시바가 중심이 돼서 한·미·일 연합 반도체기업인 키옥시아를 출범했는데 이 키옥시아가 2022년 도요다,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기업 8곳과 합작으로 만든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이 라피더스다.
라피더스는 올 4월 2나노 최첨단 반도체 시험생산을 할 예정이고, 이것이 성공할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을 다시 호령하게 된다. 스타게이트 AI와 데이터센타에 고사양 첨단 반도체가 쓰일 경우 최대 수혜자는 일본 기업들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가운데 UAE, 영국 등이 가세한 것으로, 프로젝트 어디에도 한국이나 한국기업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어느 기업도 이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발을 걸친 곳이 없고, 향후 전망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수요 증가로 TSMC의 물량이 늘면서 현재 HBM반도체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공급량 증가는 기대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아직도 HBM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3나노 이상의 고사양 반도체 역시 수율 문제로 주문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AI시장의 확대에 대한 수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스타게이트에서 소외된 기업은 한국기업들만이 아닌, 트럼프 정권에서 대통령과 함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도 해당된다.
머스크는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를 통해 “자금을 대기로 한 소프트뱅크가 자금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한 것이다.
머스크는 당초 AI에 관심이 많아 현재 오픈AI를 2015년에 샘 올트만과 공동창업 했지만, 끊임없이 들어가는 투자금 부담과 오픈AI의 수익성 추구와 관련 올트만과의 갈등으로 2018년 스스로 떠난 악연이 있는 관계다.
한국 기업들이든 머스크든 지금이라도 기회를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