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이은 구속 등으로 나라가 온통 혼란을 겪은 을사년 1월이 설 연휴와 함께 끝나면서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서는 2월이 시작됐다.
이제부터 윤 대통령은 재판과 헌법재판소(헌재)의 본격적인 신문이 이뤄지면서 나라는 조기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법원의 재판 과정이야 대법원까지 갈 길이 멀다고 하지만, 헌재의 일정은 3월 정도면 끝날 것으로 보여 대통령 탄핵 결정까지 2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가 올해 4월 18일 끝나기 때문에 그 전에 헌재 결정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민 60%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기각이 될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한다면 헌재는 인용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를 가정한 조기 대선 일정은 5월 말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선주자들에게는 앞으로 3~4개월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현재 설 직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여당과 야당이 거의 40대 40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역시 60% 안팎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 당선 가능성 및 지지는 35% 안팎이다. 역산하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비중과 이 대표 지지 비중이 같은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여론은 절대적으로 높지만,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많아야 40%이고 평균적으로 3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보다 이 대표의 지지도가 시원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과 구속의 반사이익을 전혀 보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층 약 30%, 진보층 약 30%라고 할 수 있는데, 스윙보터인 중도층 30~40%가 이 대표에게 표를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 대표가 다급해졌다. 지난달 23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는 지금까지의 ‘이념’ 중시에서 확실히 ‘실용’과 ‘우성향’ 쪽으로 이동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했고, 과거 중국 덩샤오핑이 주장한 흑묘백묘를 실용 차원에서 인정했다. 더해 무조건적인 반미 노선을 버리고 친미의 필요성을 얘기했고 특히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도 재검토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정치적인 보복도 안하고 통합과 포용을 할 것도 얘기했다.
연장선상에서 지난 1월 31일에는 당 대표 직속으로 있는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만든 기본사회위원회는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짜는 핵심 싱크탱크 조직이다.
분배의 대명사인 기본 시리즈라는 틀에서 벗어나 중도확장에 더해 우클릭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이 대표는 더불어 오는 2월 3일에는 반도체특별법의 주요 쟁점인 52시간 근무 예외조항(화이트칼라 이그잼션) 관련 정책토론회를 주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벌 중심의 대기업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사항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이 대표의 우클릭 중도층 끌어안기가 과연 효과를 낼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벌어진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조기대선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혼란에 대한 책임 절반은 이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 국민 상당수이기 때문이고, 여기에 더해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온 말과 행동이 달랐던 모습도 걸림돌이다.
당장 기자회견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하고는 당내 게시판에는 “기본소득은 기본이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 등에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아나보죠?”라는 말이 국민들 머리속에는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이 대표의 말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내가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한다고 하니까 진짜 그런줄 아셨나보죠?”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인기 속에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퇴장하면서 함께 퇴장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이 대표에 대한 비난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크기가 커서 국민 비난이 모두 윤 대통령에게 갔지만, 윤 대통령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는 그 불만이 이 대표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지지율 박스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대표가 그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오히려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 비난의 화살받이가 나와야 중도층이 이 대표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계산이 맞는다면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직을 유지한 상황에서의 이재명과 윤 대통령이 없어진 상황에서의 이재명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불통에 따른 국민 불만이 오히려 이 대표의 단점을 가려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 우클릭으로 중도층을 억지로 끌어 앉기 보다는 윤 대통령 구명이 중도층 끌어오는 데 더 유리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설득력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민 저항에 부딪힌 윤 대통령이 하야하게 되면, 이 대표에게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상하지만 그럴듯한 논리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을 상실해야 정권연장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상한 역설이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