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2098억원에 부채 1조3435억원, 업계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인 640.49%를 기록하고 있는 금호건설이 잇따른 토목공사에서의 사고에 이어 현재 가장 큰 토목현장인 경기도 의왕시 월판선 9공구 현장이 석달째 중단돼 엎친데 덮친 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3871억원에 157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는 등 100원 팔아서 40원 손해보는 식의 경영성적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지난해 3분기 매출 3871억원에 영업손실 1574억원, 순손실 1898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영성적을 낸 금호건설이 회사 내 가장 큰 규모의 토목현장인 월곶-판교선 9공구 의왕구간 공사가 석달째 중단돼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가철도공단(공단)이 발주하고 금호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월곶-판교선 9공구 공사가 지난해 11월 5일 이후 중단된 채 공사현장 인근 학현마을 주민들의 계속되는 반대로 공사재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주민대책위원회가 공단과 금호건설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주민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배출가스 유해성 은폐, 임야 불법 벌목 의혹 중에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사 재개가 어려워 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판선 9공구 26번 환기구 공사현장 인근 학현마을 주민대책위원회가 환기구 설치에 따른 피해와 공사 관련 피해를 이유로 공사중단을 요구하면서 현재 공사는 석달째 중단돼있다. 최근 주민대책위원회는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과 시공사인 금호건설에 대해 이 공사와 관련 졸속 주민설명회,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배출가수 유해성 은폐, 불법적인 벌목행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16일 공단과 금호건설을 상대로 ‘의왕시 학의동 월판선 9공구 26번 환기구 건설에 따른 추가 민원회신에 대한 민원’이란 공문을 통해 현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배출가스 유해성, 불법 벌목 등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명확한 해명이 없을 경우 공단과 시공사인 금호건설을 감사원에 고발할 것도 밝혔다.

주민대책위원회의 주장을 보면, 우선 환경영향평가와 관련 그동안 환기구 위치를 두 번 바꾸면서 위치선정 과정에서 정확한 환경영향평가가 수반되지 않아 여러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환기구의 위치가 두 번 바뀌었는데 그 배경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첫번째 장소에서 두번째 장소로 이전한 배경에 대해 공사장 진입로 확보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에 대해 대책위는 진입로 추가공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단이 금호건설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굳이 주거시설이 밀집한 위치로 옮긴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고, 현재의 위치인 두번째 위치 변경에 대한 해명은 아예 없어 그 배경을 정확하게 밝히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공사내용 및 환경영향평가 등을 설명하는 주민설명회도 형식에 그쳐 주민들 대부분이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공사판이 벌어지면서 공사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대책위는 공단이 시행했다는 2017년 8월과 2020년 11월 주민설명회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다음으로는 공단에서 환기구를 무해하다는 의미의 급기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환기구의 기능상 공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기본적인 기능 중 바깥 공기를 투입시키는 급기 기능만을 부각시켜 배출공기의 유해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사현장에 쌓여있는 벌목 흔적 사진. 공사현장 중 638㎡가 임야임에도 불구하고 형질변경 절차에 벌목허가 항목이 없었다는 것과, 특히 죽목에 대한 벌목행위가 있을 경우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 시행사인 금호건설 뿐 아니라 허가 당사자인 의왕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주민대책위원회

여기에 더해 공사장 조성 과정에서의 불법 벌목사실도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 26번 환기구 위치 상당부분이 임야임에도 불구하고 형질변경 신청서에 벌목행위를 위한 어떠한 허가요청도 표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며, 이 경우 벌목이 이뤄졌다면 이는 형사적 중형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주민대책위가 현장에서 확보한 사진에 따르면 벌목된 수십그루의 나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대책위는 이러한 사항에 대해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로 불법적인 개발행위가 이뤄졌다고 판단돼 사법부에 고발할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 의왕시 개발허가 관련 의왕시 도시정책과 담당 공무원은 “해당 지역에 임야가 638㎡ 포함돼있는데, 인허가 당시 드론을 통한 항공촬영 상 나무가 없어 보였다”면서 사전에 방문실사를 통해 나무가 있는 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불법벌목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의왕시 역시 감시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무원은 본지 취재 이후 뒤늦게 현장 실사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호건설은 창업 이래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들과 건설불황이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토목 사업에서의 사건 사고로 시공능력 자체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말 179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을 시공한 건설사로서, 제주항공 폭발의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는 콘크리트 둔덕을 건설했다. 시공사 선정당시 설계에서는 현대건설이 1위 삼성물산(건설)이 2위였지만, 금호건설이 최저가를 적어내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7월에는 14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청주의 오성지하차도의 사고 원인이 된 미호천교 시공사였다. 당시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시공중인 금호건설은 다리 공사를 위해 미호강 제방 일부를 철거하고 2023년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우기를 대비해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이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물길이 오성지하차도를 덮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현장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2023년에 붕괴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의 시공사도 금호건설이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재 부채비율 640.49%로 대형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을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데다 100원 벌어 40원 밑지는 식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금호건설이, 잇따른 대형 사고에 더해 가장 큰 현장인 월판선 9공구 현장까지 멈춰서 전방위적인 경영위기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