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삼성전자 HBM 다시 설계해야” 충격 경고

-지난해 4분기 3분기 이어 연속 역성장…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본격 돌입
-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전자에 대해 HBM 딱지 붙이면서 “다시 설계해야” 경고

이주연 기자 승인 2025.01.08 11:26 의견 0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실적이 3분기 이어 연속 역성장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9월 모건스탠리가 경고한 '혹독한 겨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엔비디아 향 HBM이 기술결함으로 공식적으로 딱지를 받았다는 것인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CES 기조연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은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3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9월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겨울이 다가온다’ 보고서의 저주에 빠져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성장하는 당장의 실적도 걱정이지만, 현재 엔비디아 향 HBM 공급 지연 등 기술적 결함으로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돌파할 모멘텀을 찾지 못해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측면에서 본격적인 혹독한 겨울로 접어들어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75조원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5%, 29% 감소했다. 3분기 실적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이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전날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매출 77조4035억원, 영업익 7조9705억원에도 크게 못미쳤다.

최근 증권사들은 구형 반도체 가격의 계속된 하락세가 확인되자 실적 전망치를 급격히 하향 조정했음에도 결국 4분기 실적은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도 충족하지 못한 셈이 됐다.

실적 역성장은 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부진한 영향으로 해석되면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도 10% 정도 적은 3조5000억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800억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을 기록해 2023년보다 각각 16%, 398% 늘었지만, 2023년은 최악의 실적을 냈기 때문에 비교 의미가 없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1년 51조6000억원, 2022년 43조3000억원에서 2023년 6조6000억원으로 실질적으로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경고는 삼성전자만 해당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2023년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했지만, 모건스탠리의 경고대로 3분기부터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이 부러지기 시작하면서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유력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9월 “(반도체) 겨울이 다가온다”란 보고서를 통해 향후 D램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의 HBM 생산 확대로 인해 반도체 경기가 악화할 것을 전망했고, 그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볼 기업으로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면서 목표주가를 대폭 낮춘 바 있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이 영향으로 당일 두 회사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었다.

지난 7년 간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망치를 두 번 더 낸바 있었는데, 2017년 11월에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전자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당시 삼성전자는 오히려 연간 영업이익을 2년 연속 50조원을 넘기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바 있었다.

두번째 보고서는 2021년에 내놨는데, 정말 보고서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 후 2년 간 지독한 겨울을 보냈다. 2023년에는 두 회사 모두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9월의 보고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역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이지만, SK하이닉스는 최대의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건스탠리의 2024년 9월 보고서에서 지적한 혹독한 겨울은 삼성전자에게만 해당되는 결과가 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HBM 다시 설계해야” 딱지

당장의 실적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겨울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IT 전시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아키텍처 블랙웰 기반 500달러대 지포스 ‘RTX50’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GPDDR7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닭 쫒던 개’ 신세가 된 것이다. 그동안은 삼성전자의 메모리칩이 탑재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시장은 크게 놀랐다

이에 마이크론 주가는 당일 10.45% 오른 데 이어, 다음날에도 미국 주가가 전체적으로 하락한가운데 2.67% 상승했다..

여기에 HBM 관련해서도 젠슨 황은 기조연설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않아 지난해 3월 삼성전자에 보인 우호적인 태도에서 완전히 바뀐 태도를 보였다.

젠슨 황은 기조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전자의 HBM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것이라는 의례적인 답변을 한 뒤, “그러나 삼성전자의 HBM은 다시 설계해야 할 것(have to redesign)이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삼성전자 입장으로서는 사망선고라고 할 수 있는 멘트였다.

젠슨 황은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행사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 친필로 '승인(approved)' 사인을 남겨 큰 관심을 끌면서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탑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품질검사 통과 시점을 지난해 상반기에서, 9월로 그리고 연말까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이번 CES에서 젠슨 황에게 결정적인 딱지를 맞게 된 것이다.

이날 기자들이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과의 만날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젠슨 황은 내일이라도 곧 만날 계획이라고 답변하면서 삼성전자와는 다른 깊은 신뢰를 표시해 두 회사간의 대조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차세대 AI칩인 루빈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젠슨 황 입장에서는 루빈에 탑재될 HBM4(6세대) 개발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현재 5세대인 HBM3E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젠슨 황은 2026년 출시 예정인 루빈을 6개월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고, 지난해 11월 ‘SK AI 서밋’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달라 요구하면서 HBM4 공급계약을 맺었음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력 결함에 크게 실망한 젠슨 황 입장에서는 당연히 SK하이닉스의 기술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레거시메모리 분야에서는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HBM 등 AI반도체 칩에서는 품질검사에서 딱지를 받으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심각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자칫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은 당장의 실적악화보다도 기술력에서 자꾸 결함이 드러나는 것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면서 “지난 경영진 및 임원인사 내용을 봐도 회전문 인사를 하고 있는데 그런 관료적인 조직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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