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p 낮춘 1.9%로 제시했지만, 올해 초 들어서 다시 1.6~1.7%로 재차 낮추는 전망치를 내놨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1%대의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의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2월 금리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비관적 수치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금리동결 여파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밤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장은 트럼프 신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첫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연준이 미국 경기의 견조함과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를 인정한 결과가 됐다.

연준은 금리동결 배경에 대해 “최근 노동시장 여건이 여전히 견고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상승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그래도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인 불안과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내려잡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요소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금리인하를 놓고 한국은행이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1.5%이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낮출 경우 외환정책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쉽지않은 결정의 문턱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 경제기관이 예측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대체적으로 1.3~1.8% 사이로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1월 23일(현지시간) 미국 IB(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Growing at Bare Minimum, 최소한의 성장)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분석과 함께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담은 것이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한 이유에 대해 "수출이 하향 주기(down-cycle)에 접어들고 있고, 침체된 경제심리와 모든 경제 부문의 활동 둔화로 인해 소비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한국은 대내외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금상승과 민간 부문 고용활동이 약해질 것으로 보여 가계소득에도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며 "결국 소비의 전반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외 조건에 대해서는 "관세와 관련한 위험을 안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 정책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하락 사이클 속에서 한국 수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대외 무역흑자 규모의 감소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

미국의 IB인 JP모건은 한국 경제에 대해 더 어두운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해 비상계엄 이전에 전망한 1.7%를 올해 초에는 1.3% 성장률로 대폭 하향 조정해 발표한 것이다. 국내외 경제전망치 중에서 가장 낮은 전망치다.

이 외에도 HSBC는 1.9%에서 1.7%로 낮추는 등 거의 모든 국제은행들이 1%대 중후반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저성장 기조 예상치는 내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전망치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각 2.1%, HSBC 1.9%, 노무라 1.8%, 씨티 1.6%, 바클리, 1.5%, UBS(스위스 투자은행) 1.3% 등을 각각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수정을 반복하면서 1%대 중반을 제시했다. 지난 1월 20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9%를 1.6~1.7%로 내려잡아 발표했다.

이들 국내외 은행들이 내놓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데 노동과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물가상승을 제외한 순수 성장률 예상치인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소는 총요소생산성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총요소생산성 현황과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총요소생산성 수준을 1로 가정했을 때 한국은 0.614로 OECD국가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독일이 0.927, 프랑스 0.909, 영국 0.787에 심지어 성장이 멈춰있는 일본도 우리보다 높은 0.656이었다.

이러한 여러 경제수치들로 볼 때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이제 1%대의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우리 경제가 혁신부족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으로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진 가운데 인구감소 및 고령화, 투자 둔화 등으로 성장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5년은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관세장벽 등 무역보호주의와 미·중 경제갈등, 거기에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고물가 및 소득감소에 따른 내수 부진 역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거둔 지난해 역대 최고 대미 무역흑자로 인해 트럼프 정부의 제재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대미무역 흑자는 지난해 557억달러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건설경기의 위축 역시 국내 소비를 급속하게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미국의 고금리 유지로 인해 우리나라 금리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 살리기에 한계점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미칠 국내 자동차 산업이 입을 손실,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 미국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 등으로 캐즘(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에 이은 이차전지 산업이 받는 어려움 등 우리나라 산업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자칫 1% 초반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