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통령의 사과, 그리고 숙제

수도시민경제 승인 2024.11.09 07:00 | 최종 수정 2024.11.10 08:07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점에 대해 대신 사과를 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하는 등 2시간 이상의 기자간담회를 가졌지만,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한 일종의 사과는 안한 것 보다는 낫지만 많은 숙제를 남겼다.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내조 역할을 떠나 국정개입을 한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여서 특히 그 부분에 많은 국민들은 관심이 많았다.

아내인 김 여사를 대신한 사과는 정말 늦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나마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 여사의 뜻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남은 과제이긴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인 것은 쉽지 않은 모습인데, 윤 대통령은 아내를 대신해서 본인의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국민은 대통령의 입을 빌린 사과보다는 당사자인 김 여사의 정확한 팩트에 대한 해명과 그에 따른 필요한 사과를 원했는데, 그것을 대통령이 대신 나서서 사과를 한 것에 대해 역시나 정권실세는 누구야? 하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게 했다. 대통령은 사과를 했지만 국민은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0% 아래로 추락하다 보니, 대통령이 나서서 기자간담회를 한 것인데, 국정수행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김건희 여사를 꼽은 것과는 달리 대통령은 김 여사를 감싸는데 정성을 들였다.

국민들 대다수 그 중 특히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의 민심까지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의 국정개입에 대한 의혹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 간담회를 통해 김 여사에 대해 국정개입이 아닌 순수한 내조를 하다보니 다소 잡음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대통령이 말한 내용을 짚어보면 명백한 김 여사의 국정개입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 같다.

이 날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피곤해서 잠을 자는 동안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당선에 대한 수많은 축하인사 등 메시지에 대해 답장을 했다고 했다.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윤석열 당선인이 한 것으로 알고 얼마나 중대하게 생각 했을까.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새벽에 눈을 떠보니 아내인 김 여사가 자신의 휴대폰에 들어온 각종 메시지에 답을 하고 있어서 “미쳤냐”라면서 아내를 자제시켰다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일국의 대통령을 두고 아내인 김 여사의 국정개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당선인 시절만 그랬으리라는 법이 있겠는가? 대통령은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이런저런 통화 사실에 대해 과거부터 써온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그런 통화기록이 생긴 것이라고 하면서 앞으로 번호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김 여사가 당선인 시절처럼 대통령 휴대폰까지 관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거기서 더 나아가 휴대폰만 관리했겠냐 하는 것에 대한 의혹도 일어난다.

대통령은 이 날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실에 김 여사의 라인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실의 인사, 홍보, 기획 등 핵심 요직의 인물들이 김 여사 측근들로 구성된 것을 여러 소문을 통해 그렇게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통령의 사과와 설명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난무하지만, 결과적으로 앞으로 김 여사 거취와 행보가 계속 주시될 것이다. 얼마 전 김 여사가 외부활동을 자제하겠다고 하고는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마포대교에 갑자기 나타나 명절을 앞두고 민심을 살핀다면서 다리 통행을 막아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등의 국민불편을 또 준다면 윤 대통령의 이번 기자간담회에서의 사과는 말뿐이 될 것이다.

이번 기자간담회의 진정성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반신반의다. 더 두고 어떤 행동으로 보여줄 지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과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영부인에게는 측근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 깨달았다면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기자간담회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쓴 소리가 약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안다면 남은 임기동안 좋은 국정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처럼 아내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겠지만 국민이 바라보고 원하는 것을 중하게 생각해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다.

나랏일을 하는 데 개인적인 측근은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수도시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