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반건설 커뮤니케이션실의 무리한 인사를 계기로 인해 호반건설의 인사시스템이 새삼 주목을 받는 가운데, 김상열 회장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인사가 만사인데 자칫 호반의 만사가 뒤틀릴 까 우려가 된다.
올 1월 들어 호반건설의 대내외 홍보와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실이 해체 수준의 임직원들 이동과 퇴사가 있었는데, 지난해 9월 신임 커뮤니케니션실장으로 선임된 김상열 회장의 며느리인 김민형 상무가 주도해 홍보조직을 공중분해 시켰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도 능력을 무시한 오너 입맛에만 맞는 인사를 하는 망사(亡事)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고 있다.
호반건설 커뮤니케이션실은 대내외 홍보와 광고를 담당하는 홍보팀과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동반성장팀으로 구성돼있는데, 김 상무가 실장으로 온 후 첫 인사인 지난해 말 인사에서 홍보팀 간부 3명을 모두 타 부서로 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이 모 이사는 본인 경력과는 전혀 관계없는 개발사업실로 발령을 냈다가 2~3일 후 해고통보를 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개발사업실 발령 후 며칠 지나지 않아서 해고통보한 배경에 대해 이 모 이사의 부서이동 발령 관련 일명 찌라시가 돌면서 이에 대한 징벌적 차원에서 해고했다는 것이다.
이 모 이사를 홍보에서 후임도 없이 배제시킨 배경에 대해 여러 소문과 해석이 있지만, 김민형 상무가 현재 모 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이 대학원 동료가 이 모 이사의 홍보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비난을 한 것을 듣고 홍보조직을 가위질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김민형 이사는 1993년생으로 서울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2016년 MBC 아나운서를 거쳐 2018년부터SBS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중 2020년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 김대헌 호반그룹 사장과 결혼하면서 방송사를 그만 둔 상황에서 지난해 9월 호반건설 커뮤니케이션실장 상무로 입사했다. 현재 모 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반그룹은 창업 초기부터 외부수혈을 끊임없이 해왔는데, 영입된 임원들이 짧은 임기로 근무기간을 마치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그래서 정말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면 선뜻 영입제의를 거부하는 1순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우건설을 비롯한 상위권 건설사에서 그만둔 많은 임원들이 호반의 영입제의에 옮겨간 경우가 있었지만 짧게는 3개월에서 보통 1년 이내, 길어도 2년을 넘긴 임원이 드물 정도로 이동이 심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들 임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지시하는 라인이 너무 많고, 잘못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져야 하는 기업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도급순위 톱5 내에 드는 건설사의 한 임원은 호반에 영입돼 인사업무를 담당했었는데 기안을 작성해 보고를 하게 되면 최소 8군데 이상의 엇갈린 지시가 내려와서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고 해도 최종 결정까지 이르는 데 많은 시간과 쓸데없는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한다.
이 8명의 훈수에는 당연히 김상열 회장, 그의 장남 김대헌 사장, 김 회장 둘째아들 김민성 전무, 김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김 회장의 딸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경영총괄부사장과 각 계열사의 CEO 및 CFO 등 8~9명이 나선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호반으로 옮긴 지 몇 개월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제 며느리인 김 상무까지 합세해 10인 10색을 맞춰야 할 상황이 됐다.
김상열 회장의 건설업계에서의 별명은 ‘삼세판’이라고 한다. 김 회장의 첫번째 의사결정을 바로 실행할 경우 재앙 수준의 인사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김 회장은 지나치게 신중해 한번 결정한 것을 수없이 입장과 결정을 번복하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임직원들은 김 회장의 첫번째나 두번째 결정에 대해 실행에 옮기지 않고, 최소한 세번 이상 번복한 결정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신중한 것이지만, 우유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의사결정으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호반 안팎의 평가다.
그룹 최고 책임자인 회장은 별명이 ‘삼세판’이라고 할 정도로 우유부단한 가운데, 오너 일가 모두가 훈수를 두고 나서니 의사결정 하는데 얼마나 힘이 들고 담당 임직원은 얼마나 힘들 지 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들의 애로사항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의 사람을 믿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신중한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김 회장의 어린 시절 흑수저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자수성가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 회장은 어려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장노릇을 하다보니 정상적인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광주고등학교 부설의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사장 등에서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업시작은 건설업이 아닌 금융업부터 하다 보니 돈의 흐름에 밝으면서 사람보다는 돈과 눈에 보이는 부동산 자체에 대한 믿음이 강해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이 건설업계 많은 인사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경계하는 사람들 안에는 경영에 숟가락을 얹고 있는 가족들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그들이 배놔라 감놔라 하면서 조직이 멍들고 임직원들의 마음과 몸이 떠나면서 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반건설은 건설업계에서는 도급순위가 매년 10위 안팎을 기록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10대 건설사 반열에 올려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30위권의 금호건설, 동부건설, 쌍용건설 보다도 아래로 대접받고 있다.
이번 홍보팀 해체와 함께 20여 년 호반의 대외홍보를 위해 일해온 담당 이사를 입사 3개월차인 며느리가 해고시키는 것을 보는 호반 임직원을 포함한 건설업계 많은 사람들은 위태위태 유지하고 있는 호반과 우유부단한 회장에 대한 불신의 깊이가 커지고 있다.
경영은 사람, 자본, 원료를 잘 조화시켜 부가가치를 올리는 과정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을 쓰는 것도 사람이다. 올바른 사람을 써야 그 사람이 또 올바른 사람을 쓰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호반에 위험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