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 학현마을 주민들이 주거지와 인접해 설치되는 지하철 환기구로 인해 생활권에 이어 재산상 손실로 큰 고통을 겪고있다. 주민들의 환기구 설치장소 이전 요청에 따라 공사는 3개월 째 중단된 상황이다. 공사중단 기간이 길어질 수록 주민들과 발주처 및 시공사 모두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있다. 그동안 정보에 대해 깜깜이식으로 진행했던 발주처와 시공사가 이제는 모든 의혹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사진=수도시민경제

월곶-판교선(경강선) 9공구 26번 환기구 설치 공사를 둘러싸고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공사장 인접 학현마을 주민 간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3개월 전부터 중단된 공사에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학현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최후통첩 성격인 그동안의 불투명한 처신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에는 감사원과 사법기관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공사를 둘러싼 의혹은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주민들이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선 26번 환기구 위치 선정 과정에서의 뒷거래가 의심될 정도의 끼리끼리 봐주기 의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정해진 위치는 주변에 무덤들과 초목이 있고 인가가 없어서 주민 민원이 없을 만한 곳인데, 진입로가 좁아서 공사차량 통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두번째 위치로 옮겼다. 진입로가 좁으면 확장공사를 하면 될 것인데, 다분히 시공사인 금호건설을 특별히 배려했다는 의심이 갈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옮긴 곳은 주거밀집지역이었다. 당연히 강한 민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결국 국가철도공단은 현재 위치인 학의동 84번지 일원으로 옮긴 것인데, 이 과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나 주민설명회 관련 명확한 해명이 없다.

현재 26번 환기구 공사현장이 위치한 부지는 당초 그린벨트였지만, 공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에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땅 주인들은 그린벨트 해제와 부지 매각으로 적지않은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땅 주인들은 현재 이 공사와 관련해 공사차량 운행 하청을 받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더 웃기는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된 2017년과 그린벨트가 해제된 2019년에는 이곳에 많아봐야 10가구 미만의 주택이 있었고, 주민이래야 고작 10여명이었지만, 그린벨트 해제 후인 2020년 이후 다수의 빌라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공단과 시공사가 했다는 주민설명회는 현재 주민들 즉 피해당사자들이 아닌 기존의 몇몇 지주들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발주처나 시공사가 주민설명회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데, 추정컨데 10명 이내의 주민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치른 졸속 행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주민 중에는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절차를 가지고 설명회를 했다고 한다면 그건 억측이다.

그 외에도 발주처가 환기구에 대한 명칭을 급기구라고 우기면서 위해성을 은페한 점이나, 공사장에 포함된 임야의 죽목에 대한 불법벌채 정황 등 이 공사를 둘러싼 의혹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해당 임야의 경우 죽목에 대한 별도의 벌목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기존의 땅 주인이 벌목을 했거나 매각 이후 시공사가 벌목을 한 경우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재 이 학현마을 사람들은 이 환기구 설치로 인해 생활 불편 외에도 집값이 떨어지는 등 재산상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학현마을 주민들 대다수는 맑은 공기와 주변 녹지 환경 등 쾌적한 삶을 좆아 들어온 사람들인데 최대의 장점인 자연이 망가지고 공기오염 시설이 생기게 되면서 오히려 이곳을 떠나려는 주민들도 나타나고 있지만, 환기구 설치 소문으로 집이 팔리지도 않는 처지가 됐다.

주민들은 생활권 박탈에 이은 재산 손실까지 이중의 고통을 겪는 처지에 빠졌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는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이나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것을 공개하고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역 관할 행정관청인 의왕시도 적극 나서서 문제해결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장은 묶을수록 깊은 맛이 들지만,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커진다.

주민대책위원회가 예고대로 법적인 고발이나 감사원 감사청구를 할 경우 공사중단의 기간은 더욱 길어지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개발지상주의 시대처럼 국민의 권리가 무시된 채 밀어붙이기 식의 공사 강행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는 것을 잊는다면 반드시 큰 재앙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