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 연준 의장. 오는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와이오잉주 잭슨홀에서 열릴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이 어떤 기조연설을 할 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과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임기 마지막이 될 이번 심포지엄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잭슨홀 미팅은 단순히 미국의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현안을 다루는 자리로서,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해 전세계 중앙은행장들과 경제학자들 등 각국의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향후 통화정책 등 경제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메시지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특히 이 행사의 주인공인 미 연준 의장의 연설 내용이 핵심인데, 2022년 잭슨홀 미팅에서는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미 뉴욕 증권시장은 새파랗게 질려 다우지수는 -3.03%, 나스닥 -3.94%, S&P500 -3.30% 등 급락했고, 이 여파로 글로벌 증권시장이 휘청거렸다.

2022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시중 통화량을 회수하기 위해 3월부터 대대적인 금리인상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3월 0.5p, 5월 0.75p, 6월 0.75p, 7월 0.75p 등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탭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는 5개월 만에 2.50%가 올라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이 지속적인 추가 인상을 강조하자 금융시장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던 것이다. 실제 잭슨홀 미팅 직후 9월과 11월 FOMC회의에서 파월은 각각 0.75p를 인상해 그 해 연말 기준금리는 4.00%로 마감했다. 1년 동안 미국 기준금리가 0.25%에서 16배 뛴 4.00%가 된 것이다.

반대로 지난 2024년에는 파월이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 사이클 개시를 시사하면서 뉴욕 증권시장도 온기가 돌아, 다우지수 +1.14%, 나스닥 +1.47%, S&P500 +1.15% 등 상승세를 보였다. 파월은 실제 9월 0.5p 빅컷을 단행했다. 2023년 7월 5.50%로 올린 이후 14개월만에 5.00%로 인하한 것이다.

다음주에 있을 잭슨홀 미팅은 트럼프의 관세폭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과 미국 고용시장의 침체 조짐이 맞물리면서 소위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생겨나면서 파월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펼쳐낼 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우선 지난 7월 미국 고용통계국이 발표한 고용보고서를 놓고 보면,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7만3000명으로 뉴욕 금융시장의 예상치인 10만명을 크게 밑돌아 고용시장 악화의 조짐을 보였다.

여기에 지난 5월과 6월의 고용지표에 대한 수정치도 내놨는데, 5월은 14만4000명이 1만9000명으로, 6월은 14만7000명이 1만4000명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고용 지표로만 보면, 2024년 잭슨홀 미팅 직전의 고용보고서 상 고용시장 불안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도 1년 간의 신규고용 통계치 수정치가 나왔는데, 연간통계인 신규고용 총 290만명이 208만2000명으로 30% 하향 조정한 바 있었다. 파월은 지난해 8월 잭슨홀 미팅 후 9월에 0.5p 빅컷을 단행했다.

그러나 당시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점차 추세적으로 하향안정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6월까지만해도 3.00%이던 물가상승률이 7월 2.90%, 8월 2.80%로 상승률 추세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연준이 고용 변수에 비중을 두고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 관세폭탄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PPI는 0.90%로 시장 예상치인 0.20%를 크게 벗어났고,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헤드라인 3.30%, 근원 3.70%다. PPI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장 8월 CPI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즉 고용시장은 악화되면서 인플레이션도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있다. 당장 잭슨홀 미팅을 일주일 남겨둔 파월의 어깨와 입에 무거운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다음달 초에 나올 미국 실업률 통계와 8월 CPI 통계가 다음달 17일 있을 FOMC의 최종 참고자료가 되겠지만, 이미 PPI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인다.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잭슨홀 미팅은 미국 산간오지인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열린다고 해서 잭슨홀 미팅이라고 불린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주이고 대부분이 산간으로 이뤄진 평균 해발고도 1900m의 산악지역이라 교통이 매우 불편하지만, 청정지역이면서 호수가 많아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잭슨홀 미팅이라고 불리는 미국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은 1978년부터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등에서 열렸는데, 1982년부터 와이오밍주 잭슨홀로 장소를 옮겨 열리고 있다.

1978년부터 1982년은 미국이 엄청난 물가상승과 실업이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시기였다. 당시 실업률은 14%에 달하고 물가 역시 연간으로 15%에 달하면서 빚을 내서 농기구를 산 농민들이 이자가 감당이 안돼 농기구를 몰고 총으로 무장한 채 연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당시 연준 의장은 폴 볼커였는데, 그는 고용과 물가 모두를 잡을 수 없다면서 고용은 포기하고 물가 잡기에 나서 금리를 21.5%까지 올렸던 것이다.

빚 내서 농기구를 산 농민들이 이자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농기구를 연준이 가져가라고 무장 시위를 벌였는데, 2m가 넘는 거구인 폴 볼커도 생명에 위협을 느껴 권총을 차고 다닐 정도였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캔자스시티의 시내에서 도저히 열 수가 없어, 1982년 농기계를 몰고 시위하러 오기 어려운 산간 오지인 와이오밍주 잭슨홀로 장소를 옮긴 것이다. 지금도 이 심포지엄의 주관은 캔자스시티가 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 모두가 해당되지만,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에 있어서 금리는 시장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즉 금리는 돈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돈의 가치에 왜곡이 일어날 경우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정앙정부나 대통령도 연준에 관여를 할 수 없게 돼있다. 연준의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연준을 방문한 것은 세존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는 파월을 향해 금리인하 압박을 하러 연준 건물 보수공사장을 찾아 공사비를 뻥튀기했다고 우기면서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금리인하를 목마르게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가 후임 연준 의장 후보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고용시장 감안해 시장에서는 베이비컷 인하 예상하고 있지만,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이 어떤 기조연설을 할 지에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