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부동산대책 이후 서울과 비 서울 간의 아파트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지난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청약을 받은 이천의 '부발역 에피트 에디션 2차' 692가구가 0.18대 1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1차 630가구를 분양했는데 당시에도 0.74대 1의 청약경쟁률로 미달됐었는데, 이번 분양에서는 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HL디앤아이한라

국내 부동산시장이 서울 중심으로 집중현상이 심해지면서,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서울과 비 서울 간의 양극화 현상이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난 6월 27일(6.27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청약시장은 똘똘한 지역인 서울로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서울 외의 경기도나 인천 등 수도권 시장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서울 후광효과로 인해 수도권 전반의 청약성적이 좋았던 것과는 달리, 6.27부동산대책 이후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6.27부동산대책 이후의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은 서울과 서울 이외 수도권 간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수요자들이 서울 중심의 ‘똘똘한 한채’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은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반면, 경기도는 청약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지난 7월 7일~9일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83가구 모집에 1만5882명이 청약 신청해 평균 청약경쟁률 191.35대 1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에 포스코이앤씨가 ‘오티에르 포레’ 40가구 청약에 나섰는데 2만7525명이 몰려 평균경쟁률 688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6.27부동산대책에 따르면, 아파트 잔금도 6억원까지만 대출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은 서울 아파트를 분양 받을 경우 개인 현금이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청약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편, 서울 이외의 경기도 및 인천 등 수도권 청약시장은 폭염 더위와는 달리 찬바람이 불었다.

지난주인 7월 16일~18일 청약을 받은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은 961가구 모집에 191명이 신청해 0.20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효성중공업이 7월 14일~16일 진행한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 청약에서는 1435가구 모집에 413명이 신청해 0.2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HL디앤아이한라가 7월 8일~10일 경기도 이천에서 분양한 ‘부발역 에피트 에디션 2차’도 692가구 모집에 123명 만이 신청해 0.18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해 9월 이 단지와 인접한 ‘이천 부발역 에피트 1차’ 630가구를 분양했는데, 당시 467명이 청약 신청해 0.74대 1의 경쟁률을 보였었다. 같은 조건의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약에서 0.18대 1이라는 더욱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보여 6.27부동산대책 이후의 경기도 분양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어두워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평택 브레인시티의 경우는 청약신청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대광건영이 7월 7일~9일 청약을 진행한 ‘브레인시티 메디스파크 로제비앙 모아엘가’는 1200가구 모집에 38명 만이 신청해 청약 절차를 취소하고 재분양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경기도에서도 일부 청약 흥행을 보인 단지들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거나 특별히 조건이 좋은 단지들이었다. KCC건설이 지난 7월 7일~9일 경기도 김포에서 분양한 ‘오퍼스 한강 스위첸’은 706가구 모집에 1697명이 신청해 평균 2.40대 1의 비교적 양호한 경쟁률을 기록했고, 한신공영이 같은 기간 청약에 나선 ‘송도역한신더휴프레스턴’은 118가구 모집에 213명이 청약을 신청해 1.8대 1의 경쟁률로 분양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이와 같은 청약 성적에서의 서울과 비 서울 간의 양극화는 올해 들어 6.27부동산대책 이전부터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는 부동산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8.87대 1인데 반해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69.21대 1로 서울이 전국 평균보다 7.8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서울을 제외했을 경우 서울은 비 서울 대비 8.65배 더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전국 대비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2021년 전국 청약광풍이 분 이후 2022년 1.48배로 서울 평균과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별 차이가 없었는데, 2023년부터 부동산 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면서 ‘똘똘한 한채’ 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과 비 서울 간 양극화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2023년 전국 청약경쟁률은 11.12대 1인데 반해 서울은 60.87대 1로 나타나 서울이 5.47배 높았고, 2023년에는 서울 청약경쟁률이 102.73대 1까지 올라가면서 서울이 전국 대비 역대 최고치인 2021년 8.34배와 비슷한 8.24배 높은 기록을 세운 바 있고, 이러한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부터 서울 대 비 서울 간의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6.27부동산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수요억제책을 쓰면서 결과적으로는 서울만 뜨겁고 서울 이외의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수요억제책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10억 전후의 아파트 수요자들이 피해를 본 데 반해, 현금부자들은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면서, 고급아파트값의 상승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는 시장이 됐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59.96㎡는 지난 2월 24일 4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형 면적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40억원을 넘은 것은 이 거래가 처음으로서, 서울 중에서도 강남3구나 마용성(마포, 성동, 용산) 등 인기 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 몰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6.27부동산대책은 10억원 전후의 아파트 시장에는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이상 고가아파트 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