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주택조합 비리와 함께 서희건설의 횡포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이후 국토부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보평역 서희스타힐스 리버파크’ 지역주택조합(지주택)의 전 조합장, 시공사인 서희건설 부사장, 방음벽 공사업자, 전 용인시장, 전 국회의원 등 5명이 비리관련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국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최 강자인 서희건설이 창업 30여 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번 지주택 조합사업 사태는 모든 비리의 형태가 모인 비리백화점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여서, 뿌리깊은 지주택 사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과 함께 지주택 사업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용인 지주택사업 비리는 전 조합장 A씨가 서희건설 부사장 B씨에게 13억7500만원의 뒷돈을받고 공사비 385억원을 증액해준 것이 주요 혐의 내용이다.
지난해 4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1963가구의 대단지인 이 아파트 조합은 2020년 서희건설과 2964억원에 시공계약을 맺었는데 2021년 공사비 98억원을 인상한 데 이어 2023년 385억원 올린 3447억원 추가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공사비는 3년 만에 16.3% 올라갔고, 그 과정에서 공사비를 올려주는 대신 서희건설은 조합장에게 13억7500만원의 뒷돈을 댄 전형적인 지주택 사업 비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합장은 뒷돈을 받은 대가로 물가상승분 142억원보다 243억원 많은 385억원을 증액하도록 한 것이고, 이 금액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가 서희건설로 들어갔다.
조합장 A씨는 방음벽업자 C씨로부터도 3억원을 받았다. C씨는 당시 이정문 용인시장에게 1억6500만원과 차량리스비용 2900만원을, 17·18대 국회의원 우제창 전 의원에게는 9억9000만원을 뇌물로 건넸다. 이 비용은 조합장 A씨로부터 방음벽 공사비용을 부풀려서 받아냈다.
이 사건은 그동안 비리백화점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지주택 사업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서, 이미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지적을 받은 바 있고,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향후 지주택 사업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타운홀 미팅인 6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자리에서, 한 여성이 “금융권 고리대금으로 고사 직전”이란 손팻말을 들고 지주택 사업이 현재 파산에 몰리고 있다면서 “수년간 분담금을 냈는데도 현장은 멈춰있고, 추가로 수천만원을 요구있다”면서 절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서희건설 얘기죠? 해당 건설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대통령실 차원에서 조사 중이며 국토교통부도 실태조사를 마친 상태다”고 밝힌바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은 7월 9일 국무회의에서도 “지역주택조합의 문제는 단순히 운영미숙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상황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내린 일련의 지시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전국 618개 지주택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30%가 넘는 187곳에서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업계에 따르면 그 중 상당수가 서희건설 사업장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칫 지주택 사업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과 함께, 서희건설 역시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2025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경기도 1위, 전국 16위인 서희건설이 문을 닫을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서희건설은 2024년 말 기준 매출 1조4736억원, 영업이익 235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6%에 달할 정도로 장부상 수치로는 알짜 건설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들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 힘든 상황에서 16%의 엄청난 영업이익률 배경에는 지주택 사업 등을 통해 뒷돈을 대고 공사비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조합원들의 눈물을 빼는 방식으로 고혈을 빨아들인 영업방식이 있었던 것이다.
매번 조합원들과 법적인 다툼을 하다보니 집안에 법조인들이 필요한 이봉관 회장(창업주)는 딸 세명을 모두 법조인에게 시집을 보냈다. 첫째사위는 검사 출신이고, 둘째와 셋째사위는 현재 판사로 재직중이다.
이 중에서 첫째사위인 박성근 전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전직 검사출신으로서, 지난 22대 총선에서 출마를 했지만 경선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서희건설을 비롯한 지주택 사업에 대한 전면 조사 지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서희건설 사업장들이 속속 도마위에 올라오고 있다.
서희건설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도 평택시 화양지구 ‘평택화양센트럴주택조합’에서 조합과 서희건설이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민원이 올라왔다.
입주가 마무리된 대구광역시 ‘내당3지구 지역주택조합 주거복합 신축공사’에서도 공사비를 2393억4300만원을 3067억6765만원으로 인상했다는 민원이 올라왔는데, 조합원들은 입주 불과 몇 달 전에 인상 내용을 통보받아 입주를 위해 할 수 없이 추가분담금을 냈다는 민원이다.
2025년 서희건설이 공사비를 높여 정정공시한 곳은 양주 덕정(1856억 원→1881억 원), 부산 부암(2575억 원→2582억 원), 대구 내당(2393억 원→3068억 원), 평택 화양(2961억 원→3410억 원) 등인데, 문제는 공사비 인상에 대해 서희건설이 구체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조합원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희건설은 직원을 싼값으로 쓰고 필요 없으면 언제라도 해고하기 위해 직원 반 이상을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희건설의 비정규직 비중은 2012년 26.5% 비중에서 2020년 46%까지 올랐다가 2022년 51.2%, 2023년 53.0%, 2024년 52.0%로 나타났다.
그동안 조합장들과 결탁해 뒷돈으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집장만에 나선 지주택 조합원들의 피눈물을 빼서 곳간을 채우고, 법조인 사위들을 방패막이 삼아 부당이득을 챙겨 엄청난 부를 축적한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칼날을 피해나갈 지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