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도전과 변화의DNA로 만드는 미래"를 강조하는 구 회장은 현재 최악의 경영실적에 더해 안으로는 양어머니와의 지분 소송에 시달리고, 양누나인 구연경은 내부정보 이용 주식부정거래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다. 사진=LG
구광모 회장 취임 7년 여만에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이면서 그룹이 휘청거리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가족들 간 법적 소송 등으로 얼룩지면서 LG그룹이 가지고 있는 인화의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반대 모습을 보여 고객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구광모 회장의 양어머니인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씨가 양아들인 구광모 회장에 대해 제기한 민사소송이 오늘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 소송은 지난 2023년 2월 김영식 씨가 딸 구연경, 구연수와 함께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고,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15일 오전 11시 제410호 법정에서 변론기일을 연다.
이 소송은 LG그룹 상속 분쟁의 실체를 가리는 본안 재판으로, 김영식 여사와 친딸인 구연경, 구연수 자매가 각각 2억 원씩 총 6억 원의 상속 회복을 구하는 내용으로 금액이 적어 보이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구광모 회장에 대한 ‘상속 협의 자체의 무효 판단’ 가능성 측면에서 구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재판이다.
김영식 씨가 승리할 경우 구 회장은 LG 주식 일부 반환 및 법적 지분회복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구 회장의 ㈜LG 지분은 15.96%로 가장 많은 상황이고, 구 회장은 우호지분까지 총 41.72%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에게 아들이 없는 관계로 2004년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을 입적시킨 후 LG家 4대 회장 후계자가 된 구광모는 2018년 구본무 회장 사망에 따라 구본무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와 친부 구본능 회장의 지분 등을 받아 기존 6.24%에서 15.95%가 되면서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상속 기준을 넘어서는 ‘협의’에 따른 상속에 담긴 유언장에 따라 양아들인 구광모가 다수의 지분을 받은 것인데, 김영식 씨와 두 딸은 이를 부정하고 소송을 낸 것이다.
구본능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개인금고를 무단으로 열어 유언장을 가져갔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구본능 회장은 특수절도혐의로 조사도 받고 있다. 이를 통한 가족간의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구광모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가져가게 된 배경이 되는 유언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LG의 지분구조는 바뀌게 된다. 구광모 회장은 15.95%에서 9.71%로, 고 구본무 회장 부인 김영식 씨는 4.2%에서 7.95%, 딸 구연경은 2.92%에서 3.42%, 딸 구연수는 0.72%에서 2.71%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세 모녀의 합은 14.09%가 돼 구광모 9.71%보다 많게 된다.
그러나 구광모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 3.05%와 구본능 회장과 협업관계에 있는 LT그룹 구본식 회장 지분 4.48%를 합하면 구광모 측 지분은 17.24%로 늘어나게 돼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재판 결과와는 관계없이 그룹 회장 자리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될 경우 본인 지분이 절대적으로 약화되고, 그룹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나면서 안그래도 어려운 그룹 경영에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같은 날 구광모 회장의 누나이면서 LG家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에 출두해 2차 공판이 열린다.
앞서 검찰은 구 대표가 2023년 4월 당시 BRV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인 남편 윤 대표로부터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메지온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듣고 이 회사 주식 3만 주를 사들여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결과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주식으로 장난을 치면 패가망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강력한 처벌이 예상되기도 한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러한 가족 간의 법적 리스크에 더해 그룹 실적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최근 발표한 그룹의 주력인 LG전자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6% 감소한 6391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LG전자 외에도 그룹 지주사인 ㈜LG의 영업이익은 4396억원으로 31.1%가 줄었고, LG디스플레이도 -804억원으로 다시 적자 전환했다.
LG이노텍의 영업이익도 지난 1분기 대비 한 분기 만에 62.9% 하락했다. 현재 애물단지가 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만성 적자에서 4922억원 영업흑자로 돌아섰지만,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고작 14억원에 불과하다.
LG화학은 이번 LG엔솔의 영업이익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영업적자 행진을 중단하고 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만 629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2024년 연간으로 5632억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도 107억원의 영업적자를 이어간 상황이다.
그룹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리면서 구 회장은 지난 3월 27일 경기도 이천 인화원에서 경영진 30여 명과 가진 사장단 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구 회장은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로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대안을 구체화하고 단순히 ‘할 수 있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해야 하는 것’ 중심으로 실체적인 변화를 이끌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비상경영 선포 3개월 여 만에 받아 든 경영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고, 안으로는 가족 간의 지분 싸움에, 그룹의 장녀인 누나와 매형은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빠지는 등 내우외환의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인화를 중시하고 착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기업인데, 언제부터인지 소비자들의 정서와 멀어지면서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구광모 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LG화학을 쪼개서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한 것인데, 이는 쪼개기의 대표적인 시장왜곡의 사례로서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이다. 현재의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을 벌인 것은 그룹의 정신이 고객과 투자자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이런 경영적 판단이 오늘날 위기로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울어지고 있는 구광모 號를 어떤 신의 한수로 극복해낼 지에 LG그룹 안팎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