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사옥

올해 들어서 4건의 안전사고로 4명의 근로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포스코이앤씨가 다섯번째 중대재해 사고를 내 대통령으로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기업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4일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4분 경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현재 의식불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 7월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행한 다음날인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하게 질타를 하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체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밝혀놓고는 몰래 공사를 하다가 6일만에 사고를 내면서 약속을 어긴 것이 들통나게 됐다.

결과적으로 정 사장과 포스코이앤씨는 말로는 안전점검을 위해 현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국민에게 머리 숙여 약속해놓고 뒤로는 공사를 진행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날 일어난 포스코이앤씨의 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난한 바 있어서, 이번 사고로 인한 수사기관과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의 엄격한 처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1월부터 사망사고가 잇따랐는데, 특이하게도 사망사고가 한번 일어나면 며칠동안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1월 15일에는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17층 높이에서 추락사했고, 4월 11일에는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현장 터널 붕괴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이 공사는 공사 초기부터 연약지반 보강공사가 잘못된 상황에서, 터널의 기둥이 균열 정도를 넘어서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를 투입해 일어난 사고다. 국토교통부에서 부실 여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달 조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제대로 된 부실 결과를 발표할 지에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명 사고가 있은 지 10일 뒤인 4월 21일에는 대구광역시 중구 아파트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승강기 추락방지망 설치 작업중 사망했고, 오늘 사고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인 7월 28일에 경남 의령군 고속도로 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에 끼어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사장에 취임한 정희민 사장이 취임 반 년 여만에 전국 최고의 근로자 사망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에도 5건의 안전사고로 6명의 사망사고를 내, 전중선 사장은 사장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연말에 정희민 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났다.

2024년 역시 1월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해 8월 한달 동안에만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22일 서울 잠원동 주택재건축 현장에서 50대 남성 노동자가 철제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다. 8월에는 일주일 동안 3건의 안전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8월 12일 서울 천호동 ‘더샵 강동센트럴시티’ 현장에서 전기패널 조작 중 30대 노동자 감전사, 5일 뒤인 17일 인천 송도 공사현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추락사, 그로부터 이틀 뒤인 19일 경기도 분당 느티마을 3단지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추락사했다.

같은해 11월 27일 서울 가락동 가략현대 5차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보행로 지붕 붕괴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는 결과적으로 올해까지 1년 8개월 만에 10건의 사고에 10명이 사망했고, 1명이 의식불명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5건의 사고로 6명의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몬 전중선 사장이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처럼, 이번 정희민 사장은 대통령과 국민을 향해 사과와 함께 안전 점검을 약속해놓고는 몰래 공사를 하다가 사고를 낸 만큼 사장직을 계속 이어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포스코이앤씨는 사망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는 ‘안전 나몰랑’ 외에도 최악의 경영실적 속에 올해 적자잔환이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매출은 2023년 10조1657억원에서 2024년 9조4687억원으로 6.9% 하락했지만, 감가상각을 뺀 영업이익(EBITDA)은 2692억원에서 1252억원으로 53.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766억원에서 510억원으로 70% 이상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재무적 부실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외형마저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81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4527억원 대비 26%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은 11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63억원의 14.8% 수준에 머물렀다. 외형과 이익 모든 부분에서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면서 올해 적자전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회사의 순차입금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순차입금은 2023년 -2967억원으로 매우 양호했지만, 2024년말 -267억원으로 다소 악화된 데 이어, 올해 1분기 현재 5189억원으로 악화 정도가 심해진 상태다.

이번에 정 사장이 안전점검을 위해 전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해놓고는 뒤로 몰래 공사를 진행한 배경에는 공사지연으로 인한 원가상승으로 실적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을 우려한 포스코이앤씨가 국민과 대통령을 속이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자’란 별명이 붙은 포스코이앤씨가 연쇄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고 회사를 다시 소생시킬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