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악화와 더불어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소송까지 겹쳐 설상가상 고민에 빠진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
롯데케미칼 發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속적인 경영권 시비 행보로 인해 안팎의 리스크에 노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3세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4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신동빈 롯데홀딩스 회장 등 경영진을 상대로 144억엔(약 136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에게는 134억엔(1265억여원), 신 회장을 포함한 임원 6명에게는 총 9억6000만엔(약 91억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는데, 과거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로 인해 롯데그룹 이미지가 실추됐고, 이 사안에 대해 경영진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 이유다.
그러나 이 사안은 이미 지난 2021년 4월 같은 이유로 신 전부회장이 낸 신 회장에 대한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소송에서 도쿄지방재판소가 원고 패소판결을 낸 바 있어, 동생 신 회장에 대한 단순한 흠집내기 수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도쿄지방법원은 신 회장이 한국법에 따라 형사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롯데홀딩스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신 회장의 유죄판결이 그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사유지만, 같은 원인으로 인한 소송인 만큼 이번 소송 역시 법원의 판단은 같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신 전회장 입장에서는 박근혜 뇌물사건으로 신 회장을 이사직에서 몰아내는 것이 불발되자 신 회장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본인의 경영복귀 불씨를 살리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신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본인 스스로가 그룹 이미지 실추를 앞장서서 이끌어 온 만큼, 만일 이번 손해배상에서 신 회장이 패소한다고 해도 신 전부회장의 의도대로 본인이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 전부회장은 2015년부터 11년 째 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이사회 입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27일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본인이 내놓은 신 회장 해임 및 본인의 이사 선임안을 포함한 모든 주주제안이 부결됐다.
이번 소송 제기는 지난 주주총회에서의 이사선임 불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다분히 화풀이성 소송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신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부사장(당시 전무)가 롯데홀딩스 이사에 선임되면서 신격호-신동빈-신유열로 이어지는 롯데그룹 3세경영의 기반이 마련된 만큼 민감해진 신 전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도 이사회 진출이 좌절되자 본격적인 그룹 흠집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 전부회장 입장에서는 본인의 아들인 신정훈의 미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새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정점에 일본 광윤사가 있고 광윤사 지분의 50.3%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가지고 있어서 지배력이 강하지만, 신 전부회장이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광윤사의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 28.1%와 본인 지분 1.77%로 총 29.87%에 불과하다. 반면, 신 회장을 지지하는 지분은 종업원지주회 27.8%+임원지주회 5.96%+신회장 지분 4.0%로 총 37.76%로 롯데홀딩스는 신회장이 끌고 가는 구조로 돼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제의 난은 대를 이어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구조상 그룹 정점인 광윤사의 대주주는 신동주 전부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반에는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지분 33.76%가 신 회장을 지지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이들 종업원 및 임원지주회가 입장을 바꿀 경우 롯데홀딩스 회장 자리는 바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다.
3세경영 시대 역시 사촌형제간의 난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윤사 지분 50.3%는 신동주 전부회장이 아들 신정훈에게 물려줄 것이고, 롯데홀딩스 지분 4%를 가지고 있는 신동빈 회장 역시 아들 신유열에게 물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신유열 부사장을 지난해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들여보낸 이유로 일찍부터 롯데홀딩스의 종업원 및 임원지주회와의 연대감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결국 롯데홀딩스의 종업원 및 임원지주회 입장에서는 누가 경영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인데, 현재까지로 보면 신 전부회장이 그룹 이미지를 지나치게 망가트려서 2세경영 시대에는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신 전부회장은 2014년 롯데서비스 대표 시절 ‘폴리카’ 사태 이후 그룹사 모든 이사직에서 해임됐고, 해임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도쿄지방재판소가 2018년 3월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여기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 경영권 확보를 위해 편법적인 외부 홍보세력을 동원해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킨 적이 있고, 지금도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부회장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법률 및 홍보대행 계약을 287억원에 맺고 2017년 8월까지 198억원을 송금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나머지 잔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민 전행장이 나머지 금액 지급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했지만, 2020년 항소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오히려 임 전행장은 변호사 자격증 없는 상태에서 법률자문 한 ‘신동주 불법자문’ 혐의로 1심에서 3년 징역형을 받은 상태에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신 전부회장이 민유성 전 행장과의 민사소송에서는 이겨 100억여원은 아꼈지만, 이 소송 과정에서 신 전부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을 무리하게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음해를 했는지 온 천하에 밝혀지면서 신 전부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명분을 잃은 상황이다.
그룹의 경영실적이 악화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내려가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안으로는 형제 갈등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내우외환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신동빈 회장이 어떤 처방으로 극복해나갈 지 주목 받고 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