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KBS가 조사한 우리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 조사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52%,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45%로 나타났다. 20대 이하에선 69%가 '호감'이라 답했지만, 50대와 60대에서 '호감'은 43%였다. 보수 성향에서는 64%가 '호감'이라고 답했고, 진보 성향에선 '비호감'이 53%로 더 많았다. 사진=KBS 화면 캡쳐

경제가 어려울 때 유권자들은 정말 합리적으로 판단할까요? 1988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정치적 선택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 가능한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연구는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이론과 실제 인간의 심리적 반응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드러내며,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흥미로운 현상들을 설명합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위험 성향

연구자들은 가상의 국가 경제 정책 선택 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응답자들은 안전한 정책을 선호했지만, 경제 상황이 나쁠 때는 위험한 정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실제 정치에서도 확인됩니다. 경제가 안정적일 때 유권자들은 현상 유지를 원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반대로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존 체제를 바꿀 위험한 변화라도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강해져 도전자에게 기회가 생깁니다. 1980년 미국 대선에서 경제 불황 속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를 이긴 사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손실 회피 현상의 정치적 영향

실험 참가자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약 2배 정도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길에서 만원을 주웠을 때의 기쁨보다 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속상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런 심리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변화보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며, 정치 협상에서는 양보가 이득보다 손실로 느껴져 타협이 어려워집니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실험은 여성평등권 관련 실험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같은 법안을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법안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표현했을 때 지지율이 78%였고, "이 법안은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표현했을 때는 69%였습니다.

내용은 완전히 동일하지만 표현 방식만 달랐습니다. "차별 철폐"는 이미 존재하는 나쁜 것을 제거한다는 의미로, "권리 향상"은 새로운 좋은 것을 추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좋은 것을 얻는 것보다 나쁜 것을 없애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같은 내용도 표현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인식

같은 내용이지만 다르게 표현된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일관되지 않은 선택을 보였습니다. "이 음료는 90% 지방 제거"와 "이 음료는 10% 지방 함유"는 같은 의미이지만 첫 번째 표현이 더 건강해 보입니다. "실업률이 10%에서 5%로 감소"와 "고용률이 90%에서 95%로 증가"도 마찬가지로 전자가 더 큰 변화처럼 느껴집니다.

이는 비율-차이 원칙으로 설명됩니다. 10%에서 5%로의 변화는 비율상 2:1이지만, 90%에서 95%로의 변화는 약 1.06:1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범죄 통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흑인 범죄율 2.76%, 백인 0.68%"라고 표현하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흑인 준법률 97.24%, 백인 99.32%"라고 표현하면 거의 비슷해 보입니다. 이런 표현의 차이가 정책 지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확률 인식의 특성과 확실함의 매력

사람들은 확률을 이상하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낮은 확률은 실제보다 크게, 높은 확률은 실제보다 작게 느끼는 것입니다. 복권 당첨 확률은 극히 낮지만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나도"라고 생각하며 구매하고, 비행기 사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실제보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자들은 에너지 정책 선택 실험을 통해 "확실함"의 특별한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확실히 2천만 달러 절약"하는 프로그램과 "80% 확률로 3천만 달러 절약"하는 프로그램 중 74%의 사람들이 확실한 선택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 "25% 확률로 2천만 달러 절약"과 "20% 확률로 3천만 달러 절약" 중에서는 61%의 사람들이 불확실하지만 더 큰 이익을 선택했습니다. 두 실험의 프로그램들은 실제로 같은 비율로 축소된 것임에도 100%의 확실성이 사라지자 선호가 완전히 뒤집힌 것입니다.

투표 행동의 심리적 메커니즘

합리적으로만 생각하면 한 표의 영향력이 너무 작아 투표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내가 투표하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도 투표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실험에서 "당신이 투표하면 당신과 같은 성향의 사람들도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을 제시받은 그룹이 더 높은 투표 의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는 착각이지만, 이런 심리가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여러 실용적 교훈을 제공합니다. 정치인 선택 시에는 경제가 좋을 때와 나쁠 때 우리의 위험 성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같은 정책이라도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프레이밍할 수 있습니다. 경제 호황기에는 "성과 유지"를, 불황기에는 "위험하더라도 변화"를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뉴스와 통계를 해석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치인이나 미디어가 제시하는 통계는 항상 특정 방식으로 프레임되어 있으며, "90% 성공"과 "10% 실패"는 같은 정보지만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정치적 타협이 어려운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자신의 양보는 크게, 상대의 양보는 작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리를 이해하면 정치적 갈등뿐 아니라 일상의 갈등도 더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독립신문

<참고문헌>

Quattrone, G. A., & Tversky, A. (1988). Contrasting rational and psychological analyses of political choice.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82(3), 71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