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변호사 선임한 것으로 알려진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뇌물죄냐 알선수재죄냐. 사진=서희건설
6000만원짜리 목걸이, 3000만원짜리 브로치, 2000만원짜리 귀걸이를 선물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실세로 불린 김건희 여사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등 윤 정부와 밀착경영을 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그동안 역대 정부와의 유착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이번 이재명 정부와는 어떤 고리를 만들고 있는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이재명 정권은 그런 고리를 만들지 말아야 성공 정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회장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탄핵 과정이 진행되면서 차기 대통령으로 일찌감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력했기 때문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손을 뻗쳤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특히 이러한 정황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 나는 바로 그 날 이 회장이 김여사에게 선물했다가 돌려받은 6000만원짜리 반클리프 목걸이와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해 김 여사가 구속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재명 정권에 바짝 붙는 모습을 보이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김 여사는 오빠 집에서 발견된 반클리프 목걸이가 모조품이라고 우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 회장의 진품 목걸이 등장은 김 여사에 대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키우면서 구속영장 발부의 결정적인 요건이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윤석열 정부 탄생 초기부터 비선조직과 연결돼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비선조직인 양재동캠프가 이 회장 건물에 들어있었고, 임대료도 내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들어가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6000만원짜리 목걸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하고, 이어서 3000만원짜리 브로치와 2000만원짜리 귀걸이를 선물하면서 맏사위에 대한 인사청탁을 해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에 앉히기도 했다.
이봉관의 서희건설은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급성장을 했다. 이 회장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제철 공채 2기로 들어가 차장까지 다녔는데 그 인연으로 이명박 정권의 핵심 실세인 영포회(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영덕·포항 출신들 모임)에 들어가면서 이명박의 그림자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밀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은 당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대기업 출신의 기획력 있는 인사를 써야 한다면서 자신의 보좌관인 박영준(㈜대우 기획실 출신으로서 고향이 경북 칠곡)을 추천해 서울시 정무보좌역으로 쓰면서 이명박 정권 실세가 됐다.
그러면서 박영준이 이끄는 영포회가 이명박 정권의 중심에 자리잡았고, 그 힘을 배경으로 영포회에 발을 담근 이봉관 회장의 서희건설은 사세를 급속하게 불려나갔다. 이 와중에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 이상득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인 2007년 서희건설의 매출은 4815억원에서 이명박 취임 이후인 2008년 7191억원으로 1년 만에 49.4% 급등했다. 그리고 집권 3년차인 2010년 매출 1조181억원을 기록하며 창사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3년 만에 매출이 두 배가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서희건설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첫 사업자로도 선정이 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서희건설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65위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현재 서희건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인 2008년이었다.
지주택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갈수록 조합원 분담금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민원과 소송이 많은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과 시공사 간의 유착으로 인해 법적인 고소고발도 많아 정권의 도움을 받는 경우 사업 추진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반면, 조합원들은 피눈물을 흘리는 사업이다.
오죽하면 원수에게 추천해줄 만한 사업이란 말이 있을 정도겠는가. 서희건설이 2008년 이명박 정권 실세들을 등에 엎고 바로 이러한 문제투성이인 지주택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국내 지주택사업 1인자가 된 것이다.
사업 자체의 리스크가 큰 관계로 이익은커녕 손해 보기 쉬운 지주택사업을 하면서 서희건설은 엄청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이 배경 역시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매출은 1조4737억원에 영업이익 2357억원을 남겨 영업이익률 15.99%를 기록했다. 대형 건설사들 평균 영업이익률 5% 안팎에 비해 3배 이상이다.
정권과의 유착으로 바람막이를 세우고, 지주택 조합장들에게는 뇌물을 제공해 공사비를 턱없이 올려 받으면서 조합원들의 주머니돈을 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봉관 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친노 실세들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사업 등 다수의 공사 수주 과정에서 비자금을 동원했다는 혐의였는데, 이재명 정부가 수사를 하면서 유야무야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경희대 동창이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었다’ 경희대 동문회장을 지낸 이봉관 회장은 2012년 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동문회 대표로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서희건설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정권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그 후광으로 사업을 영위한 것을 보면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도 같은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사태와 관련 진보성향으로 이재명 대통령 측과 연관 있는 변호사들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들 변호사들은 이봉관 회장의 김 여사에 대한 목걸이나 윤 전대통령 양재동캠프 제공 사무실 제공 등을 뇌물이 아닌 알선수재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뇌물제는 뇌물 공여자도 처벌을 받지만, 알선수재의 경우 공여자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정부를 내걸고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 타운홀미팅에서 직접 서희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주택사업의 문제점을 강조한 마당에 이번에는 서희건설의 정권 유착의 고리가 끊어지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만일 이재명 정부도 이봉관 회장과 유착 관계를 맺을 경우 언제 또 자수서와 증거를 내밀면서 목줄을 죌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든지 적폐 제거는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이 대통령 지적대로 지주택 사업 자체를 대수술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