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대패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히려 총리 퇴진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6∼17일 유권자 12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리 사임과 관련해 54%가 '그럴 필요 없다', 36%는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지난달 26∼27일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필요 없다는 견해는 7%포인트 상승했고,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은 5%포인트 하락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신중하게 답변하다가 점점 피곤해져서 나중에는 대충 답하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1991년 크로스닉(Krosnick)가 발표한 연구는 이런 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설문조사 응답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최적화와 만족화라는 두 가지 선택
크로스닉은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인지적 부담에 대처하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 번째는 최적화로, 가장 정확하고 최선의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응답자는 질문의 의미를 신중하게 해석하고, 관련된 모든 기억을 철저히 검색하며, 수집된 정보를 주의 깊게 통합한 후 가능한 답변들을 꼼꼼히 비교 검토합니다.
반면 만족화는 완벽한 답변 대신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의 답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지적 부담을 줄이려는 욕구, 시간과 노력 절약, 피로도 증가, 동기 부족 등이 원인이 됩니다. 두 전략은 완전한 인지처리와 최소한의 인지처리라는 양극단에 위치하며, 응답자는 상황에 따라 이 연속선상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하게 됩니다.
만족화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가 만족화를 선택할 확률은 세 가지 주요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됩니다. 크로스닉은 이를 수식으로 표현했는데, 만족화 확률은 과제 난이도를 분자로 하고 응답자의 능력과 동기의 곱을 분모로 하는 관계로 나타납니다.
과제 난이도는 질문이 복잡할수록, 길수록, 선택지가 많을수록 증가합니다. 응답자 능력은 교육 수준, 주제에 대한 지식, 인지적 능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응답자 동기는 주제에 대한 관심, 피로도, 시간 압박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능력과 동기가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입니다. 한 요인이 매우 낮으면 다른 요인이 높아도 만족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동기가 높은 응답자라도 질문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면 만족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약한 만족화와 강한 만족화
만족화는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약한 만족화는 모든 단계를 수행하지만 각 단계를 불완전하게 수행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대충 읽거나 떠오르는 첫 번째 적절한 답변을 선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괜찮은 답변을 도출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한 만족화는 더 극단적입니다. 일부 단계를 완전히 건너뛰어 거의 무작위에 가까운 응답을 합니다. "모르겠다"를 선택하거나, 중간 답변만 계속 선택하거나, 무작위로 응답하거나, 항상 '동의'만 선택하는 경우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만족화
이런 현상은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리뷰를 읽을 때 처음에는 꼼꼼히 읽다가 나중에는 별점만 확인하는 것,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를 때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으면 익숙한 것만 선택하는 것, 복잡한 약관을 읽지 않고 바로 동의 버튼을 누르는 것 등이 모두 만족화의 사례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인간의 인지적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우리는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때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독립신문
<참고문헌>
Krosnick, J. A. (1991). Response strategies for coping with the cognitive demands of attitude measures.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5(3), 213-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