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기업 딥시크 홈페이지 캡쳐 화면

2025년 1월부터 글로벌 첨단기술 시장이 AI 중심으로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점차 기술의 핵심에서 멀어져 변방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침체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중인 1월 27일 미국의 다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중국의 딥시크(Deep Seek)가내놓은 딥시크-R1은 미국 증권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의 충격을 불러왔다.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저비용으로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AI 시장에 독점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챗GPT 수준의 AI를 내놓은 것이다. 성능은 챗GPT와 비슷한데 개발비용은 5% 정도라고 하니 가공할 만한 사실로 시장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AI 관련 기술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온갖 규제를 가하면서 중국을 옥죄어왔는데, 만일 딥시크가 챗GPT와 같은 성능을 가졌다면 이는 중국의 기술이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미국의 AI독점체제는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AI에 들어가는 GPU를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비상이 걸렸다. 딥시크는 낮은 사양인 HBM800을 사용하는데 이는 범용으로서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데 전혀 규제를 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중국은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의 저사양 HBM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까지 준비가 돼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 중국은 미국과 본격적인 AI패권전쟁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예상에 따라 딥시크의 인공지능인 딥시크-R1 관련 기사가 나온 지난 1월 27일 미국 증시를 주도해온 AI 관련 주가는 모두 폭락했다.

엔비디아 -16.97%, 브로드컴 -17.40%, 오라클 -13.79%, 슈퍼마이크로컴퓨터 -12.62%, 마이크론테크놀러지 -11.71% 등 관련 주들이 크게 떨어졌고, AI 작동과 관련 엄청난 소요 전력으로 그동안 각광을 받았던 전력주들은 더 많이 떨어졌다.

비스트라에너지 -28.27%, 콘스텔레이션에너지 -20.85%등 에너지 주들의 낙폭이 훨씬 컸다.

폭락 다음날 다소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고, 앞으로 시장에서는 조금의 뉴스에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우려가 커졌다.

설 연휴 휴장을 마치고 오늘 개장한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주식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오전 11시경 엔비디아에 고사양 HBM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어, 한미반도체 6% 안팎, 삼성전자 3%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에 딥시크와 비슷한 규모와 실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1000여 개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AI 패권전쟁 전야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딥시크가 자신들이 개발한 딥시크-R1을 발표한 지난 1월 20일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날이었는데 트럼프는 그 다음날인 21일 총 5000억 달러 규모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화로 700조원이 넘는 이 ‘스타게이트’는 AI 발전의 원동력이 될 물리적·가상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종의 AI고속도로를 까는 것으로서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3개사의 합작사 이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합작사 외에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UAE의 국부펀드인 MGX, UAE의 건설사인 Damac,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 등이 함께 참여한다.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AI 고속도로를 깔아 세계 AI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면에는 소프트뱅크 손정희 회장의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은 미국의 힘과 인프라를 이용해 세계 AI 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는 구상을 한 것이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개발에 집중해 수많은 스타트업을 통해 자체적인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얼핏 보면 미·중 AI 전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일본과 중국의 AI 전쟁 시작이기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곳에서도 대한민국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의 스타게이트에 숟가락 하나 얹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개발도 하지 못하면서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AI 식민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 개발에 엄청난 투자금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의 딥시크는 고작 70여 억원을 들여 AI를 개발했고,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중국에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만일 중국의 딥시크-R1이 발표대로 저비용 고성능이 입증된다면, 엔비디아의 고가 GPU는 고철이 될 것이고, 그에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고사양 HBM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발표한 딥시크-R1의 창업자는 올해 마흔살의 량원평인데, 2015년 헤지펀드를 차려 주식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 후 2023년에 인공지능 부분만 떼내 딥시크라는 회사를 독립시겼다고한다. 결국 딥시크 창업 2년 만에 챗GPT 수준의 딥시크-R1을 챗GPT의 5% 비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 저가, 저품질 등이라고 업신여겼던 우리들이 이제 세계 최첨단이라고 하는 AI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날 판으로 전락한 처지가 됐다.

엄청난 속도의 기술경쟁 속에서 미국의 눈치보기와 일본과 중국을 우습게 여기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저만치 뒤처진 처지가 됐다.

이대로 간다면 말 그대로 껍데기에 불과한 하드웨어에 얽매인 ‘빛 좋은 개살구’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라 전체를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중병에 걸릴지도 모르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기술혁신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말이 있다. 과거 1950년대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이 자신들의 우주기술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소련이 무인 우주선인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해 성공했던 것이다. 깜짝 놀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그때부터 기술개발에 모든 투자를 쏟아 결국 1969년 유인우주선인 아폴로11호를 성공하면서 우주기술 주도권을 되찾아간 것을 일컷는 말이다.

우리의 모든 역량을 기술에 모을 때다.

이기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