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국정업무보고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업무보고 생중계 중 “젊은 사람들이 보험료만 내고 혜택을 못 받는다”며 탈모약 건강보험 지원 검토를 지시했다. “국산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며 실태 파악을 지시한 날엔 친명 여성 커뮤니티도 들썩였다. “생리대값 안 내려도 되니 집값과 환율을 잡아달라.”

또 한 장면,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전날 노인회에서 나온 얘기를 하면서 "참석자 한 분이 애국가 배경화면이 너무 오래됐으니 한국 발전상과 국제적 위상을 드러내도록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도 평소 그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부처 관할인가요. 총리가 논의해보시고요."

한서(漢書) 병길전(丙吉傳)에 보면 병길문우천(丙吉問牛喘)이란 고사가 있다. 병길이라는 재상이 소가 헐떡거리는 이유를 물었다는 이야기다. 천(喘)은 헐떡거린다는 뜻으로, 천식(喘息)에 들어가는 말이다.

“병길(丙吉)은 한(漢)나라 선제(宣帝)때 승상(재상)이다.

어느 날 병길은 외출하다가 길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여 사상자가 난 현장을 목격했으나. 병길은 못본 체 지나쳤다.

병길은 또 지나다가 소를 모는 사람을 만났다. 소가 몹시 헐떡이며(喘) 혀를 내밀고 있었다. 병길은 수레를 멈추고 말을 모는 관리로 하여금 소를 모는 사람에게 물었다.

“소를 끌고 몇 리나 왔느냐?”

수행하던 관리는 병길의 행동을 보고 ‘승상은 앞과 뒤에 물어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병길이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기회를 보아 그 이유를 물었다. 병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싸워 사상자를 낸 사건은 장안령(長安令)이나 경조윤(京兆尹) 같은 관리의 직임에 속한 일로서 그들이 처리할 문제다. 재상은 연말에 가서 그들의 직무 태도를 평가하여 상벌을 내리면 된다. 재상은 세상의 큰 변화를 근심하고 작은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또한 길에서 일어난 일은 묻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큰 더위가 없는 봄철이다. 한창 농사가 시작될 시기인데, 소가 가까운 데서 온 게 분명한데도 몹시 헐떡이며 땀에 젖는 것을 보니 기후의 이변은 아닌지 하여 소가 달린 거리를 물은 것이다. 기후에 이상이 있으면 농사의 피해를 우려하여 대책을 미리 세우려는 것이다. 재상은 음양을 조화시키고 사시(四時)에 순응시킬 책임이 있으니 마땅히 근심해야 한다.”

병길의 고사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일의 경중(輕重)을 잘 가려야 하며, 큰일을 걱정해야 할 직책이 있고 작은 일을 다뤄야 할 직책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할 일은 안보, 경제, 민생 등이다. 근데 이재명 대통령은 참으로 사소하고 찌질한 일에만 관심이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경제와 민생이 엉망이 되어 간다.

지금 소가 헐떡거리듯이 환율이 헐떡거리고, 집값이 헐떡거리고, 물가가 헐떡거리고, 중소기업과 소상인들이 헐떡거리는데 대통령이 그 이유는 묻지 않고 애국가 배경화면 얘기를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하다니...

이상하게 그 자리에만 가면 눈높이가 낮아지고 귀는 닫히고 내일을 잊는지 모르겠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