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집값 등 경제 부담에도 불구하고 내년 확장재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건강지표인 환율은 달러당 1,480원을 넘어 1,5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기름값과 수입먹거리 등 물가 상승으로 서민층이 고통받는다) 이재명정부의 적자재정 운용과 한국은행의 돈풀기에 따라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는 연 3.3%를 넘고 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져 영끌해서 집을 사거나 건물을 마련했던 사람들은 지금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을 보며 가슴을 치고 있다. 200조 원이 넘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생)은 모두 폭탄돌리기만 하면서 외면 중이다.

환율의 경우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수출 기업에 달러를 풀라고 권고하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3.8원 오른 1480.1원으로 마감해 8개월 만에 1480원 선을 넘어섰고 오늘은 드디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였던 4월 9일의 연고점(1484.1원)을 넘어서 1484.40원을 기록했다. 외국계 시중은행의 달러 보유 한도를 대폭 높이는 추가 대책도 환율 오름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환율은 지난 9월 30일 1.400원대로 올라선 뒤 하루도 빠지지 않고 1.4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시장에선 조만간 1.500원 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국 이래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IMF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두 차례밖에 없었다.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환율 불안이 계속된다면 진단과 처방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이 국민연금과 ‘서학 개미’의 해외 투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나온 처방도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가 해외 투자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단기 대책 중심이었다. 정부가 소비 쿠폰을 비롯한 각종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돈을 풀었고, 이로 인해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지적엔 귀를 닫았다.

근본 대책에도 소홀했다.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의 거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뼈를 깎는 구조 개혁으로 1%대 성장률에 허덕이는 저성장 기조를 끌어올리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단기 대증 요법만 내놓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시각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할 수 없다. 강성 노조가 정치 권력을 등에 업고 득세하고 있고, 유망한 신산업은 전부 기득권과 규제에 막혀 있다. AI 시대 핵심인 전력 문제조차 탈원전 망령에 가로막혔다. 노란봉투법과 경직적 주 52시간제 등 반기업·친노조 정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에 상정되고 있다. 그러니 2021년부터 4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늘어났던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FDI)가 올 들어 전년 대비 18% 급감했다. 외국인이 주식뿐 아니라 실물 투자도 주저하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추락했다.

결국 원화 가치를 지키는 힘은 한국 경제의 매력도에서 나온다. 경제 체질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줘야 한다. 한국 미래에 대한 희망이 커지면 서학개미뿐 아니라 외국인도 제 발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경제 도약의 기초 다지기’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생중계된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이재명정부의 확장재정 선호가 재확인됐다.

재정은 길이가 짧은 이불 같다는 말이 있다. 턱밑까지 덮으면 발이 삐죽 나오고, 발을 덮자니 가슴께가 춥다. 재정이 필요한 곳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야당 땐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 취임 후에는 ‘주인’ 입장에서 예산 편성을 지휘하고 지켜봤으니 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제는 기초다지기와 구조조정을 외면하서 세계 최악으로 변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미래를 살아갈 2030세대의 각성이 필요하고, 이재명정부의 급주행을 막을 ‘현명한 국민들의 판단과 심판’이 필요해보인다.

대한민국에는 자기 집도 없으면서 부동산 규제로 해 집값은 물론 전월세 폭등을 야기하는 이재명정부를 지지하고, 자녀들의 미래도 준비해놓지 않으면서 자녀들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공짜 포퓰리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공짜, 지원금, 보조금...국민의 수준이 그 국가의 수준이다는 말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상민.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