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고 있는 신안산선 여의도역 인근 붕괴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18일 신안산선 여의도 인근 공사현장 붕괴로 사망 근로자가 발생한 사고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신안산선 공사 전체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지난 4월 11일 경기도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로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어, 신안산선 전체 중 포스코이앤씨 공사 구간 전체에 대한 정밀 점검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신안산선 여의도역 인근 붕괴사고는 같은 노선 광명구간 붕괴 발생 8개월여 만에 발생한 사고여서 구간 전체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게 됐다. 이번 사고로 지난 8월 6일 안전전문가란 이름으로 취임한 송치영 사장이 취임 4개월여 만에 교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송 사장 전임인 정희민 사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8개월 만에 5건의 안전사고에서 4명이 사망하면서 올해 8월 6일 자리에서 물러나고 송치영 그룹 안전 관련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취임한 바 있다.

이번 사망사고로 올해에만 포스코이앤씨는 현재까지 5명의 근로자가 사망해 건설사 가운데 가장 사망사고를 많이 낸 건설사가 됐다.

12월 1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2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15 일대 신안산선 지하철 공사현장 지하 약 70m 지점에서 철근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2명 중 한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하고 한 명은 발목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 전에도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 이미 5번의 공사현장 사고로 4명이 사망하는 중대사고를 냈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고, 대통령의 질타 직후에도 현장 안전사고가 발생해 대표이사를 정희민에서 그룹의 안전전문가인 송치영 사장으로 교체를 단행한 바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첫 달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15일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17층 높이에서 추락사한 데 이어, 4월 11일에는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현장 터널 붕괴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세 번째 사고는 두 번째 사고 발생 10일 만인 4월 21일 대구광역시 중구 아파트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승강기 추락방지망 설치 작업중 사망했고, 네 번째 사고는 7월 28일에 경남 의령군 고속도로 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에 끼어 사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현장 사망사고 관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라고 질책했다. 사진=연합뉴스

7월 28일 사고 하루 뒤인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사망사고 관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책했지만,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는 대통령의 질타기 있은 지 불과 5일만인 8월 4일 다섯 번째 안전사고인 경기도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 근로자는 의식불명 며칠 만에 의식을 되찾아 사망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전기차단 스위치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져 근본적인 안전불감증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여의도 신안산선 지하철 붕괴사고는 지난해 말 취임한 정희민 사장이 취임 8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룹의 안전 전문가인 송치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를 맡은 이후 일어난 붕괴사고여서 근본적으로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불감지대임라는 것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지난 10월 대구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이앤씨

송 사장은 취임 이후 전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확인을 한다면서 전 현장 공사를 중지시키는 등 요란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지하철 터널 공사 붕괴로 또다시 인명사고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문제는 송치영 사장이 안전전문가로서 안전수칙이나 안전의식 등에는 전문성이 있을 수 있지만, 설계나 시공 및 감리 등 건설 전문 분야의 역량이 부족할 수 있어서 시공상 안전여부를 따지기에는 근본적인 역량 측면에서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현장에서의 모든 안전사고는 당연히 심각하지만 특히 시공상의 문제로 건물이나 터널 등이 시공중이나 완공 후 붕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재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철저한 시공 및 감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안전소홀로 인한 단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는 공사를 재개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붕괴사고 등은 사고 원인 진단에 이은 대책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사 일정 차질은 물론이고 공사비 증가와 인근 피해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현장 사고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고는 올 4월 발생한 신안산선 광명구간의 지하 터널 붕괴사고다. 이 공사는 공사 초기부터 연약지반 보강공사가 잘못된 상황에서, 터널의 기둥이 균열 정도를 넘어서 훼손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를 투입해 일어난 사고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서 부실 여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사 결과 발표가 내년 초로 연기된 상황인데, 조사결과에 따라서 구간 상당부분을 재시공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공기 지연으로 인한 지하철 개통도 당연히 연기되고 재시공으로 인한 비용부담으로 포스코이앤씨는 엄청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가운데)이 17일 광명시청 대회의실에서 신안산선 붕괴사고 관련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광명시

공교롭게도 박승원 광명시장은 하루 전인 17일 포스코이앤씨의 신안산선 광명구간 붕괴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 강력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예고했다.

박 시장은 포스코이앤씨를 향해 신안산선 붕괴사고 현장 인근 통로박스·수로암거 전면 재시공, 신안산선 붕괴사고 피해주민 설 명절 전까지 보상, 신안산선 공사재개 과정에서 시민 동의·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모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연이은 사고에 대해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신안산선 광명구간 사고 원인이 부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에 같은 신안산선 여의도역 인근 붕괴사고까지 부실로 판명날 경우 신안산선 전체의 재시공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는 측면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안전사고 및 터널 붕괴사고는 겉으로만 보이는 안전관리에만 치중하고 시공부실에서 오는 사고에 대한 준비가 약해 일어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포스코 철강현장에서도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등 그룹 전체가 안전 사각지대가 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