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미국 제87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 비서실장에 미국 역사상 첫 여성인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명했다. 그는 트럼프 공약의 싱크탱크인 AFPI 출신으로서 앞으로 수지 와일스를 비롯해 AFPI 인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MAGA 공약에을 AFPI가 만든 만큼 그들의 생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올 연말 10만달러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일주일 만에 20% 이상 오르고 있다.
모두가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되면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다. 원화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어 2022년 이후 2년 만에 1400원대로 올라 한국 경제적 부담 저지선을 넘겼다.
엄밀히 말해 트럼프는 현재 당선인이라기 보다는 당선예정인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대통령 선거는 올해 12월 17일에 그동안 각 주에서 뽑힌 선거인단이 워싱턴에 모여 실제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데, 이미 선거인단이 누구를 찍을 지가 결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12월 17일 투표는 형식적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당선예정인이 된 지 일주일도 안돼서 벌써부터 세계 경제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연 트럼피즘의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트럼프 정책의 핵심은 그의 선거유세 기간동안 쓰고있던 모자에 그대로 적혀있다. 바로 ‘MAGA’다 Make America Great Again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가 상표등록한 브랜드다.
당초 MAGA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재선에 도전하면서 사용한 슬로건이었다.
■과거 레이건의 MAGA로 일본 잃어버린 30년 시작
1970년대 베트남전쟁 패배로 인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미국민들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카터의 재선을 저지시키고 미국 40, 41대 대통령에 당선한 레이건의 선거공약 키워드였다.
도덕적 신념을 현실정치에 구현하고자 했던 카터의 재선가도는 강력한 미국을 강조한 레이건에게 꺾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 바이든과 프럼프의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레이건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실제 미국 우선주의를 펼쳤다. 우선 미국이 7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국력이 쇠한 틈을 타 세계 반도체시장을 석권하면서 미국의 기업이나 건물들을 사들인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1985년 프라자회담을 통해 미국 엔화를 초 강세로 몰고가 일본 몰락의 시발점을 만들었다. 또한 일본 반도체에 대해서도 덤핑관세를 만들어 일본 반도체 산업을 몰락시켰다. 일본은 이 후 잃어버린 30년의 세월을 보냈고 지금도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소련에 대해서는 극한 냉전 속에서 레이건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무기경쟁을 부추기면서 그에 맞대응 하던 소련의 경제가 망가져 결국 1992년 소련이 해체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꼽으라면 첫째 아니면 둘째로 꼽는 대통령이 바로 레이건이라는 점은 바로 그의 MAGA 정책때문으로 풀이된다. 레이건 시절 미국우선주의로 미국은 강력해졌지만, 주변 우방을 비롯해 세계경제는 엉망이 됐다.
트럼프는 바로 이 레이건의 MAGA를 2015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상표등록했다. 이제는 트럼프의 브랜드가 된 것이다. 결국 이번 2024 대선에서 MAGA를 강조하면서 미국 87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 싱크탱크는 AFPI…행정명령 300개에 관심
트럼프 MAGA의 구체적인 전략을 짠 곳은 트럼프의 핵심 싱크탱크인 AFPI(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로 이름만 봐도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한 곳이다. 이 조직은 트럼프 대선을 위해 만든 단체로서 과거 보수정권의 싱크탱크였던 헤리티지재단을 대신하는 곳이다.
바로 이 AFPI가 준비하고 있는 300여 개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의 행정명령 내용들인데, 아마 12월 17일 공식적으로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전에 첫 행정명령이 발표될 것이다.
과연 이 행정명령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세계의 관심사다.
그동안 트럼프가 강조했던, 불법이민자 추방, 기후협약 재탈퇴 등이 예상되지만, 아마도 바이든이 내렸던 행정명령 전체를 폐기시키는 것을 행정명령으로 내릴 가능성도 높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바이든의 칩스법이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폐지되면서 우리나라 산업에 악영향이 끼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서 의회 입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만일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행정명령이 보장됐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훨씬 쉽게 추진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취임 첫 행정명령의 상징성은 그 정부의 정체성을 말해주는데, 과거 링컨은 노예해방을, 트루먼은 군대 인종차별 폐지를 내걸어 미국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꾼 적이 있다.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는 그동안 MAGA를 함께 만들어온 AFPI 인물들과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최초의 백악관 여성 비서실장으로 선임된 수지 와일스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뛴 바 있는데 이 사람은 AFPI 인물이면서, 과거 레이건 대선후보 시절 MAGA 공약의 담당자로 활동한 바 맀다. 이 외에도 하워드 루트닉 재무장관 후보, 린다 맥마흔 상무장관 후보 등 다수의 요직 인물들이 AFPI 출신들이다.
■골드만삭스의 경고…한국, 대만, 베트남 타겟
이미 한국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트럼피즘의 관세폭탄이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근래 수출이 늘면서 무역흑자규모를 키우고 있는 한국, 대만, 베트남에 대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세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미 흑자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더욱 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에 있어서는 미국이 대만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뒤쳐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대만은 트럼피즘에 강온 양면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에 대한 7나노 이상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2나노 이상의 최최첨단 반도체는 대만 이외의 외국에서 생산할 수 없다는 대만 국내 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대만의 경제부장(장관)인 궈즈 후이가 “대만에는 자국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에서 생산하지 말아야 할 기술이 있다”면서 “TSMC는 대만 밖에서 2나노 칩을 생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로 트럼프가 얼마전 “TSMC가 우리나라 사업의 95%를 훔쳐갔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대만이 트럼프가 모든 제조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고 강조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과연 5만전자도 위협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