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2000명 증원 결정 당시인 2024년 5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4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감사원이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 결정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대체로 예상했던 그대로이니까 놀랄 것도 없다. 또한 감사원이 정책감사를 해서 발표하는 경우는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전 정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이기 때문에 대체로 이야기해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헌법에 의해 감사원은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으나 그것이 지켜진 경우를 본 기억은 별로 없다. 제헌헌법 당시 참조했던 자유중국헌법(孫文 헌법)의 ‘5권 분립’ 제도에 의해 감사원이 생겼으나 과연 그것이 원래 모습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국회는 국정조사권을 갖고 있으니까 관계자들을 출두시켜 질문할 수는 있으나 강제조사는 할 수 없다. 그래서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고 특검을 발족시켜서 강제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인데, 본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장벽에 막히기 십상이다. 국회가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의 권한에는 이런 한계가 있다. 여야가 당파적 입장을 떠나서 진실을 추구하려는 합의를 보기 전까지는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이 망가진 다음에, 그리고 정권이 바뀐 다음에 전 정권에 있었던 일에 대해 그나마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제정신이 아닌 대통령에 의해 추진됐다고는 하나 이에 부화뇌동한 정치인과 장관들이 있었고 이에 편승해서 사설과 칼럼을 쏟아낸 신문이 있었고 그런 기사를 쓴 논설위원과 교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아직도 의사를 무슨 ‘노예’로 알고 강제로 아무데나 보내서 진료하도록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으니 황당한 일이다. 돌이켜 보면 변호사와 의사를 늘리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비전은 이른바 ‘진보’가 추구해 온 이상(理想)이었다.
그러나 그런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많은 사회, 고소고발이 넘치고 소송이 넘쳐흐르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의사를 많이 배출한다고 해서 사회에 필요한 의사가 느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간단하지 않아서 변호사 숫자가 늘고 의사 숫자가 늘고 대학 숫자가 는다고 좋은 세상이 오는 것도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대학설립 준칙주의, 대형병원에 대한 의대 설립인가, 사법시험 합격자 대폭 증가로 시작한 ‘미몽(迷夢)’이 오늘날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
위의 사진은 의대 증원을 밀고 나간 당정 수뇌부 5인 중 한 명인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습이다. 추경호, 한동훈, 한덕수, 이주호, 조규호 등 5명 모두 가장 좋다는 대학을 나오고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사람들이다. 2000명 증원을 추진한 부총리와 복지부장관은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이들은 지금 누구를 원망하고 있을까?
이상돈, 전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