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공포가 일고 있는 가운데, 10일 아침 원달러 환율은 1455.20원으로 다소 진정된 모습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달러대비 원화 1400원 대 환율이 뉴노멀이란 말이 일반화된 데 이어 국민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이상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과연 이유는 무엇이고 대안은 없는 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화 환율은 지난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달러에 전주 대비 28.5원 뛴 1461.5원을 기록했다. 이 후 외환결제 시장에서는 지난 밤(9일) 1463.2원까지 올랐다가 10일 아침 서울외환시장에서 1455.4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미국의 셧다운이 머지 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의 국민연금 국내 주식 매수한도 확대 방침 소식에 달러가 유입되면서 환율 상승추세는 일단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인 리스크가 산재해있어서 언제 다시 상승곡선을 급격하게 만들 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환율은 올해 탄핵정국의 한 가운데에서 미국 트럼프의 상호관세 폭탄 선언이 있은 직후인 4월 9일 최고치인 1472.0원을 기록한 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정치안정과 시장안정에 대한 기대로 7월 1일 1353.04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지난 11월 7일 1461.5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특히 11월 들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는데, 문제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 원화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들어서면서 의도적으로 저금리 약엔화를 부르짖은 엔화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에도 달러 안 들어오는 이유는?

11월 2째주 일주일 간 달러 대비 주요 통화의 가치 변동률을 보면, 엔화가 +0.33%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서 EU유로 +0.23%, 영국파운드 +0.11%로 달러대비 가치가 올랐고, 다음으로 중국위안 -0.05%, 스위스프랑 -0.1%, 캐나다달러 -0.14%, 스웨덴크로나 -0.42%, 대만달러 -0.59%, 호주달러 -0.66%, 한국원화 -1.95% 떨어졌다. 비교 대상국 통화 중에서 유독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29개월 연속으로 흑자를 보이고 있고, 특히 9월 경상수지는 134억7000만달러로 역대 2번째 많은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가 흑자일 경우 달러가 들어오면서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원화가치가 오르는 것이 원칙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역대급 무역흑자임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로는 환율에 대한 상승 우려 심리를 들 수 있고, 향후 대미 투자협상에 따른 대규모 달러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을 국내로 송금을 하지 않고 현지법인이나 지사 등에서 보류하는 한편,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것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 경상수지 흑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율이 언제 튀어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달러를 원화를 바꿀 경우 향후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공급을 막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수입업체들은 환차손을 막기 위해 선물환 매입에 적극 나서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의 미장(미국 증권시장) 투자규모가 역대급으로 늘고 있는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서학개미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998억5000만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의 국내 증권시장 투자는 296억5000만달러로 달러 유입에 비해 유출이 3배 정도 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코스피 기준 올해만 70% 이상 상승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통계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한미무역협정에 따른 대미 3500억달러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3500억달러 중에 2000억달러는 매년 200억달러씩 달러로 현지 투자를 하게 돼있는데 결국 달러 유출로 인한 환율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기업과 개인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더 미국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성장율이 둔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인한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쳐 결국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선호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달러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행정부의 셧다운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기간 연장 등 타협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면서 해결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역대 최장 셧다운으로 인한 소비 둔화로 4분기 경기 퇴조가 미국 경기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역시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 마약처방 말고 시장에 대한 중장기 신뢰 쌓아야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 연말을 맞이할 경우 한국 경제에는 어떤 공포가 드리워질 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일단 수출 중심의 기업들은 엄청난 환차익으로 인해 이익을 보겠지만,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년 기준금리를 오히려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기 전반을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원화에 대한 글로벌 시장 불신으로 달러 탈출(엑소더스)가 벌어지면 말 그대로 외환위기에 봉착할 수 있고 제2 IMF를 겪을 수도 있다.

원화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올려야 하는 지에 모든 지혜를 모을 때인데, 우선 통화정책의 주무 기관인 한국은행이 좀 더 확실한 대책을 내놓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통화량인 M2(총통화)는 GDP대비 2배 수준인 4400조원으로 밝혀졌다.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 미국도 달러 발행 규모가 GDP 대비 93% 수준인데 원화 물량은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통화과잉 상태에서 돈값(환율)을 제대로 평가 받기는 어렵다. 다양한 방법으로 통화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국내 경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그 바탕에는 정확한 정보 공개가 깔려있어야 한다. 대미 무역협상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오픈하고, 그에 대한 대안도 함께 밝혀야 시장이 신뢰를 할 수 있다. 국내 증권시장도 지수를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있는데, 지수는 말 그대로 수치일 따름이다. 올해 들어서 코스피 시장이 70% 이상 올랐지만, 실제 투자자들 상당수는 손해를 봤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주도를 했고, 여기에 방산, 조선, 원전주 들이 상승했는데, 나머지 대부분의 주식은 제자리 걸음이나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며칠간 코스피 지수가 4000선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는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술적 자산배분(TAA) 제도를 활용해 약 30조원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추가로 투입하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민연금을 불안하게 할 뿐이고, 외국인들이 높은 가격에 털고 나갈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기업의 실적베이스에 맡기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 외국인이 들어올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 경우 달러는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서학개미들 역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둘러 효과를 보는 것은 마약효과 같은 긴급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약발이 떨어지면 오히려 부작용만 드러나게 돼있다. 시간을 가지고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이주연 기자